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의원 전원에게 “힘겨운 국민 잊지 말라” 서신 전달
‘잡보장경’ 내용 첨부해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걸어갈 것’ 당부도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 부려 만용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조계종의 쓴 소리’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이 제20대 국회 개원에 즈음하여 지난 6월 1일자로 300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잡보장경’ 경전내용 일부와 목장갑 사진 한 장을 발송해 화제다.

법응 스님이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서신을 발송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는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고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각계의 상층부가 가치관을 상실해서 중심을 잃고 들떠 있어 국민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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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갑 사진을 보내는 뜻에 대해 법응 스님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국민들이 목장갑을 끼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해서 늦은 오후에 벗는 것으로 지친 하루를 마감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 도처에서 불평등과 차별이 고착화 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과 불리한 조건 하에서 일하고 있다”며 “혹여 20대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초심이 흐려지거나 나태해지게 되면 막장갑에 의지하여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그 많은 국민들을 생각해 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법응 스님은 나라 안팎으로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국민의 안위와 전체 국익보다는 차기대선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서로 반목하느라 정치권과 사회가 더욱 혼탁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국민을 평안하고 행복하게는 못할지언정 불안과 위기로 내모는 정치가 돼서는 안 될 것이며, 종교계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법응스님이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잡보장경> 일부와 서신 ‘제20대 국회의원 여러분께!’ 전문이다.

걸림 없이 살 줄 알라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며,
주고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 이에게 편안함과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제 몸 위해 턱 없이 악행하지 말고,
핑계대어 정법을 어기지 말며,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 내거나 질투하지 말라.
이기심을 채우고자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 부려 만용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모습이다.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중도를 지켜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님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임금처럼 위엄을 갖추고, 구름처럼 한가로워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 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때와 처지를 살필 줄 알고, 부귀와 쇠망이 교차함을 알라.
이것이 지혜로운 자의 삶이니라.
-<잡보장경> 중에서

 제20대 국회의원 여러분께!

의원님 늘 청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법응(法應)이라 합니다.
우리 사회와 불교계를 위한 다양한 의견 및 정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20대 국회의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우리 국회는 국민에게 희망과 더불어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실망을 안겨준 일들의 기억이 생생하기에 적지 않은 국민들의 심저에는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잠재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저는 국회의원 여러분의 전문적 지식과 식견 그리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그 어느 공직자보다 넓고도 깊다고 생각합니다.

한 분 한 분이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의기구로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과 아울러, 그 첫 마음을 20대 국회회기 내내 간직하시기를 바라며 목장갑 사진과 <잡보장경>의 경구를 적어 보내드립니다.

아시다시피 목장갑은 막장갑으로 불립니다. 육체노동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들이 일상에서 늘 목장갑을 사용합니다. 노동자, 농민 등 대다수의 국민들이 목장갑을 끼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서 늦은 오후에 벗는 것으로 지친 하루를 마감합니다. 

한국사회 도처에서 불평등과 차별이 자행되고 있으며, 대다수의 국민이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음을 늘 의식하시기 바랍니다.

사무실에 이 목장갑 사진을 비치하시고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을 상기하셔서 대의기구 본연의 기능에 소홀함이 없도록 당부를 드립니다.

동봉한 <잡보장경>의 경구를 종교를 넘어서 읽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인간은 때로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존귀함을 잊고 보다 큰 힘을 가진 권력 앞에 초라해지고 주눅이 들거나 아첨하게 되며, 그로인해 부정과 타협하고 정의롭지 못한 줄을 알면서도 동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찍이 원효 성사께서는 “헛된 것은 지각없는 생활이요 헛되지 않은 것은 본래의 의미를 회복해 가진 삶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때, 혹은 전체 국민의 복지와 안녕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사익의 경계에 직면하시게 될 때, 그때 동봉한 <잡보장경>의 경구를 한 번 새겨보시고 만의 하나라도 불의한 일이나 사사로운 이익과 타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고 모범을 보여줘야 하는 각계의 상층부부터 가치관을 상실해서 중심을 잃고 들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나라 안팎으로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국민의 안위와 전체 국익보다는 차기대선 경쟁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서로 반목하느라 정치권과 사회가 더욱 혼탁해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국민을 평안하고 행복하게는 못할지언정 불안과 위기로 내모는 정치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종교계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20대 국회, 그리고 국민과 국가만을 위해 봉사하는 청정하고 부지런한 국회의원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거듭 20대 국회의 개원을 축하드립니다.
의원님의 건강을 빌며, 부디 후회 없는 임기가 되기를 앙축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2560(2016)년 6월 1일
불교사회정책연구소 法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