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⑤ 낙동강1

크게보기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크거나 작거나 모든 중생이 행복하길

우리는 금강순례를 마무리하고 5월5일 어린이날 오전 9시 낙동강 하구언 을숙도 물문화관에 모였습니다. 그곳에는 수행길 팀들을 포함하여 지역의 환경단체와 불교단체에서 오신 총 25분이 참여하였습니다. 우리는 다시 출발선에 섰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강에 대해, 물에 대해, 물고기에 대해, 새들과 풀벌레들에 대해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야말로 널려있어 흔한 것들이고, 언제라도 거기 그렇게 풍성하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무한정 쓰고 버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무관심했습니다. 우리가 강을 순례하면서 느낀 것은 이 보잘것없고 하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성찰입니다. 우리가 매일 2번씩 낭송하는 자애경의 말씀처럼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거나, 길거나 크거나 중간이거나 짧거나 거대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깝거나 멀거나, 이미 있거나, 앞으로 태어날 모든 중생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간 안에 걷는 것만 신경 쓴다면 목표와 결과지향적인 양적 효율성을 따지는 물질사회의 논리에 포섭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정 지향적이고 관계 지향적인 삶을 돌아보는 중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새의 눈으로, 물고기의 눈으로, 지렁이의 눈으로, 바위가 되고 물이 되고 풀이되어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4대강을 수행도량이라고 생각하며 걷고자 했습니다.
 
물고기들의 감옥이 된 1300리길 낙동강

낙동강은 태백황지에서 시작하여 1300리길로, 이 권역에 사는 사람들은 약 1,311만 명으로 전인구의 27%가 먹고 마시는 생명줄입니다. 낙동강은 수 천 년 넘게 문화와 역사, 사상과 생활이 녹아든 어머니 품과 같은 젓줄이자, 국토의 핏줄인데도 급기야 4대강 개발로 한순간에 댐과 보로 막아버렸습니다. 40년간 낙동강을 지켜온 김상화 낙동강공동체대표는 강물은 단순히 물길이 아니라고 합니다. 강에 사는 동물과 식물, 농사짓는 유역의 농부와 시민, 묵객 등 모든 이들의 삶이 담긴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짜여 함께 살아온 생명공동체라고 강조하십니다.

낙동강은 본래 얕은 강입니다. 평균수심이 불과 1m입니다. 그래서 모래톱이 많습니다. 실제 하천에 물길을 중심으로 넓은 모래톱이 있어야 서식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생명종들이 모여 사는 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가 생기고 수심이 7-11m로 깊어지면서 낙동강은 경천동지하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수심이 깊어지다 보니 새들의 산란터가 없어졌고, 얕은 물에 적응하며 살던 물고기들이 사라졌습니다. 더 이상 살수 없게 되었습니다.

강물에 칸칸이 보(댐)를 세우면서 유속이 10배정도 느려졌습니다. 느려지다보니 강물이 햇볕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러자 결국 물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강물이 따뜻해지면 결국 녹조가 번성하는 좋은 조건이 됩니다. 이 많아진 녹조가 물속의 산소를 모두 소비하기 때문에 물속 산소가 고갈됩니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호흡하기 위한 산소가 부족해 질식사합니다. 물고기는 강물오염의 독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대부분 이렇게 질식사해서 폐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낙동강은 물고기들에겐 <감옥>이라고 김상화 대표는 말하면서 옛날부터 강의 모래와 물은 부부관계인데 낙동강의 모래 4억3천 만 톤을 퍼낸 일은 낙동강의 자궁을 들어낸 것이라고 표현하십니다.

낙동강의 정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하구언
 

크게보기

낙동강 하구언에서 순례단 단장 법일 스님의 말씀과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의 인사말씀을 듣고 자애경을 읽으며 생명에 대한 명상을 하고 출발했습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작년 2015년 9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본인의 공약인 낙동강하구둑 개방에 나서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2017년까지 부분개방하며 점차 적응을 준비하다가 2025년까지는 완전개방하겠다는 발표입니다. 논란은 많지만 오랫동안 낙동강살리기 운동을 해온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구언 초입에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강가 생태습지는 버드나무, 갈대, 부들 등 식물군을 이루며 강변의 생물다양성과 정화, 도시의 산소공급까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토건족과 개발론자들은 이를 막무가내로 밀어버리고 공원화, 육지화하고 있다고 함께 참여한 생명그물 구인경 대표는 안타까워합니다.

김익중교수의 “탈핵은 가능하다”

불교환경연대의 공동대표이자 탈핵운동가인 김익중 교수도 종일 순례팀과 같이 걷고 난 뒤 저녁에 탈핵강의를 해주셨습니다. 국내 가동하는 원전은 총 24개이며, 4기의 원전이 현재 건설 중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핵발전소의 의존도는 세계 4위입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전 세계 최하위권인 82위입니다. 미국, 소련, 일본 등, 세계에서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순서로 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숫자로 보면 우리나라가 그 이후 순서가 될 것이라고 김익중 교수은 염려하십니다. 전 세계는 이미 탈핵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합니다.

실제 세계 제3위의 원전대국인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뒤 13개월마다 정리점검을 위해 차례차례 가동을 중지하고 재가동하지 않아 사고 약 1년 뒤에는 54기의 원전이 모두 가동중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의 전기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입니다. 신재생에너지의 이용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핵마피아나, 난개발과 건설을 조장하는 토건마피아나 모두 소수세력들의 이익중심의 개발론자들입니다. 물론 아낄 줄 모르고 전기를 쓰는 우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어민,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민

크게보기

함안보 어도

34일째인 5월 6일, 낙동강 둘째 날에는 김해의 어촌사랑협회 어민들과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을숙도 하구언과 합천사이에서 조업을 하는 분들입니다. 강의 개발로 토종물고기가 사라졌고 외래어종들인 베스와 블루길이 넘쳐나며, 그나마도 오염된 강의 물고기라는 인식으로 식당운영이 안 돼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증언합니다.
 
또 5월 13일에는 창녕지역농민회 김창수 회장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비닐하우스농사하시는 분들이 사용하는 지하수에서 계란 썩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뻘이 올라오고 있어 비닐하우스 농사짓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본류로 들어가는 계성천과 영산천에는 갈수기인 작년 10월에 녹조를 죽어 부패하여 흑조가 되어 있고, 강물이 호수처럼 많아져 안개 끼는 날이 증가하여 과거에는 9-10시에는 걷혔는데, 지금은 12시까지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안개가 끼면 농작물이 햇빛이 부족으로 광합성을 할 수 없어 생장이 잘 안되고, 특히 비닐하우스는 땅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온풍기를 돌려야 합니다.

과거 농지로 사용하던 둔치를 모두 없애고 공원으로 만드는 바람에 농지부족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정말 운 좋게도 4대강 건설이후 매미나 루사급의 태풍으로 인한 큰물피해가 없이 넘어갔지만, 앞으로 심각한 태풍이 올수 있기 때문에 비상대피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낙동강의 잔도, 자전거길의 사람들

낙동강을 걸으면서 우리는 계속 미세먼지 경보를 들어야 했습니다. 낙동강 초입동안 뿌연 하늘을 바라봐야했고 우리는 마스크를 쓰고 순례를 해야 했습니다. 물금역에서 원동역 중간에 황산잔도가 있습니다. 이어 작원잔도가 있습니다. 잔도(棧道)란 절벽에 나무나 돌을 선반처럼 쌓아 만든 아주 좁은 벼랑길입니다. 험하지만 통행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길입니다.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최단거리의 간선도로로 행정과 군사, 통신, 교통의 중심축이었던 영남대로(嶺南大路)는 물금의 황산잔도, 삼랑진의 작원잔도, 문경의 관갑천잔도 등 3곳의 잔도로 유명합니다. 원동과 삼랑진의 두 잔도 유적지를 지나는 낙동강의 전경은 가히 일품입니다. 강변 좌우에 늘어선 산과 강의 조화가 아름답고 짙은 녹음과 어우러져 강물위에 어른거리며 속삭이는 듯합니다. 그러나 보이는 강물 위는 아름답지만 보이지 않는 강물 속은 그렇지 않아 가슴이 아픕니다.

대부분 4대강가는 양안 모두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자전거 도로는 하나같이 도로양옆에 가드레일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은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근 주민들과 사람들에게는 강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는 담벼락이 됩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대도시 근교이거나 휴일에는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평일에는 10여명정도 밖에 만나지 못합니다. 우리가 걸으면서 자전거라이딩하는 분들을 만나면 손을 흔들며 인사말을 합니다. 대체로 같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화답해 줍니다. 몇몇 분들은 격려의 말씀을 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를 발견한 지역주민들이 와서 음료수를 가져다주면서 격려해주기도 합니다. 대체로 많은 분들이 반가이 맞아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에 여러분의 동참을 기다립니다

 

4대강 수행길은 생명과 자연을 몸으로 느끼며 하나임을 자각하고,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성찰하며
묵언, 기도, 명상 등의 수행을 하고 지역의 주민과 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대화하며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순례입니다. 함께 순례에 동참하실 분, 그리고 후원하실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 순례동참 : 하루, 1박2일, 또는 구간별로 참여가능하며 식사와 숙박은 본인이 준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화 :02-720-1654 . 010-3269-2516)

 

● 후원동참 : 국민은행 023501-04-152336 불교환경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