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근 불교담론] 현대불교에서 깨달음의 의미⓹- 현대불교의 깨달음
“깨닫기 위한 명상이라면 불필요…깨달음의 내용에 맞게 살아가면 돼”

깨달음 논쟁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신의 견해를 개진했던 김왕근 붓다로살자 편집장이 '현대불교에서 깨달음의 의미'를 주제로 자신의 담론을 펼친다. 이에 <미디어붓다>는 김왕근 편집장의 글을 게재하기로 했다. 단 김왕근 편집장의 견해가 미디어붓다의 논지 및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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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불교에서 깨달음의 의미

1, 깨달음이란?
2. 브라만교의 깨달음
3. 싯다르타의 깨달음
4. 대승불교의 신비주의
5. 현대 불교의 깨달음

불성(佛性) 개념의 재 규정

인간에게 부처의 성품인 불성(佛性)이 있고, 여래가 될 씨앗인 여래장(如來藏)이 있으며, 온 우주를 꿰뚫어볼 수 있는 일심(一心)이 있지만 이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학’이나 ‘논리’가 아니라 ‘믿음’이 있어야 한다면 이는 불교의 이론이 아니라 브라만교의 이론이며 미신(迷信)에 불과하다. 또한 이 불성, 여래장, 일심에 도달하기 위해서, 즉 나의 ‘마음’의 실체를 깨닫기 위해서 세속의 생활을 버리고 이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면 불교는 사회를 개혁할 수 없으며 사회와 동떨어진 그 무엇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음’을 가리키는 이 불성, 여래장, 일심이라는 언어들을 폐기해야 하는 것일까?

‘마음’은 불교의 핵심 주제다. 중국 선종의 창시자 달마(達磨)에게 혜가(慧可)가 찾아가 “마음의 불안을 없애 주십시오”라고 했을 때 달마는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라”고 함으로써 혜가를 깨닫게 했다. 3조(祖) 승찬(僧粲)이 혜가를 찾아가 “해탈의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을 때, 혜가는 “누가 너를 구속하는가?”라고 묻고 “구속하는 사람은 없다”는 대답을 끌어낸 다음 “그럼 어째서 해탈을 구하는가?”라는 질문을 함으로써 또한 승찬을 대오(大悟)케 했다. 한자경 교수는 이와 같은 ‘깨달음’을 “‘불안한 마음’을, 혹은 ‘나를 구속하는 자’를 찾는 과정에서 문득 ‘불안을 바라보는 마음’, ‘자기를 구속하는 심층자아’를 발견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불안을 바라보는 마음’ 혹은 ‘자기를 구속하는 심층 자아’라는 것이 인간 안에 정말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일까? 무시(無始) 이래의 업(業)을 모두 함장(含藏)하며 무한의 공간을 다 반영하는 신비한 아뢰야식이 인간의 마음 안에 내장되어 있으며, 그것을 보기만 하면  우주의 모든 신비를 다 풀어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그런 심층 자아를 본다면, 그 ‘심층 자아’와 ‘심층 자아를 보는 나’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심층 자아’가 진짜 나이고 그 ‘심층 자아를 보는 나’는 가짜인가? 아니면 ‘심층 자아’와 ‘심층 자아를 보는 나’는 같은 것인가? 만약 둘이 같은 것이라면 이건 도대체 무슨 얘기가 되는가? 

브라만교에서는 세계 창조자로서의 브라만/아트만이 온 세계 속에 그리고 인간의 몸 안에도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푸루샤’라는 이름으로 표현한다. 손가락만한 크기로 몸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과거와 미래의 주인’ 푸루샤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감각 기관보다 대상이 그 이면에 있었고, 대상보다 인식이 그 이면에 있었으며, 인식보다 깨달음이 그 이면에 있었고, 깨달음보다 위대한 아트만이 그 이면에 있었다. 위대한 아트만보다 그 이면에 미현현(未顯現)의 존재가 있었으며, 미현현의 존재 이면에 푸루샤가 있었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이 여행의 끝이며 최종목적지다.

우리는 과거에 “내 마음은”하면서 손을 가슴에 얹는 경우가 많았다. ‘마음’을 가슴에 있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고대로부터 심장(心腸)은 ‘마음’ 혹은 생명과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심장이 영어로도 마음을 뜻하는 ‘하트(heart)’인 것은 이런 사정에 동서양이 따로 없었으며 그 기원이 매우 오래됐다는 것을 뜻한다. 브라만교에서도 그랬다. ‘브라만’이란 ‘우주 생명’이며 ‘숨’이다. 숨을 쉬는 핵심 동력은 심장에 있다. ‘아트만’ 이면에 있는 ‘푸루샤’가 몸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할 때도, 그 ‘중앙’은 심장을 의미했을 것이다. ‘중앙’과 ‘숨’을 동시에 의미하는 심(心)은 한반도로 와서는 ‘마음’이 됐다.
 
그러나 의학과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가슴에 있는 것은 피를 공급하는 펌프로서의 심장일 뿐이고, 외부로부터의 감각을 종합하고 재구성하는 작용은 ‘뇌’가 한다는 것을, 즉 “인간의 마음은 뇌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됐다. 뇌가 죽고 나면 심장이 살아 있어도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것도 ‘뇌사(腦死)’라는 현상을 통해서 알게 됐다.
 
현대 의학과 뇌과학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컴컴한 감옥 속에 갇혀 있는 1.5㎏짜리 고깃덩어리이고, 그 고깃덩어리란 ‘신경세포의 다발’일 뿐이다. 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온 외부의 자극을 종합해서 이를 통일된 어떤 것으로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렇게 외부의 자극을 종합하는 자기 자신을 ‘주체’로 인식한다. ‘신경세포의 다발’일 뿐인 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렇게 혼란스럽고 많은 정보를 ‘실체’로 구분해내어 인식하는지 혹은 자기 자신을, 즉 에고(ego)를 형성하는지 그 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뇌가 파악하는 현실은 실제 현실과 다르다. 뇌과학자 김대식에 따르면 뇌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들을 매번 주체적으로 ‘해석’한다. 눈이나 귀, 코 등으로 들어온 감각 자료들에는 항상 오류의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뇌는 이 정보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으며,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의 망막에는 외부의 상(像)뿐만 아니라 망막 내부의 실핏줄까지 비치는데, 뇌는 이를 매번 모두 걸러내면서 외부를 인식한다. 자신에게 오는 정보 중에 ‘항상 일정한 것’은 자기 자신일 테니까 무(無)로 만들어 버리고 ‘일정치 않은 것’만을 외부 자극이라고 해석해내는 것이다. 또 망막 중에 ‘시(視)신경이 안구의 바깥으로 나가는’ 부위, 즉 시신경의 통로에 해당하는 ‘유두’에는 시(視)세포가 없어 물체의 상이 맺히지 않는데, 뇌는 망막에 맺힌 다른 상을 편집해서 이 부분, 즉 ‘맹점’을 메운다. 원래 안구에 맺힌 상은 이처럼 불완전하지만 뇌가 이를 보정(補正)해서 인식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착시 현상 중 일부는 이 과정에서 뇌가 ‘과도한 해석’을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이렇게 인간의 감각, 인식 등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인간에 대해서 세세하고도 과학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이 과연 ‘과거로부터 있어온 업의 결과가 다 내장돼 있는 아뢰야식’의 존재를 믿을 수 있을까? 인간은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만난 이후 세포분열을 하고 자라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인데, 그 과정 어디에서 ‘전생(前生)’의 ‘업(業)’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일까? 만약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그 자체의 ‘업(業)’ 이외에, ‘윤회의 주체’로서의 ‘아뢰야식’이 있어서 전생의 업을 이 ‘정자-난자 결합체’에 작용토록 한다면 그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일까? ‘아뢰야식’이라는 것은, 인간의 발생 과정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이 없는 고대인들이 나름대로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서 세운, ‘너무나 단순한 이론’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발생학적 정보가 세포 안의 DNA에 저장돼 있다는 과학적 지식-정보가 없는 그들이 이런 식의 유치한 이론에 머문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은 “지구가 돈다”는 것을 알기 이전의 인류가 “하늘이 돈다”라는 가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과 비슷한 사정이 아니겠는가?

혜가나 승찬이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의 정체를 찾으려 하다가 불안이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통상의 의식 밑에 있는 ‘심층식’을 인식한 것이라고, 그래서 우주의 진리를 깨친 것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게 믿을 수 있는 말일까? “네 마음을 가져오라”는 말을 들은 그 순간에, 정말로 아뢰야식에 내장된 자신의 심층 ‘업’을 다 보아냈단 말인가? 혜가나 승찬의 깨달음을 “심층식을 인식한 것”이라고 이해하기보다는 다만 “‘나’ 혹은 ‘나의 불안’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것이구나”라는 걸 깨달은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독해가 아닐까? 오늘날의 과학적 세계관과 양립하기 어려운 이런 ‘아뢰야식’의 이론에 집착한다면 불교가 21세기의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의식 밑에 있는 심층 ‘무의식’의 존재를 밝혔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무의식’이란, 인간이 ‘자기 안에 있지만 미처 이해하지 못한 마음’ 정도로 이해되는 것이지, 그 ‘무의식’이 마치 영화 속 ‘에일리언’의 알처럼, 인간의 몸 혹은 마음 안에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니다.

‘아뢰야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것을 인간 의식의 한 층위로 가정할 수는 있다. 실존철학자 사르트르가 규명했듯이, 우리의 의식은 ‘지금, 여기’에서의 감각들을 종합하고, 그 의식을 종합하는 자기 자신을 다시 대면하면서 끊임없이 자기의 존재방식을 고민하는 구조를 갖는 대자(對自)존재다. 인간의 자아(自我)는 이 이외에 과거의 경험들 또한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사르트르의 ‘대자존재’에 ‘시간’이라는 한 차원을 더한 자아를 상정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식을 ‘불성’ 혹은 ‘여래장’ 혹은 ‘일심’이라는 용어를 써 가면서 ‘실체화’하고, 그 의식이 우주의 모든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가정하며, 그 의식을 보는 즉시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이 떠진다고 하는 주장은 과학문명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것은 브라만교에서 각성위 몽면위 숙면위 다음에 있다고 가정되는 영혼의 제4위, 순수직관의식 ‘투리야’처럼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평화무늬- 현대 불교의 세계관

그렇다면 불성(佛性)이란 낱말은 폐기돼야 하는가? 불성은 불교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싯다르타가 ‘브라만’의 개념을 재정립한 것처럼 ‘불성’ 개념도 재정립돼야 한다. 싯다르타는 ‘브라만’을, “‘태생’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서 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브라만’이란 싯다르타 시대의 한계를 갖고 있는 계급 제도였으나 이렇게 재해석됨으로써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성을 갖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탄생했다. 이와 같이 ‘불성’도 재해석돼야 한다.

불성(佛性)이 ‘무시(無始) 이래의 업을 모두 함장(含藏)한 신비한 아뢰야식’, ‘길이 신령스러워서 하늘을 덮고 땅을 덮는 한 물건’으로 즉 ‘신비주의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오늘날의 문명의 언어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규정돼야 할까? 그것은 “‘우주’와 ‘나’를 ‘연기법(緣起法)’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마음”, “나는 고립된 것이 아니라 너와 연결될 때만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는 마음으로 규정돼야 한다. 싯다르타는 팔정도를 말하고 그 중에 가장 앞에 오는 것으로 정견(正見) 즉 ‘바로 봄’을 말했다. 여기서 ‘바로’라는 말은 ‘연기법의 관점에서’라는 말과 동의어다. 싯다르타가 깨달은 이 세상은 ‘연기법’의 원리로 이루어져 있는 세상이므로 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실상을 바로 보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나’와 ‘너’ 혹은 ‘우주’가 서로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인식한다. 그러나 우주만물은 서로 떨어져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송나라 때 청원유신(靑原惟信) 선사(?~1117)가 읊었고 성철 스님이 종정 취임 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로 번역해서 사용한 선시(禪詩)는 이를 잘 표현한다.

산시산 수시수(山是山 水是水)
산비산 수비수(山非山 水非水)
산시수 수시산(山是水 水是山)
산시산 수시수(山是山 水是水)

처음에 산을 보면, “산은 그저 산이고 물은 그저 물이다”. 그러나 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 계곡도 있고 물도 있고 나무도 있으며 정작 “산의 실체는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산은 산이 아니다.” 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바다’ 혹은 ‘강’이라고 할 때 이것은 ‘물’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러나 바다 안에는 바위도 있고 바닷말도 있고 다른 여러 생명체들도 있다. 그러므로 이를 다만 ‘물’이라고 하면 이는 실제 상황과 다르다. 그러므로 “물은 물이 아니다”. 산 속에는 옹달샘도 있고 실개천도 있고 폭포수도 있는데, 이런 측면을 보면 “산은 물이다”. 옹달샘과 실개천과 폭포수의 측면에서 보면, 물의 이런 ‘형식’들은 산의 여러 지형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물은 산이다”.

그러나 원래 ‘산’이라고 할 때 그 ‘산’은 산에 있는 물 그리고 그 이외의 나무, 흙, 계곡, 돌 등을 다 포함한다. 또한 그 산이 있는 지역이 없으면 산이 존재하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산은 그 지역을 한 요소로 포함하며 이는 산이 지구, 우주를 모두 포함함을 의미한다. 산이란 원래 이렇게 온 우주를 포함한 존재이므로 그런 존재로서의 산을 산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 또 우리가 ‘물’이라고 할 때도, 물 이외의 다른 요소들이 개입한 ‘샘물’, ‘폭포수’, ‘냇물’, ‘강물’ ‘바다’등을 말하는 것이지 이런 외부적 요소 없이 순수한 ‘물’을, 예컨대 분자 화학식으로서의 H2O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현실적으로 물 이외의 요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물을 물이라고 하는 것도 온당하다. 결국 첫 연에 나오는 산과 물은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산과 물을 의미하고 마지막 연에 나오는 산과 물은 연기법(緣起法)의 관점에서 본 산과 물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립적으로 존재하는 산과 물’은 우리의 개념 속에만 있는 것이고 ‘다른 요소들에 의존해 있는 산과 물’이 실제 현실에서의 산과 물이다.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법어를 발하면서 “대중은 이 이치를 알겠는가?”라고 했을 때, 이는 ‘연기법의 시각에서 본 산과 물’이라는 그 실상(實相)을 이해하고 있는가를 물은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연기법의 설명을 위해서는 손바닥과 손등의 예를 들 수도 있다. 우리는 손바닥과 분리돼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손등을 생각할 수 없다. 우리가 손에서 손등을 잡아끌면 손바닥도 함께 끌리기 마련이다. 우리의 언어는 손바닥과 손등을 구분하지만, 실상은 손바닥이 손등이고 손등이 손바닥이다. 또, ‘손’은 그 손의 구성 요소로서 ‘사람’ 혹은 ‘동물’을 전제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우주만물은 모두 서로를 품고 있다. 의상대사가 법성게에서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이라고, 즉 “하나의 티끌이 온 우주를 품고 있다”라고 한 것은, 이런 의미였다.

모든 것은 이런 식으로 설명된다. ‘목숨’을 예로 들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목숨이 우리의 몸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몸뚱이를 지키려고 애면글면한다. 누가 건드리면 시비하고, 밥을 주지 않으면 화내고 하면서 이 몸뚱이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그리고 그 안에 있는 것이 자신의 목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목숨이 유지되려면 호흡을 해야 하고 물을 마셔야 하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러므로 목숨이란 물과 산소와 음식, 그리고 그 이외의 수많은 존재들과 나와의 ‘관계’다. 그러니 내 목숨을 지키려면 공기와 물, 흙, 먹을거리 그리고 산천초목과 온 우주를 지켜야 한다.

인간은 이렇게 서로서로 연결돼 있는 우주의 실상을 모르고, 모든 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미망(迷妄)에 사로잡혀 있다. 이 세상에 ‘내’가 있고 나와 떨어져서 ‘너’가 있으며 내가 보는 ‘세상’이 나와는 독립적으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 없는 ‘나’는 있을 수 없다. ‘부처’는 ‘중생’에 의지한다. 만약 싯다르타가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서 이를 제자들에게 전하지 않았다면, 싯다르타를 ‘부처’라 말할 수 없다. 가수가 가수일 수 있는 것은 듣는 청중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 부처가 부처일 수 있는 것은 지혜를 알아들어서 깨달음을 얻는 중생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은 학생이 있어서 비로소 존재하며 기업체의 사장은 직원이 있기 때문에 사장일 수 있다. 소비자가 없으면 생산자가 있을 수 없다. 축구에서 상대팀이 없으면 나의 팀은 의미가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자비는 필연적이다. ‘부처’ 즉 ‘붓다’는 ‘깨달은 이’이므로 ‘지혜’를 본질로 한다. 그 지혜는 필연적으로 ‘자비’를 동반한다. 자비를 동반하지 않는 지혜라면 이는 이미 지혜가 아니다.

왜 그런가?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상호의존성으로서의 연기법을 깨달은 자, 즉 ‘지혜 있는 자’는 타자를 내 몸처럼 아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타자가 곧 나다”라는 것을 깨닫고 일으키는 자비심을 동체대비(同體大悲)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망상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인간의 의식 그리고 인간의 언어 자체가 의식의 주체로서의 ‘나’와 의식의 대상으로서의 ‘법’이 따로 있다고 분별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 문장(文章)에서는 주어와 술어가 대부분 따로 존재한다. 이런 문장의 구조는 ‘실체’가 ‘현상’과 분리돼 따로 존재함을 가정한다. “비가 온다”라거나 “꽃이 핀다”, “내가 간다”라고 말할 때 이는 ‘비’, ‘꽃’, ‘나’라는 실체가 ‘내리는’, ‘피는’, ‘가는’ 현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함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비나 꽃, 나는 없다. ‘비’의 실체는 ‘수증기가 응결하여 지상으로 떨어짐’, 즉 ‘내림’이고 ‘꽃’의 실체는 ‘피어남’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실체는 ‘가는 행위’이다. 물론 내가 가는 행위를 멈추고 길가에 피어난 꽃을 본다면, 그 순간 나의 실체는 ‘봄(seeing)’이다. 만약 내가 길가에 떨어진 가방 안의 돈을 주인의 허락 없이 가져간다면 나는 도둑놈이다. 만약 내가 “내가 나 자신만을 위한다면 나는 무엇인가?”하는 철학적 질문을 직면하고 “나는 나 자신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나의 삶을 이웃을 위해서 혹은 인류를 위해서 살겠다”고 서원(誓願)을 세우고 이를 실천한다면,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자비를 행했다”라는 집착에서도 벗어난다면 나는 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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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나’와 ‘꽃’, ‘비’, ‘산’, ‘강’ 등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고 이에 집착한다. 특히 “(고립된 존재로서의) 내가 있다”는 생각에 빠져서 ‘나’를 위해서 탐욕을 내며 타인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여 미워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탐욕과 미움의 마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빠진다. 만약 이러한 탐욕과 미움과 어리석음, 즉 탐진치(貪瞋癡)를 소멸시키기만 하면 이 세상이 서로 의존해 있으며 “네가 곧 나”임을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상은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 서로 의존해 있는 우주 만물은 어떤 모습인가?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이 설명한 화엄경의 내용을 안상수 홍익대 교수가 그림으로 형상화한 ‘인드라망 무늬’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림을 보면 인간은 날짐승과 길짐승, 물고기, 초목들과 연결돼 있으며 천체인 해, 달과도 연결돼 있다. 그림에서 인간을 끄집어내려고 하면 다른 존재들이 따라 나오게 돼 있다. 이것은 마치 손에서 손등을 집어내면 손바닥이 따라오는 것과 같다.

불교에는 인드라망(因陀羅網)이라는 신화가 있다. 이는 불법(佛法)의 수호신 인드라, 즉 '제석천(帝釋天)'이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로, 제석천궁에 설치되어 있는 그물이다. 이 그물은 그물코마다 수많은 보배 구슬이 달려있는데, 그물을 흔들면 구슬들이 서로 빛을 발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적을 물리친다. 인드라는 원래 고대 인도 브라만교에 있던 신으로, 불교에 수용되어서는 범천(梵天. 브라만)과 함께 불교의 수호신 역할을 맡게 되었다. 구슬들이 서로서로를 비추고 있는 인드라망은 “일체 세상 모든 존재가 홀로 있지 않고 첩첩이 겹쳐진 가운데 서로 얽히고설켜서 함께 존재함”을 설명하는 중중무진법계(重重無盡法界)의 진리에 비유된다.

이 무늬는 도법 스님이 주창하는 ‘생명평화’의 사상을 표상한다고 해서 ‘생명평화무늬’라고도 한다. 이 무늬를 보기만 하는 것으로, 사람은 석가모니가 주창한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우주적 존재’다. 스스로가 우주적 존재임을 아는 것, 그것이 깨달음이다. 그렇다면 이 그림을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는다. 깨달음이란, 이처럼 쉬운 것이다. 
 

‘붓다로 살자’- 불교의 실천론

20세기 힌두교의 명상 지도자 니사르가다타 마하라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면을 바라볼 때 나는 내가 무(無)임을 본다. 그것이 지혜이다. 바깥을 바라볼 때 나는 내가 모든 것임을 안다. 그것이 사랑(자비)이다. 이 둘 사이에서 내 인생은 맴돈다.” 싯다르타는 불교의 교조(敎祖)이지만 힌두교의 성자이기도 하다. 불교는 인도에서 자연사했지만, 싯다르타의 정신은 힌두교 안에 남아있다. 싯다르타는 불교와 힌두교를 통해서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싯다르타는 왜 위대한가? 그것은 그가 자신의 깨달음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실천했는가? 끊임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자들에게 설(說)하고 관계를 맺었으며 싯다르타 자신이 그 이해에 바탕한 마음내기, 즉 ‘자비’를 실천했다. 우리가 싯다르타에게서 진심으로 본받아야 할 것은, ‘깨달음 이후’의 그의 삶의 자세다. ‘6년 고행’ 혹은 ‘선정’을 통해서 ‘아트만’을 보려고 노력한 싯다르타는 ‘붓다’가 되기 이전의 ‘중생’일 뿐이다. 싯다르타가 “이건 헛수고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버린 ‘중생의 길’을 죽자 사자 따라갈 이유는 없는 것이다.

싯다르타가 발견한 ‘연기법(緣起法)’, 즉 우주만물의 상호의존성은 선방에 마련된 방석 위에서 닦아야 할 통찰이 아니다. 또한 해탈은 어떤 의식의 초월적인 경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와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깨닫고 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얻는 자유다. 연기법이라는 세계관은 ‘자비행(慈悲行)’이라는 실천론을 포함하는 것이다.

만약 ‘실천’ 혹은 ‘자비’가 결여된 깨달음이 있다면 이는 ‘마왕 파순’의 깨달음에 불과하다.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이루는 과정에서 그 깨달음을 방해한 마왕 파순은 오신통(五神通)을 했다고 한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천안통(天眼通), 귀로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듣는 천이통(天耳通),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타심통(他心通), 지나간 세상의 생사를 자재하게 아는 숙명통(宿命通), 경계를 변하여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마음대로 날아다니기도 하는 신족통(神足通)의 힘을 마왕 파순은 부처님과 똑같이 가졌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선정(禪定)을 통해서 지니게 되는 능력이다. 그러나 마왕 파순은 자유자재하게 번뇌를 끊는 힘인 여섯 번째 신통력, 누진통(漏盡通)은 갖지 못했다. 누진통이란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 즉 탐진치를 제어하는 능력이다.

이런 설화는, 싯다르타의 깨달음의 핵심이 이 여섯 번째 신통력, 즉 ‘이기심과 자기중심주의를 버림’임을 시사한다. 이는 또한 현대인들도 힘들여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능력이다. 오늘날 다른 다섯 개의 신통력은 과학기술의 발달과 정보화 등으로 누구나 갖게 됐고, ‘인공지능’ 등으로 앞으로는 더욱 발달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번뇌를 끊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누진통은 문명이 발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마왕 파순’, 혹은 악마 ‘마라’는 원래 싯다르타 자신의 ‘마음의 소리’였다. 정각을 얻기 이전의 싯다르타뿐만 아니라 깨달은 이후의 싯다르타에게도 마음속으로부터 들려오는 악마의 소리가 있었다. “불사, 안온(安穩)에 이르는 길을/네가 진정 깨달았다면/그 길을 너 홀로 감이 좋도다./어이 남에게까지 설하려는가.”, “다른 사람들에게 법을 설함은/현명한 그대의 할 일 아니니/그대여, 그 짓을 굳이 하여서/탐심과 노여움에 매이지 말라.”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서 “남의 이익과 동정을 위해/깨달은 사람은 가르치나니/탐심과 노여움을 여래는 진정/이미 모두모두 해탈했노라.”라고 답한다. 그러자 악한 이 ‘마라’는 “세존은 나를 알고 있다. 나를 간파하고 있다.”고 하면서 괴로워하고 의기소침해서 자취를 감춘다. 이런 ‘악마의 소리’는 인간이 자기 자신이라고 여기는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에 집착할 때 들려온다. 만약 이 ‘색(色)’등에 집착하면 악마에게 붙잡히지만 이를 간파하면 악마로부터 풀려난다.

“탐욕과 분노로부터 벗어나 생명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라.” 이것이 싯다르타의 가르침이다. 우리는 수행의 초기에서부터 ‘본격적 실천’으로서의 ‘세상에의 참여’를 해야 한다. 이기성(利己性), 자기중심성을 다 극복한 다음에 세상에 참여하려 한다면 이는 죽을 때까지 시작도 못하게 될 것이다. 신라 시대 의상 대사는 ‘가도 가도 본래 자리요, 이르고 이르러도 출발한 곳이다(行行本處 至至發處)’라고 했다. “‘깨달음’을 완성하고 나서 중생을 구제하겠다”라는 것은 헛된 생각이다. 상구보리(上求菩提)와 하화중생(下化衆生)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지, 상구보리를 한 다음에 하화중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화중생을 위해서, 즉 다른 생명을 돕기 위해서 상구보리, 즉 자신의 완전한 깨달음을 연기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타인을 돕는 것이 자신의 깨달음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의상 대사는 법성게(法性偈)에서 ‘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고도 했다. 이는 “깨달음이란, 바로 초발심이다”라는 뜻이며, “중요한 것은 초발심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수행으로 다다른 지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당장 해야 하며 끊임없이 자기를 되돌아보아야, 즉 초발심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불교 수행에서 자비와 지혜는 필수적인 두 요소다. 지혜, 즉 깨달음 없는 자비는 위험하다. ‘깨달음’이란 ‘공(空)’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우리는 서원을 실천하면서,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자비를 행하겠다”는 마음을 냈더라도 ‘나’의 실체가 있다는 망념에 집착하면 이는 곧 지옥에 떨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나는 이렇게 보시를 했는데, 보시를 받은 너는 왜 나에게 이렇게밖에 못하느냐”는 원망의 마음이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자비를 전제하지 않은 깨달음은 공허하다. 깨달음이 ‘자비’에 기반한 ‘실천’을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다면 “깨달아서 성불하겠다”는 의미 없는 수행을 계속하게 된다. 중국 당나라 시대 남악(南岳)선사(677-744)는 “좌선해서 부처 되겠다”는 제자 마조(馬祖)에게 “그것은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겠다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우리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의 의미를 계속 천착해야 하며 동시에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 가르침의 깊은 의미를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불각(不覺)의 인식은 중요하다. 이에 기반해서 그 가르침의 의미를 천착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의미를 안다”는 본각(本覺)의 인식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연기법의 핵심을 안다. 그 내용은 싯다르타의 설법을 통해서, 수많은 조사(祖師)들의 법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다. 21세기에 와서는 인드라망 무늬를 통해서 알기 쉽게 시각화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실천’, 즉 ‘붓다로서 사는 것’ 혹은 ‘붓다의 가르침대로 사는 것’이다.

붓다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람이 붓다다”라는 것이다. 남원 실상사 주련(柱聯)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頂天脚地眼橫鼻直(정천각지안횡비직)
飯來開口睡來合眼(반래개구수래합안)

“머리는 하늘로 향하고 두 발은 땅을 딛고 눈은 가로로 찢어지고 코는 아래로 드리워졌다. 밥이 오면 입을 벌리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이게 곧 부처의 모습이다.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다리로 땅을 디디며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는 존재,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사람은 그 자체로 부족한 점이 없는 완성된 존재이며 신비로운 존재다. 인간은 허망하고 보잘것없는 존재가 아니라 불가사의하고 원만구족한 존재, 기적적인 존재다. 싯다르타는 “신기하고 신기하다. 어리석음에서 깨어나 보니 사람이 그대로 오롯한 붓다이네”라고 했다.

이는 싯다르타의 깨달음이었다. 또한 싯다르타의 가르침으로 해서 우리도 깨달았다. 그렇다면 깨달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도 싯다르타가 한 것처럼 선정과 고행의 수행을 하고 그 다음에 보리수 밑에서 명상하여야 할까?

선정과 고행은 싯다르타가 버린 길이니 그 길로 가면 안 된다. 우리는 이미 깨달았으므로 보리수 밑에서의 명상도 필요 없다. 다만 깨달음의 내용에 맞게 우리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 만약 다시 깨달음을 찾아 떠난다면 이는 ‘스스로 소를 타고서 소를 찾아 헤매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연기법의 진리에 따라 탐진치를 여의고 갈애를 끊으면 부처의 삶이 이루어진다. 수행은 형이상학적인 ‘마음’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갈애를 끊고 보리심, 부처의 마음에 머무르는 훈련을 평소에 하는 것이다. 이는 실전(實戰)의 인간관계에서 부처의 언어를 말하고 부처의 행동을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의 내 존재 자체가 기적이요, 나는 완성된 존재로서의 ‘붓다’라고 생각하며 동체대비심을 내어 이를 실천하면 나는 붓다다. 그러나 “나는 아직 깨닫지 못했으며, 깨닫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중생이다.

붓다의 언어와 행동은 ‘나’의 영역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법당의 방석 위에서 좌선하는 데 그치지 말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폭넓게 알아차릴 필요가 있다. 세계가 지금 고통으로 절규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관세음보살처럼 그 고통을 듣고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인들은 이 세상을 이끄는 리더가 돼야 한다. 거꾸로 이 사회의 리더들은 ‘지혜’와 ‘자비’로 무장돼야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불국토(佛國土)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