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공감의 방법을 알고 싶어 사람의 말을 듣는다.
어느 감정에서 나온 울림인지 바로 보려고 한다.
슬픔에서 나온 것인지 분노에서 나온 것인지
울림이라는 파동의 색과 맛을 보려고 노력한다.

시각화를 위해 거울에 비추어 보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어느덧 감정의 전이가 이뤄진다.
그렇게 난 공감한다.

공감이 진행되면
아무런 ‘행’(의지, 욕구)도 정하지 않은 듯하지만
이미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곤 한다.

이해의 시작이다.
나도 모르는, 실제로 있지도 않을 수 없는 양파 속 같은 심의식에서
내가 이미 받아들여 나의 일부가 된 그 사람의 울림은 나를 공명하게 만든다.

파동은 그런 건가 보다.

공감이라는 주제에 작은 관심만 가지고 있으면
상대방의 감정을 몰라서 느끼는 시간의 지루함 등의 고통은 그나마 잘 버틸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흥미진진함만 남을 뿐이다.
그게 지금을 즐기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이게 굳이 말하자면 배려라도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을 허용하면서 난 무장해제를 심의식에 명령한다.

크게보기 크게보기 

하지만 아직 공명을 이루지 못하는 나의 심의식은 거세어진 심장박동으로 거부한다.
아직도 둘만의 대화방법을 확보하지 못해서 애를 쓰지만
그런 고생 끝에 언젠가 공명할 날도 올듯 싶다.

배려라는 말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그런 강제적 말에 대한 ‘규정’을 넘어야 한다.

오직 ‘나’라는 그 ‘자리’에서 저절로 2인칭이라고 하는 ‘너’를 포함하는 인식의 일환으로
‘이타’란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는 그 과정을 바로 본다.
허울 좋은 말로 ‘배려’라고 한다면 난 이미 배려한 게 아닌 게 될 따름인 듯하다.
물론 굳이 배려가 아니라고 부정할 이유도 없다.

다만 공명이라는 ‘공감’을 통해서
나는 대화 속에서 네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된 ‘너’를 나처럼 자세히 들여다 볼 뿐이다.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바로 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그 안에서 하는 일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 안에 네가 있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크게보기

강요도 못 보는 사람들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만난다고 생각하고 싶다.
특히 처음으로 뵙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고 이미 판단했다.
새로움을 추구한 것은 아니라고 의식은 얘기하지만 무의식은 그런 것만도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내가 바쁘던지 인기가 있던지 둘 중의 하나라고 허위의식은 나를 끊임없이 유혹하고 자극한다.

퇴근 후 집에 일찍 들어와 앉아 있다 보니 새로운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생각하기도 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인연들을 의외로 많이 접하게 된다.
새로운 분들 가운데 ‘아 이런 분들이 계셨다니’ 하면서 감탄을 자아내는 분들도 계시다.
그 분들께 정말 많이 배운다. 역시 세상에 나보다 못난 사람은 없나 보다.

도인들을 찾아 쫓아다녔지만 도인을 거의 못 봤다.
그런 의식에 무의식도 동의하는 듯하다.
하지만 만날 수 없는 도인은 스승이 아니고,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모두 스승들이었다.

결국 ‘도인’이란 이상은 없고 ‘이웃’이란 현실만 남았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할 때, 가끔 아니 아주 드물게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낀다.

대화가 안 되는 이들과 소통이 안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공감이나 배려가 없는 일방적 웅변이 지속되거나

도무지 자기 욕심에 갖춰 대답조차도 안 해 ‘강요’를 강요한다. 이른바 ‘강요유발자’를 다량생산하게 한다.

그들의 ‘강요 콤플렉스’ 속에 숨겨진 ‘상처’를 살펴보지만
좀처럼 두꺼운 벽을 투과할 수가 없다.

상처에 대한 연민도 의식 속에는 있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무의식에는 아직 ‘연민’이 제대로 새겨져 있지 않음도 보게 된다.
예의적 ‘배려’로 스스로를 위장해 보지만, 결국 상대에 대한 강제를 보게 된다.

이렇게 어느덧 ‘홍익인간’은 사라지고
‘예의’, ‘도덕’, ‘윤리’, ‘규정’, ‘강요’, ‘의무’, ‘상식’만 남아야 하는가?

어느덧 찾고자 했던 나와 너의 마음은 사라지고 강요 속에 고통 받는 스스로를 목도한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를 봐야 한다.
‘자재(自在)’를 보는 것[觀]이 바로 관자재, 즉 관음보살의 의미인가?

내가 여기 있을 때 난 어떤 공명을 통해서 과연 어떤 파동[音]을 일으키는 걸까?
정말 보고 싶을 따름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