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빌딩숲 뒤로 하고 지하철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면, 그곳에는 무채색의 표정을 지닌 수많은 이들이 서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눈길을 둘 곳 없어하며 선로를 바라보거나 신문가판대 주위를 서성거린다. 그러다 가끔 벽에 서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단조롭지만 고요한 그림 아래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있는 그 벽에는, 먼 산사에서 들려오는 땡그렁 소리가 담겨있다. 지하철에서 만나는 법음 ‘풍경소리’이다.

크게보기지하철 풍경소리가 그동안 지하철 벽에 싣던 글과 고암 정병례 선생의 판화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나를 찾는 지혜-풍경소리 둘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됐다.

그동안 지하철 풍경소리를 듣고 많은 이들은 다음과 같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마음 속에 시원한 산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왠지 하나님이 이 글을 읽고 정신 차리라고 그 시간 그 장소에 저를 데려다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보았는데 핸드폰 배경문구로 저장하고 다닌답니다.”

지하철에서 풍경소리와 마주친 날, 괜시리 일진이 좋아진 건 유독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