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희 시인 “불교 콘텐츠 대중화에 기여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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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페이지의 시 여행』을 펴낸 650만 파워블로거 배선희 시인

“시인 블로거는 많지만, 파워블로거는 없고, 파워블로거는 몇 백명 되지만 등단 시인은 아직 없습니다.”

파워블로거로 등단을 한 첫 번째 시인이라는 기록을 남긴 배선희 시인을 소개하는 법현 스님(열린선원 주지)의 말씀이다.

배 시인의 첫 시집 『페이지의 시 여행』(도서출판 세상만사)은 대한민국 전도 위에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5년여 동안 가방을 메고 여행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남긴 결과물. 여행지에서 만난 각각의 인연들과 순간순간에 느꼈던 심상을 바로바로 글로 옮겨 시(詩)라는 틀에 맞춘 것이다.

39편이 실린 시집은 세 단락으로 구분돼 있다. 천(天, 13편)·지(地, 15편)·인(人, 11편)으로 묶어 ‘하늘은 시인이다’, ‘땅은 광명이다’, ‘사람은 눈물이다’라는 부재를 각각 달았다.

편집도 특이하다. 맨 앞장 한 장에 시 제목과 사진을 넣었다. 다음 장부터 시 본문이 들어가고 삽화가 곁들여 있다. 그 다음 장에 그 시에 대한 작가의 소회와 몇 장의 사진이 배치됐다. 사진집 같은 시집이고 시집 같은 사진집이다. 2015년 세계 최초 뇌 그림 전시로 널리 알려진 치산 조성일 화백의 삽화는 시집의 품격을 한껏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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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 실린 '인(人)'편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도자기 명인 한호연,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 수성당 무녀 최설희, 조각가 허길량, 산유화 자생식물원 김용연 원장, 매화나무의 명인 안형재 원장, 안동 하회별신굿놀이 이상호 예능보유자, 장승 명인 김종흥, 자죽염 공장을 운영하는 지인 등. 마당발 시인의 면면을 만나는 자리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의 제목은 ‘한복차림’. 생일을 맞아 전통한복을 입어보며 자신이 여성임을 느끼는 순간의 시심(詩心)을 다듬었다. 장미 한 송이를 들고 한복의 우아함을 드러내는 시인의 사진은 이 책의 압권(壓卷)이다.  

 배선희 시인은 37년간 세계 198개국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싶은 그녀는 때로는 소녀 같은 감성으로 때로는 여장부와 같은 강인함으로 시를 써나갔다. 19세기 조선 후기에 방랑시인 김삿갓이 있었다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세계여행가 시인 배선희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한국 최초의 여자여행 시집이기도 하다.

월간 『모던포엠』 엄창섭 주간(시인·카톨릭관동대학교 명예교수)는 “그녀의 시편들은 응축미가 다소 풀어져 느슨한 시적 감응을 불러주지만 미적 세계의 창조라는 고정관념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시적 상상력을 인자(因子)로 한 체험의 정체성에 의해 시흥(詩興)이 한층 고조되고 있음을 유념한다.”고 평했다.

“돌이켜보면 내가 시를 만나게 된 것은 어머니 때문이었다.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꽃과 인사도 시켜주셨고, 꽃향기의 아름다움을 예찬하시면서 시심을 일깨워주셨으며, 대우주와의 만남을 주선하시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새싹 속에서도 찾도록 해주셨다.”

지난 2월 시인으로 등단하면서 그녀가 쓴 당선소감의 일부 내용이다.

시인의 블로그 이름은 ‘페이지의 세상만사 체험여행’이다. ‘페이지’는 그녀의 닉네임. 2013년 네이버가 선정한 한국여행 분야 파워블로거가 됐다. 2014년 200만 페이지뷰를 달성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650만 뷰 돌파 기념 잔치를 열었다. 하루 평균 8만여 명이 찾아온다. 

그녀는 책에 ‘길’을 만들었다. 국내 최초의 ‘소통형·공감형’ 시집이다. QR코드로 블로그와 연동하고 블로그 댓글로 서로 소통하면서 다른 SNS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출가한 스님이 있을 정도로 독실한 불자집안에서 자란 시인의 법명은 청련화(靑蓮華)다. 1982년 입학한 동방불교대학 1기생이다. 불교와 관련 있는 한문공부를 더하고 싶어 한중 수교 전인 1987부터 1990년까지 중국에서 대학공부를 했다. 현대 중국유학생 1호인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배 시인은 "국제포교에 관심이 많아 대만의 고승인 진국사 광심 스님과도 교류 중이다. 광심 스님이 추진하는 세계불교대회를 국내에 유치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불교 콘텐츠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여할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