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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고리’로 끈끈하게 얽혀 있는 ‘그 놈’과 우리 오빠!

이병두 | beneditto@hanmail.net | 2016-07-20 (수) 19:40

이병두 엽편葉片 소설 ‘철수와 영희’, 그 열여덟 번째 이야기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철수 오빠가 모 언론사 사장 재임에 실패한 뒤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가 희한하게도 그 언론사 사장 후보 추천권을 가진 현재의 그 재단에 들어가 감사와 상임이사를 거쳐 이사장이라는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점만 보아도 우리 오빠가 보통 사람들과는 180도 다른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앞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빠가 이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데에는 오빠 자신의 ‘지성인知性人 불자佛子인 척 하는 능력’과 권모술수權謀術數, 이 나라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학교 법대를 나온 다양한 인맥과 정치권 인사들의 도움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역할은 내가 요즈음 이 소설에서 ‘그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 하는 아주 약삭빠른 인사가 했다.

 

이 인사와 오빠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오빠가 “서울 법대 출신이 나라를 장악하고 불교계를 통치해야 한다”고 하자, 본인은 그 학교 출신이 아니면서도 “지당한 말씀입니다!”며 아부를 떨어 철수 오빠 마음에 쏙 들었던 적이 있다고 이미 이야기하였을 것이다.

 

이 인사가 그 재단의 종교 시설을 담당할 때의 일이다. 당시 그 종교 시설에 다니는 신도들은 이 인사를 매우 싫어했다는데도, 이 인사는 스스로 ‘수석首席 ○○’라는 간판을 사무실에 붙이며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신도들은 그 놈의 ‘수석 ○○’라는 기묘한 직책을 인정할 뜻이 전혀 없어서 만나기만 하면 수군수군 거리면서 그를 조롱하고 있었지만 이 인사는 그런 조롱이나 비웃음에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옆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비밀 통화를 하는 데에 오전 시간을 거의 다 보냈다.

 

그 인사는 그 종교 시설에 다니는 신도들 중에서도 돈이 별로 없어 보이는 어려운 가정 출신은 절대로 가까이 하지 않았다. 재력가 집안의 며느리나 딸, 종교 시설과 함께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민화나 서예를 배우러 오는 부잣집 손녀를 담당하는 강사, 자기 제자를 강사로 채용해주었다고 해서 이 인사에게 차를 사주고 할부금은 강사료로 대체시키게 해준 덕德 높으신 서도書道 선생님 등등만을 가까이 하며 그들을 자기 나름의 ‘팬클럽’이라도 되는 양 관리하였으며, 그 밖의 신도들과는 서로 아는 척을 하거나 인사를 하지도 않고 지냈다.

 

그 당시 그 종교시설과 함께 운영하는 문화센터 수강 인원이 1,000명에 육박했고, 그 수강료는 거의 전액이 현금으로 들어왔었으니 이런 곳은 철수 오빠나 이 인사처럼 타고난 천성天性이 암울暗鬱한 이들에게는 ‘슬쩍’ 하고 싶은 욕심을 내게 만들기 마련이었다. 이 인사에게는 아마 이 때가 인생을 즐기는 최고의 시기였을 것이다. 술을 실컷 마시고 영수증 제출하면 곧바로 처리해주었고(어떤 때에는 한 번에 200만 원까지 …. 와우!), 공식 판공비만 월 100만 원을 받았다.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끔씩 보수 공사하면서 받는 뒷돈(리베이트), 문화센터 운영 경비에서 슬쩍 슬쩍 챙겨먹는 돈, 종교시설에 법문 ‧ 강론 ‧ 설교하러 왔던 분들과 문화센터 강사들이 챙겨주는 돈까지 그 액수가 엄청났으니 누구든 이런 곳에서 영원토록 ‘룰루랄라!!!’ 할 수만 있다면 이사장 자리하고도 바꾸고 싶지 않을 것이다.

 

자, 이런 인사와 철수 오빠가 만났으니 이 얼마나 환상적인 조합인가? 철수 오빠가 이 재단을 장악해서 내게 공사를 주어 돈을 좀 빼먹고 싶어도, 올케 언니와의 달콤한 추억여행을 위해 프랑스에 ‘이름만 수련원’을 아무리 마련하고 싶어도, 오빠의 아들인 조카가 관계된 공익 재단에 수억 원을 지원해주고 싶어도, …… 오빠를 뒷받침해줄 ‘놈’이 없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게다가 그 인사가 정직正直의 대명사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올바른 사람이라서, 일체의 부정과 비리非理에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인물이라면 오빠가 어찌 하겠는가? 그런데 철수 오빠와 똑같이 부정직不正直하고 양심良心 같은 것은 토끼 간 꺼내서 햇볕에 말리듯 꺼내 버린 지 오래인 데다가, 두 마음[兩心]을 갖고 있어서 언제든 배신할 가능성을 가진 인물을 만났으니 철수 오빠는 정말 큰 복을 받은 것이 아닌가 말이다.

 

오빠가 내게 해준 이야기를 들어보니, 철수 오빠가 이 인사를 만난 뒤 이사장 자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는 그야말로 ‘음모陰謀’와 ‘배신’의 릴레이 경주에 비할 만한 흥미진진한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혼용무도昏庸無道한 호해胡亥를 막강한 진秦나라의 제2세 황제로 만들기 위해 맏아들 부소扶蘇와 명장 몽염蒙恬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환관 조고趙高처럼, 이 인사는 철수 오빠를 이사장 자리에 앉혀 자신도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하게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겉으로는 오빠를 위해 온갖 충성을 다하는 시늉을 하였다. 어쨌든 그 덕분에 오빠는 대학 총장 출신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꿈에도 그리던 이사장이 되었던 것이다.

 

오빠가 오늘의 이 자리에 앉게 되고 – 요즈음 돌아보면 우리 집안을 불행하게 할 것도 같지만 - 우리 집안을 일으키게 된 것도, 이 조고를 닮은 그 인사의 도움이 없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인사가 앞에서 말한 비리 문제로 재단을 떠나야 할 상황이 되어도 오빠가 앞장서서 ‘상국上國 유학’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붙여 ‘시끄러운 순간’을 피해가게 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란군이 쳐들어와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자신이 세웠던 바보 호해胡亥를 죽이고 다른 인물을 찾아 왕으로 즉위시켰던 조고趙高처럼, 머리가 약삭빠르게 돌아가는 이 인사도 요즈음 오빠를 대신할 새로운 이사장 감을 찾아서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닌다는 소식이 내 귀에까지 들린다. 그러니 철수 오빠가 이런 분위기를 모르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놓는다. 왜?

 

이 인사와 오빠는 진모 검사장과 넥슨의 김모 회장처럼 서로 ‘비리의 고리로 끈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쉽사리 배신하기 어렵다는 게 내 판단이다. 하긴 오빠의 법대 후배이기도 한 판사 출신의 최모 변호사나 진 검사장이 구속 수감되는 데에서 볼 수 있듯이, 요즈음 그 놈의 ‘민주화’ 바이러스 때문에 아름다운 옛날의 미풍양속美風良俗인 ‘범죄를 감추어주고 서울 법대 출신 판검사와 변호사들을 특별 대우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다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이것도 넋 놓고 기다리기만 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아 참, 이왕 진 검사장 이야기가 나왔으니, 철수 오빠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좀 전해보자. 그 검사장은 넥슨 회장에게서 받은 주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대형 항공사의 비리를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자기 처남에게 청소 용역을 주어 1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게 해주었다는데, 철수 오빠는 내게 그 잘난 수련원 증개축 공사 시공해서 몇 푼 챙기게 해주고서도 걸핏 하면 큰소리를 쳤느냐 말이다. 그리고 왜 문제가 생기게 해서 내가 ‘혹 신문에 내 이름 나오고, 검찰에 끌려가고, 감옥에까지 가는 것은 아닌가? …’ 하면서 불안에 떨게 하느냐 말이다. 이왕 이럴 거라면 공사비를 부풀릴 수 있는 데까지 잔뜩 부풀려서, 20억 원이 아니라 100억 원쯤으로 뻥튀기 하고 그 중 한 80억 원 챙겨 오빠와 40억 원씩 반타작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랬다면, 내가 오빠의 모든 잘못을 뒤집어쓰고 감옥에도 갈 수 있고 필요하다면 옛날 다나까 가꾸에이田中角榮 일본 총리의 운전기사처럼 ‘오빠의 모든 것을 감추기 위해’ 자결이라도 할 각오가 있는데, 왜 이런 바보짓을 했느냐 말이다.

 

요즈음 철수 오빠 나이가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오빠도 늙어서 그런지 이제는 속임수를 쓰는 데에서도 예전처럼 명석하고 민첩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올케가 한 마디만 하면 깜짝 깜짝 놀라곤 해서 “당신, 요즈음 바람이라도 피우는 거요? 왜 이리 불안해합니까. …”라는 핀잔을 듣곤 한다는 소리를 전해들을 때에는 내 가슴이 아리다.

 

늙어가는 오빠의 불쌍한 모습을 떠올리니, 지난 6월 10일 《조선일보》의 강천석 칼럼 ‘비방祕方은 없다’에서 읽었던 한 대목이 생각난다.

 

“권력의 노년老年은 화살처럼 다가와 빛의 속도로 흘러간다. (…)

 

권력 노화老化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열차에 타고 달리는 열차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권력의 시간이 초기 · 중기 · 말기 항상 일정한 속도로 흐른다는 걸 전제前提로 만들어진 권력 시계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열차의 속도가 차창車窓 밖으로 쏜살같이 멀어지는 풍경의 변화로 측정되듯 권력의 노화 속도는 권력의 창窓에 비치는 권력 핵심 부근의 인간 행태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기준으로 측정된다.

 

날짐승은 날이 저물면 나뭇가지에 앉아 날개를 접는다. (…)”

 

아, 철수 오빠도 이제 나뭇가지에 앉아 날개를 접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면 안 된다. 아직도 나와 오빠의 아들인 내 조카, 오빠의 아내인 올케를 위해 철수 오빠가 할 일이 태산만큼 쌓여 있는데 날개를 접으면 어찌 하는가 말이다. 당장 우리 가족과 오빠의 졸개들을 규합해서 ‘금철수(錦禽金 鐵秀) 날개 접기 반대 추진위원회’를 꾸려서 투쟁에 돌입해야겠다.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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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무구칭 2016-07-22 09:2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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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법사 수석교수 등등 셀프칭명으로 열등의식 포장하나 빈깡통 요란하듯 세상사람 앝보지마소 뒤돌아 손저어니 불교의지 출세마소 인과무시 안하무인 인생말년 서글퍼라
나그네 2016-07-25 10: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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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마음은 하해와 같아서 도둑놈들도 다 품으시나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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