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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로 가는 길
박재완 글·사진, 연암서가
304쪽, 1만5000원

사진기자로만 알았다. 박재완이 어느 날부터인가 글을 쓰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재직하는 매체에서였다. 사진 한 장과 짧은 글이 울림을 줬다.

석탑이 말을 걸어온다. 석탑 앞에 서서 두 손을 모으면 석탑은 어느 시대의 것인지도 모르는 언어로 답을 한다. 촛불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내는 숨은 글씨처럼 바라보는 마음 따라 서서히 암호 같은 그 언어를 드러낸다. <기도>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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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이 지나쳤지만 그 석탑과 대화를 나눈 이는 매우 드물었다. 석탑은 아무에게나 말을 걸지 않았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이는 직장 상사였다. 그 상사의 추천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추천의 근거는 신문에 실렸던 포토에세이였다. 이 책의 1부 ‘사찰 속 풍경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2부 ‘산사로 가는 길’에는 표제작과 함께 ‘일신수필’, ‘어머니의 관세음보살’ 등 11편의 수필이 실려 있다. 3부는 산사 기행문 25편을 담아 ‘절로 향하는 마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마지막 4부는 ‘절 속의 문화읽기’. 문학과 영화의 무대가 된 사찰 18곳을 다녀온 기록이다.

박재완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 것은 눈[眼] 너머로 보이는 세상, ‘풍경’이었다. 산사의 기록들 역시 풍경에서 시작됐다.

빛바랜 풍경이 천 년 전의 발자국을 보게 했고, 그 발자국 위를 걷다보면 멀고 먼 시절이 전해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들이 풍경 밖에서 말하는 역사였고, 전설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글과 그 풍경들을 묶었다. <책머리에> 6쪽

맹란자 수필가는 추천사에서 “박재완의 수필은 맑은 언어로 기록된 구도의 여정기(旅程記)라 할 수 있다.”며 “카메라맨이 피사체를 줌인 하듯 깊은 동굴 속 자기를 응시하며 독자에게 통찰의 깊은 울림을 준다.”고 찬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완 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해설하면서 “우리는 운 좋게도 산문가로서 빼어난 능력을 가진 박재완이란 사람을 거저 얻었다. …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작가다. 그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부디 당대에 일가를 이르시길.”이라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박재완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2014년까지 <현대불교신문>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비종교인이었던 작가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불교와 가까워졌다. 많은 시간 천년고찰의 산사를 오가며 그 불가적(佛家的) 풍경의 느낌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재직 중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 1·2」와 「절 속의 문화 읽기」, 「불교 사진 이야기」, 「신 사찰 건축」, 「갤러리 색즉시공」 등을 연재했다. 「박재완 기자의 사찰 풍경 2」와 「절속의 문화읽기」로 2008년과 2010년에 한국불교기자협회가 수여하는 한국불교기자상(사진영상 보도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에세이스트>로 등단했고, 「텅 빈 운동장」으로 2015년 <에세이스트>의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