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일곱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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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요즈음 경기도 남양주시 지하철 공사장에서 폭발사고로 인명 피해가 나고 서울 구의역에서는 스크린 도어 점검 작업을 하던 열아홉 살 꽃다운 젊은이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나자, 정부와 국회는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만 이 요란스러움도 그리 오래 가지 않고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이제까지 그래온 것이 우리 정부이고, 그것을 그렇게 봐준 것이 언론이었으며, 이번에도 또 그럴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철수 오빠가 나에게 돈을 벌게 해준 수련원 공사가 엉터리인 것은, 공사 감독 형식으로 현장에 몇 달 동안 머물렀던 모씨가 잘 알고 있고 사무실에서 오빠의 수족과도 같이 온갖 아부를 다 하는 인사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내가 한 공사에 문제가 많았다며 ‘붕괴 위험성’까지 거론하자 오빠도 “아차!” 싶었던지, 그 모씨를 시켜 보수 공사를 하고 그 모씨가 운영하는 용역업체 사람들을 보내 수련원 안팎을 깨끗이 청소하는 쇼를 했다.

공적으로는 내가 공사를 부실하게 해서 벌어진 일이니 이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돈을 내게 내라고 해야 마땅하겠지만, 가족 사랑이 누구보다 돈독하신 우리 철수 오빠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이번에도 공사불이(公私不二)의 정신을 살려서 보수 공사비도 재단의 공금에서 처리하였다. 얼마나 멋진 오빠인가!

어쨌든 보수 공사를 마치고 난 뒤에는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도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셨는지 오빠의 말을 잘 듣는 또 다른 모씨가 대표로 있는 어느 회사 간부 수련회를 이곳으로 가게 해서 “붕괴 위험 같은 것은 없다”는 글을 쓰게 하였다. 멋모르는 사람들이 이 글만 보면, “정말 문제가 없는가보다”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글쎄 ……. 무엇보다도 내가 안 믿고, 철수 오빠가 안 믿고, 그 공사를 감독했던 모씨도 안 믿고, 오빠 조직의 직원들도 안 믿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왜? 우리나라 최고 대학교 법대를 나온 오빠의 인맥이 철옹성鐵甕城처럼 단단하게 법조계와 언론계를 두루 장악하고 있어서 보통사람들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일 때문에 오빠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살짝 두려운 생각도 든다. 그 최고의 대학교 나오고 대법관까지 지낸 사람들과 부장판사 ‧ 부장검사 지낸 사람들까지도 보통사람들의 입[말]에 오르내리다 구치소로 가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이 참 더러워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보통사람들이 감히 이런 어른들을 짓밟고 비웃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더라도 철수 오빠는 안전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배신하면서도, 오빠 뒤를 봐주는 한 분에게는 철저하게 아부를 해 와서 이번에도 그분이 오빠를 보살펴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이분마저 오빠의 진면목眞面目을 눈치 채는 날에는 ……. 휴우!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