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③ 금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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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순례를 할까. 어떤 수행을 하려는 것이었을까. 군포의 금강하구둑에서 4월 17일 시작되어 5월 1일 대청댐까지 13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난 우리에게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이 순례는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깨달음과 어떤 수행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하구둑에서 시작된 금강 수행길

영산강순례를 마치자 우리의 4대강 순례가 알려지면서 지역의 사회단체들과 군산 인근의 불교단체 약 30여분이 참여하며 4월 18일 금강 순례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불교환경연대의 수행길에 금강을 지키는 환경단체 분들이 시간을 내주셔서 와주셨습니다. 와주신 것도 우린 그저 감사할 뿐인데 그분들은 오히려 4대강문제를 잊지 않고 금강을 찾아와준 손님이라고 생각하시며 모든 일정을 포기하고 우리를 반가이 안내해 주신다는 말씀에 감동을 받습니다.

이분들은 바로 자기 스스로를 금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입니다. 일 년에 300일 이상을 다니며 금강의 모든 것을 샅샅이 발로 뛰며 지킴이 역할을 해주는 <오마이뉴스>의 김종술 기자, 항공기조종사였다가 금강지킴이 운동을 하시는 하천사랑 김재승 대표가 우리를 맞아 함께 순례를 했습니다. 금강 하구둑의 휴게소에서 동국사의 종걸 스님을 비롯해 군산불교사암연합회 도연 스님과 도천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이신 참당암 주지 법만 스님도 함께 둘러앉아 명상을 하고 자애경을 읽은 뒤 삼배를 하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금강의 초입은 그 유명한 가창오리 4-50만마리가 겨울철에 군무를 펼치는 장관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이걸 보기 위해 과거에 수많은 사람이 왔지만 개발당시 소음때문인지 이제는 잘 나타나질 않습니다. 또한 금강의 깊이가 4-6m로 깊어니지까 물고기들이 산란을 위해 낮은 수로를 찾아 수초로 몰려듭니다. 여기에 여지없이 낙시꾼들이 몰려듭니다.

수 십 만의 생명의 제노사이드 현장
 
우리가 지나쳐온 곳은 금강의 백제보 상류 2km에서 황산대교까지 65km구간입니다. 공사가 끝난 뒤 2012년 약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흰 배를 드러내고 폐사를 한 곳입니다. 흉측한 제노사이드의 현장입니다. 당시 13일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기사로 알렸던 김종술 기자는 이후 악몽과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각했다고 합니다. 큰 잉어만 폐사한 것이 아니라 길이 1.3m의 대형메기도 폐사하여 발견되었습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큰 충격을 주었던 광범한 녹조현상이 가히 “녹조라테”라는 말로 풍자되기 시작한 것도 이곳이었고,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는 것도 바로 이 지역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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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만히 숨도 쉬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당하고 만 물고기가 되어봅니다. 그들의 몸부림을 느껴봅니다. 자애경에 나와 있듯이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가까이 있거나 멀리 있거나 태어났거나 앞으로 태어날 모든 생명체의 행복과 평안과 안락을 기원해온 우리입니다. 우리의 숨이 막힙니다. 죽음의 고통입니다. 또한 녹조로 인해 고통 받을 수많은 작은 생명들, 그리고 사람들이 듣도 보도 못했다고 징그러워하며 무서워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되어봅니다. 그들은 그저 살기 좋은 서식처를 만나 번식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의 시각적으로 징그러워 보일 뿐 이러한 서식지를 만든 것은 사람이며 자신들도 엄연한 생명이라고 외치는 큰빗이끼벌레입니다.

강물의 오염과 지역주민의 공동체 파괴의 주범, 개발사업

성당마을의 안상일 성당포구 금강체험장 위원장은 마을 바로 앞에 있는 용안생태습지공원이 개발이전에 마을사람들에게 큰 소득이 되는 농토였지만, 강제로 내몰리고 그곳에 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고 말합니다. 부여의 정연체 마을이장은 4대강 사업으로 약 3200만 평의 경작지(여의도의 41배)가 사라졌고 영농보상금 5800억 원이 풀리자 백마강 둔치의 농지 400여 만 평이 사라지고, 부여군에 보상금이 풀리니 전국의 노름꾼과 꽃뱀들이 몰려들었답니다. 돈쓰는 방법을 모르는 농사꾼들에게 갑자기 받은 현금을 사용할 줄 몰라 노름으로 빼앗기고, 꽃뱀에게 털리기도 했고, 보상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간의 위화감과 갈등으로 마을공동체는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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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받은 보상금으로는 근처에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20~30km 멀리 떨어진 곳에 농토를 마련하여 농사를 짓느라 낮에는 마을사람들끼리 만날 수가 없고 밤이 되어도 피곤한 몸으로 얼굴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렇게 마을공동체는 해체되었고 이런 상황은 금강을 따라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4대강 개발공사는 수질만 오염되고 물고기만 폐사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인근의 지역농민의 삶과 공동체를 파괴시켰다는 것을 현장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겨운 이웃끼리 돕고 나누던 마을사람들이 갑자기 갈등과 분쟁으로 상처를 주고받게 된 그 상황 그 마음으로 들어가 봅니다. 가슴이 멥니다. 이뿐 아닙니다. 과거 강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살았던 어부는 11월부터 1월까지 1톤 정도의 물고기를 잡아 아이들 대학까지 보냈는데 이제는 1/5도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강에 의지하며 생계를 이어온 사람의 삶도 바뀐 것입니다.

큰 돈 벌겠다고 심은 거대억새밭, 그리고 흉물스러운 가시박
 
생태공원을 걸을 때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하루종일 우리 도보수행자들은 내내 빗속을 걸었습니다. 이 끝간 데 없는 길을 걸으면서 신발은 이미 빗물에 절어 발가락은 퉁퉁 불어있습니다. 비바람으로 인근에 어린이를 배려한 색색의 4km이어진 팔랑개비만 돌아갑니다. 옆 강가 둔치에는 엄청난 거대억새들이 소리를 내며 바람에 일렁입니다. 이 억새도 에탄올, 연료 팰릿 등 친환경에너지로 활용되는 부가가치산업이라고 해서 조성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활용가치가 있지 않고 생산물량의 처리가 곤란해 그냥 퇴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행군이 시작된 지 20여일 지난 지금 하루 종일 비를 맞으니 더욱 큰 피로로 몰려옵니다. 이 피로는 아마도 금강의 억울하고 원통한 수많은 원혼 때문이 것이라고 순례단 단장 법일 스님은 농담반 진담반 말씀하십니다.
 
걷는 길 옆 둔치에는 처음 보는 시커먼 그물망 같은 것이 텐트처럼 즐비하게 늘어서있습니다. 안내자의 말로는 가시박이라는 외래종 넝쿨이라고 합니다. 소나무나 버드나무 할 것 없이 토착수목들을 검은 비닐망처럼 촘촘한 넝쿨로 뒤덮어 죽이는 가시박... 소름이 돋습니다. 가시박이야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이렇게 우리 고유의 식물을 뒤덮어 광합성을 막고, 식물을 고사시키는 물질을 분비하는 타감 작용을 일으키는 가시박입니다. 수변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수많은 나무들과 식물들을 무차별적으로 심는 과정에서 외래종이 들어와 토착식물들을 고사시키고 있습니다. 순례하는 연도길에 가시박은 그야말로 ‘창궐’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4대강개발이 물고기만 아니라, 지역주민만이 아니라 식물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군요. 그런데 이 창궐하는 가시막을 제거하려고 지방정부가 수변에 제초제를 뿌리다가 환경단체에 고발당하기까지 했습니다. 강물 옆에 제초제라는 맹독성 농약을 뿌리면 어떻게 되나요? 우리는 다시 가시박으로 고통 받는 식물이 되어봅니다. 아니 가시박이 되어봅니다. 가시박은 공격자인가 피해자일까요? 사실 공격이라느니 피해라느니 하는 규정도 그저 사람의 생각일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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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에코붓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