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beneditto@hanmail.net 2016-06-17 (금) 10:31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여섯 번째 이야기
철수 오빠 이름에 얽힌 이야기를 해보자. 오빠 이름을 한자로는 鐵秀라고 쓰는데, 이것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쇠처럼 단단하게 자기 고집을 부리는 데에서 누구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아버님을 스쳐서 “그래, 이왕 그럴 거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라!”, 이런 마음을 잡숫고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 들었다. 아버님의 그 예감이 적중해서인지, 철수 오빠는 어느 곳을 가든지 그 단단한 자기 고집으로 조직의 화합을 깨뜨리는 데에서는 출중한 능력을 발휘했고, 자기 이익이 될 일을 찾아내기 위해 남의 일상과 조직의 문제점들을 엿보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써먹는 데에서도 매우 뛰어난 촉감을 발휘한다.
어떤 사람들은 오빠의 이름을 한자로 哲首라고 쓰기도 하는데 그것은 ‘철학계哲學界의 대부’처럼 군림하려고 일상 대화를 하면서도 데리다와 라캉을 예로 드는 등 동서고금의 철학자들 이름을 줄줄 외우는 데 놀란 친구들이 그렇게 붙여준 것이다.
철수 오빠가 어느 언론의 사장을 할 때에도 그 조직을 사유화하려다, 내부 조직원들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정책을 써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보려고 했지만 오빠의 이 탁월한 능력을 알아보지 못한 이들이 연임을 시켜주지 않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굴할 철수 오빠가 아니다.
자신의 연임을 도와주지 않았던 조직에 자리를 엿보아 한 자리를 꿰차자, 곧바로 이사회 구성원들을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로 바꾸는 작업을 야금야금 해서 결국 그곳의 최고 높은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리고 그 조직에서도 직원들을 전제왕권 시절의 졸병 다루듯 하고, 직원들 중에서 첩자 노릇 해줄 사람을 찾아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엿보아 오빠에게만 은밀히 보고하게 해서 이번에도 ‘분할 통치’의 진수를 맛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그 조직을 장악해서 동생인 나도 살려주고, 아들도 도와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추억의 나라인 프랑스 여행도 공적 출장을 가장해 매년 한두 차례 다녀온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 철수 오빠는 정말 탁월한 분이 분명하다. 물론 이 탁월함을 질투하는 이들 중에는, “나쁜 놈 …!”이라면서 욕을 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 오빠가 말과 글로 자신이 대단한 지성인인 듯이 쇼를 하는 데 속아서 오빠가 훌륭하다고 믿는 이들도 많다. 내 생각은 이렇다. 공조직을 망가뜨려서 욕을 먹을지라도 당신과 가족을 보살피는 철수 오빠는 ‘살공성사殺公成私’의 모범생이 분명하다.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