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자 작가 2년간 열네 번 인터뷰 … 일차 기록 완성

어떻게 살 것인가
설정 스님·박원자 지음, 나무를 심는 사람들
320쪽, 1만4000원

크게보기

불가의 스님들은 무리를 지어 산다. 세속에서 성(姓)에 따라 대를 이어오며 문중을 이루듯 불가에서는 은사와 제자로 이어지며 큰 절을 중심으로 문중을 형성한다. 큰 산에는 큰 절이 있고, 큰 절에는 어른 스님이 있다. 수덕사 설정 스님은 덕숭산의 큰 어른이다.

스님은 열네 살이던 1954년, 아버지의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들렀다가 그대로 출가해 이듬해 원담 스님의 상좌가 된다.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해인사 강원을 마쳤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학교 원예학과에 들어가 31세에 대학 생활을 시작한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도 회자된다.

대학 다닐 때는 철학, 국사, 문화사를 좋아했다. 한때 『원효 대사』를 쓴 이광수의 전 작품을 비롯해 여러 문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황하기도 했다. 군대 시절엔 연애편지를 대필해 준 적도 있었다. 그 중 한 커플은 결혼하여 지금도 잘 산다고 한다. 그러나 ‘선가에서는 책도 보지 못하게 하는데 글을 쓴다는 것은 번뇌 망상을 끌어안는 도구가 아니겠느냐.’는 어느 도반의 충고를 듣게 된다. 글을 쓰다가는 망상꾸러기가 되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고 그때까지 쓴 글이 담긴 노트를 모두 불태우고, 글을 써 보려고 했던 생각마저 접어 버린다. 스님은 당시 이야기를 하면서도 선가의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아 후회를 많이 했다고 소회한다.

수덕사와 정혜사에서 사는 동안 전강 스님, 송담 스님, 탄성 스님 등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선사들과 지내며 참선과 농사가 하나인 선농일치의 삶을 몸으로 익혔다. 여든이 가까워지는 산중의 최고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후학들과 함께 지금도 여전히 하루 여덟 시간 정진하고 일하며 농사짓는다. 많은 후학들이 ‘가장 스님다운 스님’으로 칭송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수덕사 본사 주지와 조계종 종회의장을 역임한 스님은 마침내 총림의 큰 어른 자리에 올랐다. 2009년 덕숭총림의 4대 방장에 취임했다.

책의 1부는 설정 스님의 삶과 수행 이야기다. 전체의 절반에 이르는 분량이다. 그동안 큰 산의 큰 어른이면서도 제대로 정리된 기록이 보이질 않았다. 스님의 상좌 주경 스님과 수행자 인터뷰 전문가인 박원자 작가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지만 정작 설정 스님의 허락을 받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이후 2년여에 걸쳐 열네 번의 인터뷰가 진행돼 마침내 책이 완성됐다.  

2부 제목이기도 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님이 들려주는 대답은 어렵지 않다. 참생명인 나를 찾는 것이며,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그 가치관에 따라 지혜롭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리에서 보람을 느끼며 사명감을 가지고 주인 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3부 ‘수행자가 가야할 길’에서 스님은 명예를 위해 자신을 천하게 만들지 말라면서 늘 청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음속에 규칙을 가지고 절제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행에 철저하고 사명감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일만 하는 승려는 일꾼이지 수행자가 아니며,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반드시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 경제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4부에는 한국 선의 전통인 경허 선사에 대해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경허 스님뿐만 아니라 만공 스님, 수월 스님 등 경허 선사의 뜻을 잇는 제자에 대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