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연경불교정책연구소 등 10일 밤 보고서 발표

동국대 "27년 지난 현재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의도 행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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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보광 스님이 일본 불교학자들의 논문을 무단 표절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동국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교단자정센터, 연경불교정책연구소 등은 보광 스님 박사논문 중 핵심 내용이 담긴 3장과 4장 일부를 집중 점검한 '보광 스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 검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보광 스님의 일본 교토 붓쿄 대학 박사학위 논문 '신라정토사상의 연구(1989)'가 고 에타니 류카이 붓쿄대 전 학장의 '정토교의 신연구(淨土敎の新硏究, 1976)'와 류코쿠대 미나모토 히로유키 박사의 '신라정토교의 특색(新羅淨土敎の特色, 1978), '한국정토교연구서설(韓國淨土敎硏究序說, 1978)' 등을 인용 표시 없이 도용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미나모토 히로유키 박사의 '신라정토교의 특색'의 경우, 보고서에 따르면 보광 스님의 박사 논문은 14쪽 8째 줄에서 15줄까지, 17쪽 17째 줄에서 18쪽 12째 줄까지 아무 인용 표시 없이 그대로 무단 도용했다. 

에타니 류카이 교수의 '정토교의 신연구'에 실린 4편의 논문에서도 원고지 12장 이상을 아무런 인용 표시 없이 게재했음이 보고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고 안계현 박사의 논문에 사용된 도표 총 17개 중 13개도 그대로 사용되고 3개는 일부 수정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보광 스님이 안계현의 연구 성과로부터 자신의 논문 구성에 관한 아이디어를 대거 표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표절 범위가 방대한 논문의 여러 부분에 걸쳐 있고, 타인 저술의 단순 복제뿐만 아니라 의도적 가공, 잘못된 짜깁기 과정에서 발생한 결정적 오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면서 "연구윤리 위반에서 가장 심각한 경우에 해당하는 타인 저술 무단표절 행위가 여러 곳에서 광범위하고도 노골적이며 의도적으로 행해졌다"고 평가했다.

또 "특히 단순 정보를 넘어서서 타인들의 독창적인 문제 제기나 의견 표명 부분까지 그대로 표절해 학위논문이 갖고 있어야  할 독창적 가치의 기반조차 무너졌고, 표절 의도의 고의성도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월 보광 스님 논문표절 의혹을 제보한 김영국 소장(연경불교정책연구소)은 "올해 초 교수협의회장 징계해직, 학생간부 형사고발 등으로 동국대 사태가 심각하게 재론되는 과정에서 뜻있는 불교계 및 관련학계 연구자들이 약 2개월에 걸쳐 검증했다"고 작업 배경을 밝혔다.
 
신정욱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생이 논문을 쓰기 전 연구윤리준수 서약서를 써야 하는데 표절총장에게 표절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한다는 건 블랙코미디"라면서 "보광 스님이 학자로서 양심을 갖고 있다면 총장직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는 본지에 해명 자료를 보내 "27년이나 지난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은 일반적인 학계의 관행을 벗어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위"라고 반박했다.

동국대는 해명자료를 통해 "27년 전 한국과 일본의 학계에는 연구자의 업적을 검증하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으며, 연구자의 윤리규정 등도 정립돼 있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연구자의 기존 연구를 참조할 때 출처를 밝히는 인용이 필요하지만, 원고지에 손으로 작성한 시기의 논문이나 저서에는 누락되는 경우가 지금보다 훨씬 빈번하게 발생했다"면서 "일본의 경우에는 2000년대까지 컴퓨터 조판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청타라는 방법으로 논문이나 저서가 출판됐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 속에 누락이 발생할 소지가 더 많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동국대는 "일본 붓쿄대학에 조사를 의뢰했으나 해당 대학에선 '붓쿄대학 연구공정관리규정' 제 12조에 의거, 신청은 사실 발생일로부터 기산해 5년 이내 해야 하기에 조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회신 받았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는 "연구자의 업적 검증은 폭로나 의혹제기와 같은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면서 "학계 전문가들의 심중한 검증 절차와 결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