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6-06-01 (수) 22:05화엄행자 자훈 스님 <해인>지 4년 연재물 보완 단행본으로
그림으로 이해하는
화엄경 80변상도 이야기
자훈 지음, 사유수
384쪽, 6만5000원
화엄경은 부처님이 광명으로 우주법계를 보여주고 그 위신력으로 보살들이 부처님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으로 대승경전의 꽃으로 불린다. 조계종의 전국승가대학에서 대교반의 필수과목이기도 하다.
변상도(變相圖)란 불교에 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그림이다. 해인사에는 <고려대장경 화엄경팔십변상도>가 있다. 방대하고 심오한 화엄경 교의를 함축해서 그린 세계 유일의 목판화이다. 이 책에 실린 80변상도는 중요무형문화재 임석환 불화장이 해인사판을 원본으로 철저하게 고증해서 재현한 채색화이다.
서울 성동구 금호동 금강선원장 자훈(慈焄) 스님이 80장의 변상도에 경전의 말씀을 입혔다. 최근 서울 조계사 부근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스님은 화엄경과의 인연이 운명처럼 다가왔다고 회고했다.
“1990년 문경 봉암사 법당에 화엄경팔십변상도 벽화 불사가 있었습니다. 벽화 설명을 돕기 위해 변상도 원고를 정리하는 일에 동참했고 이후 <화엄경팔십변상도 주해서>를 출간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2011년 해인사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기념행사 인연으로 <해인>지에 ‘화엄경 팔십변상도’를 4년간 연재하게 됐지요.”
당시 월간 <해인> 편집장 종현 스님은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던 화엄경을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어 독자들의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스님이 처음 해인사 <고려대장경 화엄경팔십변상도> 목판 인쇄본을 대했을 때 금방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그림이 복잡해보이고 막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친절하게도 그림 속에 내비게이션처럼 명패가 기록돼 있었다. 경전과 대조해 내용을 하나하나 확인해갈수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불보살의 세계가 깊고 넓고 오묘해서 마치 엄청난 역사에 동참하고 있는 듯 환희로웠다.
“변상도를 접해보니 불화와 함께 경전을 이해하는 것이 참으로 좋은 방법임을 알았습니다. 이때부터 화엄경 관련 서적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고 각국의 화엄성지 순례와 답사를 하면서 박물관에 들러 자료를 모았습니다.”
변상도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스님에게는 걱정이 생겼다. 변상도 각 권의 그림은 경전 내용 순서를 따른 것이 아니라 경전 앞이나 중간, 뒷부분의 중요한 대목을 골라 표현한 것이었다. 따라서 연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점을 보완해 변상도 그림 속에 명패로 새겨진 부분을 중심으로 경전 내용을 충실하게 정리하는 방법을 취했다. 자훈 스님은 “각 권마다 중요한 부분은 거의 조각으로 표현돼 있고, 화엄경의 주옥같은 내용이 다 들어 있어서 거듭 감탄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훈 스님은 운문사 강원에서 처음 화엄경을 배웠다. 그때의 강주는 명성 스님이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회주가 된 명성 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후학의 노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훈 스님은 강원 졸업 후 계속 화엄경을 심화연구했고, 화엄경과 관련된 아시아의 여러 유적지를 직접 가서 보고 확인하면서 화엄의 도리를 나름 체험했다. 매사에 진실하라는 ‘즉사이진(卽事而眞)을 실천하고자 애쓰는 후학의 노력이 참 아름답다.”
책 뒤 부록에는 국내외 화엄성지 소개 글과 화엄경의 체계와 구성을 쉽게 전해주는 ‘화엄경 도표’가 수록돼 있다. 이와 함께 해인사 목판 화엄경변상도 명패에서 잘못 새겨진 부분 12곳을 바로잡아 실었다.
자훈 스님은?
운문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비구니계를 수지하고 선원 안거 후 중앙승가대학 불전국역연구원에서 화엄학을 전공했다.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와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수료하고 동국대 역경원에서 고려대장경 역경에 참여했다.
조계종 표준의례 편찬위원으로 위촉받아 참여했으며 경전연구회 회원으로 13년째 경학을 연구하고 있다.
◆ 저서
『화엄경 팔십변상도 주해서』 엮음
『화엄경 현담』 불전연구원 공역
『천불천배 참회발원 기도집』 편저
동국대역경원 고려대장경 『불십력경, 불설지명장팔대총지왕경, 불설보현만수라경, 불설최상의다라니경, 불설성육자대명왕다라니경, 불설대위덕금륜불정치성광여래소재일체재난다라니경』 등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