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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 쉬고 또 쉬어라”

김진호 | zeenokim@naver.com | 2016-05-12 (목) 10:08

[김진호 기자의 순례] 양양 현남 휴휴암(休休庵)을 가다
“동해바다 절경에 취해 욕심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휴휴암 너럭바위 주변 얕은 바다에 모여 살고 있는 황어 떼의 모습. 정말 신묘한 광경이다.

 

시퍼런 파도가 넘실거리는 시원하고 아름다운 동해바다. 그 진풍경이 펼쳐지는 강원도 동해안 국도7번을 달려가노라면 저절로 송창식의 노래 ‘고래사냥’이 흥얼거려진다.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바다를 바라보는 여행길로는 이만큼 좋은 길도 없을 것이다.

 

주문진에서부터 이런 풍경에 반해 차창 밖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다 보면 금세 양양으로 접어든다. 파도가 밀려와 하얀 거품만 남기고 사그라지고 또 다시 밀려와 사그라지고. 바다가 토해낸 거품을 말없이 잘도 받아주는 고운 백사장의 풍경이 끝나면 이윽고 나타나는 작은 언덕의 고갯길. 그 중간에 커다란 자연석 표지을 만난다. ‘쉬고 또 쉬어가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절집 휴휴암(休休庵)이다.

 

휴휴암 입구 표지석에서부터 다시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지는 휴휴암의 경내다. 휴휴암을 처음 알게 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십 수 년 전이다. 여행길에 우연히 들렀던 바닷가의 작고 옹색하던 암자. 그래도 방생도량으로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라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그 광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휴휴암의 입구임을 알리는 자연석 표지석. 휴휴암은 조계종 신흥사의 말사이다.

 

묘적전. 홍법스님이 1997년 이 묘적전을 지으면서 휴휴암을 창건하게 된다.

 

묘적전 앞마당으로 나서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동해바다가 드러난다.

 

오층석탑이 있는 풍경. 작은 곳 하나까지 정성을 가득 들여 가꿔놓은 휴휴암이다.

 

작은 포구에 민가 몇 채 그리고 암자는 전각 하나가 전부였지만 작은 포구의 바다는 기막히게 아름다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 작은 해변은 변함없는 아름다움으로 길손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쉬어가고 또 쉬어가게 해준다. 예전과 다르게 변한 것이 있다면 꾸준한 불사를 통해 암자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는 것. 이것 외에는 풍경이나 신기한 현상은 지금도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휴휴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신흥사의 말사로 1997년 홍법 스님에 의해 창건됐다. 창건 연혁이 올해로 불과 스무 해. 짧은 연혁에 비해 지금의 모습은 여느 대가람에 못지않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1년에 3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아들고 있다니 암자가 발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아담하면서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곳 포구와 해변에 반한 홍법 스님은 묘적전 전각 하나를 짓고 쉬고 또 쉬어가는 절집 휴휴암을 일으킨 것이다. 어쩌면 홍법 스님은 스님 자신이 쉬고 또 쉬기 위해 처음 그렇게 작은 암자를 지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휴휴암 경내로 들어서면 홍법 스님이 처음 건립한 전각 묘적전이 보인다. 묘적전 앞마당으로 나서면 시원하게 드러나는 바다 풍경. 막혔던 가슴이 일순 뻥 뚫린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걸음을 옮기면 바다를 등지고 서 계신 지혜관세음보살님의 장엄한 모습을 뵙게 된다.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고 일상의 고통에 찌든 중생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관세음보살님. 이렇게 일상의 무게 한 보따리를 내려놓게 된다. 찬란한 금범종이 있는 관음범종각에서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본다. 가슴 가득 들어오는 바다다.

 

장엄한 모습으로 바다를 등지고 서 계신 미소가 아름다운 지혜관세음보살님.

 

금범종이 있는 관음범종각. 찬란한 황금빛 금종은 순금을 입힌 황금종이다.

 

종각 뒤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휴휴암 앞바다의 풍경. 가슴이 시원해진다.

 

종각 앞에서 바라본 휴휴암 경내 풍경. 꾸준한 불사로 여느 대가람 못지않다.

 

작은 백사장에서 바라본 기암의 너럭바위. 바위의 모습이 거북을 닮아 있다.

 

마치 시골집 앞마당 같은 예쁘고 작은 모래사장을 지나 데크 계단을 넘어 걸어 내려가면 드러나는 커다란 너럭바위. 이 거대한 너럭바위에서 방생법회가 종종 열리기도 한다. 기기묘묘한 기암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바로 이 너럭바위 일대가 휴휴암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하는 주인공들이 사는 곳이다. 너럭바위 주변의 얕은 바다에 펄쩍거리는 엄청난 숫자의 물고기 떼들. 팔뚝만한 물고기 떼가 물 밖으로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유영을 하고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그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양어장도 아닌데 어찌 물고기들이 이렇게 모여 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 하나는 누구나 쉽사리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물고기의 정체를 알고 나면 놀라움을 넘어서 신묘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물고기들의 정체는 바로 황어다. 황어는 회유성 물고기로 3월에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된 치어들이 바다로 나가고 4~5년 동안 자라서 다시 강으로 돌아오는 물고기 황어. 그런데 황어가 바다로 나오더라도 이렇게 연안의 얕은 물에서는 살지 않는 법. 더욱 놀라운 것은 산란기인 3월이나 돼야 이렇게 얕은 바다나 개울에서 볼 수 있는데 휴휴암의 황어들은 1년 사시사철 이 얕은 바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수만 마리씩이나.

 

쉽게 말하자면 철새가 텃새가 됐다고나 해야 할까. 또한 황어는 산란기에 혼인색이 황색과 붉은색의 체색으로 바뀌는데 이 혼인색이 스님들의 가사 색깔과 닮았다 하여 가사어라고도 불린다. 가사어라는 이름으로 보자면 황어 떼가 이렇게 휴휴암 바다에 살고 있는 것도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고 보니 이 황어 떼들 휴휴암과 더욱 잘 어울린다. 이런 신묘한 광경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휴휴암이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있어 한 번 쉬어가고 황어 떼의 힘찬 생명력에 에너지를 얻어 또 한 번 쉬어가는 절집 휴휴암. 어쩌면 우리는 이곳 휴휴암을 찾아 일상의 찌든 무게와 욕심을 내려놓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들고 온 욕심과 걱정과 피로를 내려놓음으로써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쉬고 또 쉬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 그래서 휴휴(休休)라고 쓰고 방하착(放下着)이라고 읽고 싶어지는 것이다.

 

규모가 엄청나게 너른 너럭바위. 방생법회가 열리는 곳으로 연화법당으로도 부른다.

 

수만 마리의 황어 떼들이 모여 사는 너럭바위 주변 풍경. 실제로 보면 엄청나다.

 

200m 앞 자연 해수관음상이 누워 계시는 모습이 있다는데 이날 볼 수는 없었다.

 

 시골집 앞마당 같은 작고 예쁜 해안. 이 풍경은 누구나 단박에 반해버리고 만다.

 

 쉬어 가고 또 쉬어 가는 절집 휴휴암. 휴휴암에서는 누구나 내려놓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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