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영주지역 불교문화유산 답사기’] 3. 신라 불교 전래의 거점
 
한국의 불교는 삼국시대에 전래되었다. 먼저 고구려는 소수림왕 2년인 372년에, 전진(前秦:  315~394)의 왕 부견(符堅: 357~385)이 사신과 함께 순도(順道)를 보내 불상과 불경(佛經)을 전했고, 2년 후인 374년에 아도(阿道)가 들어와 성문사(省門寺) 혹은 초문사(肖門寺)와 이불란사(伊弗蘭寺)를 세운 것이 한국 사찰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백제(百濟)는 고구려보다 12년 늦은 침류왕(枕流王) 1년(384)에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東晋: 317~420)으로부터 왔는데, 왕이 직접 환영하여 맞이하는 등 예로써 공경하였다 하고, 이듬해 한산(漢山)에 절을 짓고 승려 10명을 양성했다.

고구려와 백제의 불교 전래 연도는 사실상 국가에서 불교를 공인한 시기로 아마도 그 이전에 두 나라 모두 불교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충족된 상태였다고 본다.

신라의 불교 전래 양상은 고구려와 백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전래 시기 또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라불교의 초전에 대해서는 『삼국유사』에서는 제13대 미추왕(味鄒王: 262~284) 2년(263)에 고구려의 승려 아도(阿道)가 와서 불교를 전했다는 설과 19대 눌지왕(訥祗王 417~458) 때 고구려의 승려 묵호자(墨胡子)가 선산 모례(毛禮)의 집에 머물러 불교를 선양했다는 설, 또 21대 소지왕(炤知王(혹은 비처왕): 재위 479~500) 때 아도화상(阿道和尙)이 시자(侍者) 세 사람과 같이 모례(毛禮)의 집에 있다가 아도는 먼저 가고 시자들은 포교했다는 설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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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자의 설화가 전해지고 있는 충북 단양군 가곡면 향산리에 있는 향산사지와 보물 제405호 3층 석탑.

이상의 신라 초전과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면 일선군, 즉 지금의 선산(善山) 지역이 모두 언급되고 있다. 선산 지역은 문경 새재(계립령)와 영주의 죽령에서 각각 흐르는 지류가 합류하여 낙동강을 이루어 흘러가는 지점의 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선산은 낙동강 수로를 통해 경주로 향하는 거점도시였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라의 불교 초전 기록 중 고구려에서 온 사문 묵호자가 일선군에 왔다고 한 점과 양나라에서 보낸 향의 용도를 알기위해 나라 안을 돌아다니던 중 묵호자를 만난 일은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신라불교 초전의 길을 어디였을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계립령과 죽령을 들 수 있다. 묵호자나 아도가 계립령을 넘었다면 바로 문경을 거쳐 바로 선산에 이르렀을 것이지만, 죽령이었다면 지금의 예천과 문경 지역을 통과했을 것이다.

계립령과 죽령 이북 지역인 충주와 단양의 역사를 살펴보면 충주는 5세기 후반까지 백제의 영토였다가 이후 고구려의 영토가 되었고, 다시 6세기 중반인 551년에 신라의 영토로 병합된다. 단양 지역은 551년 이전까지는 고구려의 영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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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영토였던 단양에서 신라로 들어오는 관문인 죽령으로 불교가 신라로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죽령은 중앙고속도로와 철도 중앙선이 터널을 통해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고구려의 사문 묵호자가 눌지왕 재위기간인 5세기 초에서 중반 무렵 신라로 넘어왔다면, 당시 고구려의 영토였던 죽령을 통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후 비처왕 때 아도화상이 신라로 온 경로 또한 당시 삼국간의 국경을 감안한다면 죽령을 통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립령의 배후 도시인 현재의 충주 지역은 최근 4세기경에 유지되었던 백제의 제철 유적이 확인됨에 따라 이 지역을 통한 고구려인의 통행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392년 고구려의 백제 석현성(石峴城) 공략 등 4세기에서 5세기 백제와 고구려와의 관계를 종합해 보면 고구려 승려나 민간인이 충주 지역을 통과하여 신라로 넘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는 의상과 원효 스님이 당나라로 첫 번째 유학을 시도했던 7세기 중반 당시 고구려와 신라의 관계 악화로 인해 두 스님이 당으로 가던 중 고구려 군에게 잡혀 억류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단양군에 구전되는 설화 중 단양군 가곡면 향산사지(香山寺址)에 얽힌 것으로 향산사는 눌지왕 대 신라에 불교를 전한 묵호자가 창건했다고 한다. 현재 향산사지에는 보물 제405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3층 석탑이 남아 있다. 이처럼 고구려 불교의 남전 즉 신라로의 전래는 죽령을 통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기에 묵호자가 선산 지역에서 포교활동을 했던 눌지왕 대는 고구려와 관계가 우호적인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백제 점령지역인 충주를 거친 계립령보다는 고구려 관할인 단양을 거쳐 죽령을 넘어 선산에 이르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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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영토였던 단양에서 신라로 들어오는 관문인 죽령으로 불교가 신라로 전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재의 죽령 남쪽 전경.

이후 소지왕대에 이르러서는 왕이 친히 선산 지역을 방문하여 수해를 입은 백성들을 위로하고(483년), 선산의 사회적 빈곤계층(홀아비(鰥), 과부(寡), 고아(孤), 독거노인(獨))을 위문하고 곡식을 내렸으며(488년), 497년에는 내기군(奈己郡(영주))에 행차하여 군인(郡人) 파로(波路)의 딸 벽화(碧花)를 취하여 왕궁 별실(別室)에 두고 아들 하나를 낳았다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군인(郡人) 파로(波路)의 관직은 눌지왕대 묵호자를 자기 집에 은거케 했던 모례(毛禮)와 같은 직책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당시의 정세와 기록을 통해 볼 때 육로를 통한 신라불교의 초전 루트는 죽령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이후 영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6세기부터 7세기, 즉 신라의 불교공인 이후 통일신라까지의 시기에 이 지역에서 조성 및 출토된 석불과 금동불 등의 사례로 볼 때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보다는 먼저 당시의 불교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