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 전체기사
"방한 불허는 자주국가 위상 해치는 것"
배희정 기자 chammam79@hanmail.net 2016-06-02 (목) 17:37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이 달라이라마의 방한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대한민국의 처사는 매우 부당하다"면서 "자주국가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사진)은 6월 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린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상임대표 금강 스님, 공동대표 진옥 스님 박광서 교수, 이하 추진회) 주최 국제포럼에서 축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응 스님은 모든 티베트인과 티베트 스님들도 자유롭게 방한하는데 오직 달라이라마 존자만 방한하지 못하고 있음을 문제 삼으며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현행 대한민국 법률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직 대한민국 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스님은 만일 중국 정부가 대한민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이는 중국정부의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이자, 그에 순종하는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설명했다.
중국정부에도 "이젠 종교지도자인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면서 "다른 나라에게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왜 대한민국에만 특별히 압력을 넣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응 스님은 추진위의 달라이라마 초청이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지하거나 중국 정부의 티베트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평화와 자비에 대한 설법을 듣는 종교적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응 스님은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으며 이제 달라이라마가 방한할 수 있도록 결심해야 할 때"라면서 정부에 금년 중 방한이 가능하도록 용단을 내리고 중국 정부를 설득하라고 요구했다.
또 티베트인들의 문제가 평화적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며,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응 스님은 중국과 한국의 정부에 81세의 연로한 종교지도자에게 더 이상 가혹한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면서 대한민국을 방문해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참배하고 싶어 하는 그 분의 꿈을 이루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같은 현응 스님의 축사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청중들 사이에서는 "역시 현응 스님", "통쾌하다"는 등의 호평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하 현응 스님 축사 전문.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위하여
현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육원장)
1.
이번 세미나의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큰 성과를 거두기를 축원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세계적인 종교지도자입니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대한민국 법률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오직 대한민국 정부의 정치적 고려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정치적 고려를 제외하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라싸나 인도 다람살라에 자유롭게 왕래하듯이, 모든 티베트인과 티벳 스님들도 자유롭게 방한하고 있습니다.
오직 달라이 라마 존자께서만 방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라이 라마의 대한민국 방한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처사는 매우 부당하며, 자주국가의 위상을 손상시키는 일입니다.
현재 달라이 라마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 방문하지 못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달라이라마는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지역을 위시해서 가까이로는 대만, 일본 등 모든 나라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방문 시의 활동내용도 종교 활동에 국한할 뿐, 어떠한 정치적 주장이나 행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만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중국 정부가 대한민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이는 대한민국에 대해 중국정부가 심각한 주권침해 행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이런 주권침해 행위에 순종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중국정부도 이젠 종교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더 이상 정치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왜 다른 나라에게는 문제 삼지 않으면서 유독 대한민국에만 특별히 압력을 넣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입장에선 가장 예민할 수 있는 북한 지도부 인사의 방중을 대한민국이 전혀 문제 삼지 않고 있음을 중국정부가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불교도와 국민들이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바라는 일은 티베트 망명정부를 지지하거나 중국정부의 티베트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우리는 티베트인들의 문제가 평화적으로 잘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며, 중국의 티베트 정책에 개입할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종교적 목적으로 그의 평화와 자비에 대한 설법을 듣기를 원할 뿐입니다. 달라이 라마를 종교지도자로서, 불교의 큰 스승으로서 대한민국에 초청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도 달라이 라마가 방한할 수 있도록 결심해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했습니다. 2016년 금년 중에 가능하도록 용단을 내리고 중국정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81세의 연로한 종교지도자에게 더 이상 가혹한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지 말기를 중국과 한국의 정부에 강력히 요청합니다. 대한민국을 방문해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참배하고 싶어 하는 그 분의 꿈을 이루게 해 주시기를 한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합니다.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던 것처럼 달라이 라마께서도 방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2.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의 요체는 평화와 자비, 그리고 관용의 가치가 구현된 인류사회를 구현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고난을 겪으면서 이러한 가르침을 티베트인들의 마음속에 성숙시키고, 세계인의 마음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식민지, 분단, 전쟁 등의 고난이 있었습니다. 그 고난의 속성은 티베트인들이 겪어온 것과 대동소이합니다. 제국주의의 침탈과 이데올로기가 빚은 폭력은 아직까지 파괴, 상처, 분단의 상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평화와 자비, 그리고 관용을 강조하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은 이러한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한국인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달라이 라마를 존경하는 것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20세기의 고통을 그가 증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고통을 종식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평화, 자비, 관용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오늘 한국에서 달라이 라마를 호명하는 까닭은 그가 주장하는 가르침에 연대하고자 함입니다. 우리 불교도들은 자비, 평화, 관용의 정신이야말로 이 땅에서 한 때 벌어졌던 전쟁과 살상, 분단과 대립을 넘어서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이룰 수 유일한 힘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