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열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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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올케 언니가 걱정스런 얼굴을 보여준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언니, 무슨 일이 있어요? 얼굴에 ‘근심’ 글자가 크게 보이는데요. 오빠가 바람을 피울 리는 없고 ……. 속으로 끙끙 앓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해보세요.” 우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시누이-올케 사이가 아주 좋아서 서로 감추어두는 것이 없다고 ‘말’을 한다. (하긴 이 말은 곧, 둘 다 고수라 비밀을 감추어두기를 잘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니, 특별한 것은 아닌데 오빠가 요즈음 잠을 자다가 흉몽凶夢을 꾸었는지 식은땀을 흘리고 어떤 때는 팔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이러지 마세요!’ 라며 흐느끼기도 하고 그래요. 오빠를 깨워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별 일 아니오. 개꿈이라도 꾼 것 같소.’라고 대답을 하는데 나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도 같고,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 그런데 그냥 느낌일 뿐이에요. 오빠가 아무 말도 안 해주거든요.”

그러고 보니 내 느낌에도 오빠에게서 이상한 점이 보이기는 한다. 본래 철수鐵秀라는 이름답게 조직의 아랫사람들을 종처럼 취급하는 게 우리 철수 오빠의 특기인데, 요즈음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그 성격이 변했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아래 것들한테 잘해주려고 애를 쓴다는데, 그 못된 놈들이 철수 오빠의 그 제스처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저런대요? 사람 성격이 별안간에 바뀌면 갈 때가 되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요. ……”라며 수군댄다는 것이다. 정말 나쁜 놈들! ‘착한 척’ 하겠다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밥통들!

어쨌든 철수 오빠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둘이 함께 못된 짓을 꾸미고 권력 장악 과정에 힘을 합쳤던 어느 놈이 이상한 눈치를 보인다는 소문이 내 귀에까지 들어오고 있으니, 오빠가 그 분위기를 모를 리가 있겠는가. 오빠와 그 인간이 속으로는 ‘결코 믿지 않으면서도 겉으로는 존경하는 척, 믿어주는 척’ 하면서, 그 덕분으로 오빠는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그 인간도 ‘쫓겨날 뻔 했던’ 사건을 덮어주었을 뿐 아니라 그 조직의 제2인자가 되어 큰소리를 치게 해주었는데, 이 둘 사이에 균열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 오고 있다.

하긴 이 둘은 서로 믿어본 적이 없고, ‘저 놈이 언젠가 나를 배신할 것이다. 저 놈이 그러기 전에 내보내야 하는데, 그 최적의 시기가 언제일까? …’, ‘내가 당신을 받들어 모시는 것 같지? 천만의 말씀이다. 당신이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계획에 따른 것이 될 것이고 당신을 무너뜨리고 후임자를 고르는 일도 내가 할 것이다.’라며 서로 ‘배신背信’의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이런 분위기를 알기에 내가 먼저 말을 꺼내서 오빠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오빠, 오빠가 먼저 칼을 뽑아서 그 놈을 쳐버리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저 놈이 없으면 그나마 누가 나를 지켜 주냐?”

“그건 그 다음에 생각하시고, 우선 치고 보세요. 오빠의 그 결단력은 어디로 갔어요? 왜 이렇게 질질 끌고 계세요. 그러다 큰일 납니다.”
“……”

내가 보기에는 마음을 놓으셔도 될 것 같은데. 우리 철수 오빠가 이렇게 약해지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앞으로도 오빠 재단에서 빼먹고 싶은 게 얼마나 많이 남아 있는데, 그리고 아들들에게도 해주어야 할 것이 또 얼마인데, 올케 언니와 프랑스 추억 여행도 다니고 공금을 주머니 속 돈처럼 마음껏 쓰면서 철학자인 척 해야 하는데 벌써 이렇게 약해지시면 안 된다.

“철수 오빠, 제발 정신 차리세요! 버티세요. 내가 수련원 공사 엉터리로 하고 돈 좀 챙긴 게 뭐 그리 큰 죄입니까? 아들이 관여하는 곳에 몇 억 원 지원해준 것이 뭐 대역무도大逆無道한 죄입니까? 올케 언니와의 달콤한 추억 여행을 하려고 재단 돈 수십억 원을 쓴 것은 또 큰 죄이겠습니까? 모두가 가정의 평안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살공성사殺公成私의 희생정신에 따른 것뿐이잖습니까? 오빠 제발 ……”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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