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아라한’에 주목한 결혼적령기의 여성 스토리텔러 조민기

부처님의 십대제자
조민기 지음, 견동환 삽화
맑은소리맑은나라
22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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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부처님은 세계에서 가장 열렬하고도 많은 여성 팬을 지닌 분이실 거예요. 어느 사찰이나 부처님이 계신 법당을 채우고 있는 신도들은 남자보다 여자들이 훨씬 많죠. 부처님에 대하여 알면 알수록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 조민기는 잘나가던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직을 어느 날 그만뒀다.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마감에 쫓기는 직업이라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고갈된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쉬고 있지만 머리는 무거웠고 갑갑함과 절망이 밀려올 때 부처님과 인연을 맺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엄마를 따라 기도를 다니기 시작했고, 제대로 불교를 배워보겠다는 마음으로 기본교육에 등록해 불교공부를 하게 됐다.

낮에는 경전을 배우고 밤에는 경전을 읽으면서 무궁무진한 불교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천일기도의 서원을 세운 뒤 불교여성개발원의 청년불자모임 ‘영108’에서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 공부와 수행의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졌다.

엄마와 함께 한 낙산사 홍련암 철야기도에서였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서원이 구체적으로 세워지는 경험을 했다. 절을 하면서 온전한 문장으로 된 서원이 술술 나왔다.

‘좋은 작가가 되겠습니다.
나아가 유용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유능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아가 유익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바르고 행복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나아가 세상을 바르고 행복하게 하는 글을 쓰겠습니다.’

기도를 마치니 함께 기도하던 보살님들이 보시하는 모습이 보였다. 보시를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질 않았다. 그때 부처님께 약속했다. 만약 글도 보시가 된다면 글을 써서 보시를 하겠다고.

이듬해 정말 우연처럼 조계사에서 부처님과 관련된 글을 연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그렇게 시작한 글이 바로‘ 부처님의 십대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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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은 분별없는 마음과 자비를 설하셨지만, 결코 무조건적으로 따뜻하고 자상하고 부드러운 분이 아닙니다. 단호할 때는 한없이 단호하고 냉정하시고, 독설을 서슴지 않으시기도 하죠. 그런 부분들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이 멋진 분께는 과연 어떤 제자분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 날 예불을 드리다가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 내지 천이백제대아라한 무량자비성중’이라는 구절에 팍 꽂혔다. 부처님께는 십대제자가 있구나, 천 이백 명의‘ 보장된(아라한) 멋진 싱글 남성 제자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이분들을 더 알고 싶다,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원래 멋진 남자를 좋아 하거든요. 겉모습 뿐 아니라 내면까지 멋진 남자를 찾는 건 현실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책에서나 어려운 일인데 그 찾기 어려운 남자들이 경전 안에 가득 계셨어요. 그때부터 십대제자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200명 중의 10명, 120분의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십대제자로 불리는 분들과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제일 첫 번째로 쓴 분이 지혜제일 사리불 존자다. 이 분의 이름은 여러 경전에서 언급되지만 특히 <반야심경>과 <아미타경>에서 등장하실 때가 가장 좋았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아’하고 불러주실 때마다 괜히 가슴이 따뜻해지곤 했다. <금강경>에서 부처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수없이 이름이 불리는 수보리존자도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 분 한 분 연재할 때마다 불자라면 꼭 알아야 할 분들을 소개한다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이 글을 집필하는 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정말 멋진 남자들을 이 세상에 소개한다는 것에 가장 큰 중점을 두었다. 부처님의 ‘잘 모르는 남자’라는 점에서 불자들과 비불교인이 같은 입장이라면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최근 열린 불교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녀는 밝은 미소와 함께 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이 책의 부제목이 ‘경전 속 꽃미남 찾기’입니다. 십대제자가 아직까지 ‘잘 모르는 남자’였다면 이 책을 통해 ‘꼭 알고 싶은 남자’로 우리 곁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조민기는?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했다. 영화사를 거쳐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작가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재작년에 출간된 <조선임금잔혹사>와 올해 출간된 <조선의 2인자들> 외에 2권의 책이 더 있다. 내년에는 조선 후기의 인물들을 다룬 <조선의 2인자들>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 예정이다.

 

불교 관련 책으로는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조계사보‘ 가피’에 연재했던 글을 하나로 묶은 <부처님의 여자들(가제)>의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현재는 불교신문에‘ 불국토 이야기 – 부처님이 머무신 8개의 도시’를, 조계사보 가피에 <부처님과 왕>을 각각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