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절태아령(中絶胎兒靈)의 천도는 반드시 해야 한다 -

■ 송암 지원 스님 칼럼 ■ <안성 도피안사 주지>  
 

1. 신(神)은 뭔가?

신(神)이 뭐냐? 산 사람이 몸[肉體]을 버리고나면 곧 신(神)이다. 그러니까 살아 있을 때 인간을 육체와 정신(精神:識:神識:識의 作用;淸淨·光明)으로 나눠서 불렀던 것을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사람이 죽으면[死有:前世의 죽음] 다음 세상에 태어나는[生有] 기간 동안[49일]이 신(神:中陰)이다. 즉 중음신(中陰神)이고, 중음신으로 머무르는 기간이 대개 49일이 된다.

또 천도(天道)에 태어나면 신(神)이고, 아수라(阿修羅)도 신이며, 아귀(餓鬼)나 지옥(地獄)도 악도(惡道)의 신이다. 망량(魍魎)이나 이매(魑魅), 귀신(鬼神)이나 잡귀(雜鬼)나 악귀(惡鬼) 등의 종류도 있다.

또 신(神)을 신식(神識)이라고도 부르는데, 인식작용 또는 분별능력을 말하고, 생사윤회 하는 중생의 심식(心識)은 신령스럽고 오묘하여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신식(神識)이라고 부른다. 이 신식은 지난 생의 목숨이 다할 때, 신식은 몸을 버리고서 후신(後身)의 종자인(種子因)을 이룬다. 아무튼 한마디로 식(識)이 곧 신(神)이라는 말이다.

또한 신(神)을 신신(身神)이라고 하여 육체와 정신을 함께 말하기도 한다. 육체와 정신이 서로 화합하여 사람이 되는데, 이로 보면 신(神)을 품은 육신(肉身)도 결국 신이다. 다만, 사후에 정신은 다음 생으로 가고, 육체는 단멸(斷滅)하여 어디로 가지 않는다.

보통의 생각으로도 육체를 버리면 정신만 남는 걸 이해할 수 있다. 정신은 물질의 형체가 아님으로 육체처럼 버려지지 않는다. 낡은 자동차를 폐차시키면 운전사는 새 차를 구해서 타고 다닌다. 여기서 자동차는 육체고 운전사는 신(神)이라는 말이다.

신(神)을 폭넓게 보면 육신이 없는 상태의 인간, 즉 죽어서 다음 세상에 태어나기 전의 인간이 신(神)이고, 인간처럼 왕성하지는 않아도 얼마간의 정신작용을 지닌 축생이나 감지가 가능한 뭇 생명들도 그 몸에서 벗어나면 역시 신(神)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신(神)을 신이라고 부르지 않고 혼(魂)이나 영혼(靈魂)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의 혼(魂)은 살아 있을 때의 정신을, 죽고 난 뒤에 다시 붙이는 말[異稱]인데, 식(識)의 광채가 흐리거나 또는 식의 작용(作用:淸淨·光明)이 미미한 어둠, 몰각(沒覺)의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혼은 주로 백(魄)이라는 말과 같이 쓰인다[魂魄]. 그리고 거기에 덧 부친 영(靈)이라는 말은 마음[性靈]이라거나 신령(神靈)이라거나 영혼(靈魂)이라거나 하는 등으로 육신(肉身)을 벗어난 마음의 능력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혼(魂)이라는 말에는 어둡다[昏], 유치(幼稚)하다, 어리석다거나 자기 판단이 부족하다 등의 뜻이 들어 있다. 신교(神敎)에서는 양(羊)에 비유한다. 초원의 양을 몰고 다니기 위해선 하다못해 양 지킴이 개나 목자(牧者)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말하고, 그게 바로 의지해야만 하는 나약한 혼(魂)들이다. 거기에 비해 인간의 생각[識]을 신(神)이라고 보는 불교에선 스스로가 목자다. 자기가 자기를 인도하고 구제(救濟)해서다.

따라서 인간 정신의 이치와 그 세계는 육체가 있거나 없거나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세상[地球]인 이승의 사람도 마음가짐에 따라 정상인도 있고 비정상인도 있고, 일반인도 있고 특수한 신분도 있고, 선량한 사람도 있고 불량한 사람도 있고, 귀인도 있고 잡인도 있고, 선인(善人)도 있고 악인도 있듯이, 저 세상 곧 저승의 사람인 신(神)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신식(神識)이나 신의 영식(靈識)이나 같이 보면 된다. 그다지 특별히 다를 게 없다.
 
2. 신(神)들의 세계

또한 사람이나 신이 사는 무대[世界]는 한 무대일 수도 있다. 공간을 따로 설정할 필요가 없어서다. 또한 무대가 따로 있어도 별 차이가 없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을 이승[生:今生:今世:此生:此世]이라고 하고, 죽어서 가는 저 세상을 저승[死:九泉:冥府:冥土:黃泉:幽界:幽都:幽冥]이라고 부른다. 이승이나 저승이라는 말에는 생명의 한마당이라는 뜻이 들어 있고, 그 한마당에 생과 사의 금줄이 그어져 있을 뿐이다. 그 한마당은 높낮이의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무대다. 물론, 시간에 대한 개념은 다르다.

이 한마당에서 결국 나고 죽는 생사가 벌어지고 고뇌와 온갖 시시비비가 벌어진다. 그 한마당 안에 갇혀 산다. 또한 생사에 갇혀 있거나 생사를 해탈하거나 이 한마당을 떠나지 않고 이루어진다. 다만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능력에 따라 제각각 다른 삶이 전개된다. 죽었다고 결코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듯 가버리는 게 아니다. 그 한마당에서 생사거래(生死去來)가 성립되고, 생사해탈(生死解脫)이 이루어진다. 마치, 한마을에서 이웃집 드나들 듯 하는 일이 나고 죽음이고, 나고 죽음을 벗어나는 일대사(一大事)라는 말이다.

사실은 죽어서 다시 태어날 때마다 서로 자주 만나지만 몰라본다. 얼마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주변에 다시 태어났지만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거다. 전세(前世)의 가족들은 어머니가 새로운 육신을 받아서 태어났기 때문이고, 또 어머니 자신은 육신을 받기 전에는 알다가도 육신을 입게 되면 곧 영식(靈識)이 매(昧:어둠)해져서 모른다. 육신의 능력[六識]과 동시에 한계[十八界]를 덮어 씌웠기 때문이다.
 
3. 신(神)들의 공간과 시간

신(神)들의 세계는 습관과 업보(業報)만 있다. 아무리 그 세계에서 받는 과보(果報)가 화려하고 좋다고 해도 거기서 진보나 향상은 없다. 인간세계는 진보나 향상의 능력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는 퇴보할 가능성마저도 있다. 결국, 생각이 세계를 만들고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승의 모든 원인인 살아서의 생각이, 저승의 모든 결과인 죽어서의 사후세계가 된다. 생각이 고스란히 세계를 만든다. 흔히, 마음이 극락과 지옥이지 어디 극락과 지옥이 따로 있나?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곧 세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부족한 말이다. 유심정토(唯心淨土:極樂)나 유심예토(唯心穢土:地獄)라고들 말하지만, 그런 말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몰라서다. 당사자의 생각이 당사자의 세계를 짓고 형성함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직접적으로는 공성(空性)을 모르는 소리다. 곧 공성의 일체유심조이고, 색불이공(色不異空)공불이색(空不異色)색즉시공(色卽是空)공즉시색(空卽是色)임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아무튼 저승인 신들의 세계는 마음의 안정, 그 안정의 점차와 차제의 정도에 따라 태어나 머무는 곳이 다르다. 마음의 상태[寂·光]는 천차만별이다. 거기에 따른 하늘나라만 해도 종(縱:세로)으로 28천이 있고, 그 밖에 지옥에서부터 아귀(餓鬼)와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와 인도(人道) 등이 있어서 아래위로 모두 합하면 33단계가 되고, 각 단계[道]마다 수많은 갈래[橫:가로]가 벌려져 있어서 세분한다면 가히 부지기수다. 우선 인간계의 인간 됨됨이[人格]나 그 향상인 인품(人品)만 봐도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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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영산재에서의 시련의식 장면.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사진 = 해인사 홍보상임국]

4. 신(神)의 능력

저승에서는 더 이상 정신의 향상(向上)은 없다. 물론, 몸이 없기 때문이고,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생각[神識]을 말과 행으로 펼칠 수가 없어서다. 생각은 실천을 통해서만이 향상하고 성숙한다. 반드시 몸이 있어야 정신[神識]의 실현이 가능하고, 거기서 향상을 도모한다.

저승 세계 신들끼리의 관계는 육신을 지닌 이승보다는 훨씬 안정된 상태지만 미세하고 섬세한 감지(感知)가 있기에 희로애락이 있고, 상대적인 관계가 있게 된다. 서로 사랑을 감지해도 이승처럼 육신의 접촉이 아닌 감지의 교감만으로도 충분하고, 음식의 섭취도 이승처럼 입에 넣고 씹[嚼]는 행위를 짓는 게 아니고 향기나 빛깔의 감지로도 충분한 것이다.

이런 신(神)을 불교에서는 영식(靈識)이라고 말하고, 살아 있을 때는 식[六識], 또는 여러 가지로 말한다. 육식(六識)은 현재의식이고 칠식(七識)인 마나식이나 팔식(八識)인 아뢰야식은 잠재의식이다.
 

 5. 식(識)이란?

사람이 죽으면 육식(六識)이나 7식(七識), 8식(八識)의 구분이 없는 영식(靈識)이 된다. 그러다가 태어나 육신(肉身)을 가지면 육신과 관계를 짓는 제6식(第六識)이 현재의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제7식(第七識)과 제8식(第八識)은 잠재의식으로 감춰진다. 살아 이승에서 성불과 보살도는 6식의 올바른 역할을 통해 7식과 8식 함께 개선되고 성숙해 나간다.

잠재의식은 현재의식으로 깨어나야 한다. 잠재의식은 깊고 안정된 의식이지만 그대로 두면 잠든 의식이고, 그 안에 저장된 업의 종자가 개선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식인 육식으로 일깨워 참회와 보은(報恩)을 통해 잠재의식을 개선시켜야 한다. 염불을 할 때 뜻을 놓친 채 입으로 달달 외는 단계가 잠재의식의 발로이고, 뜻을 놓치지 않음이 현재의식의 현로(現露)가 된다. 곧 현재의식이 잠재의식을 일깨움이 되고, 결국 인간의식은 올바른 방향으로 성숙된다.

 
불교신앙은 인격이고 인품이다. 금강경을 소리 높여 외워서 뜻과 소리가 일치하고 순숙하여 깊어지면 삼매가 된다. 현재의식과 잠재의식의 완벽한 일치다. 잠재의식이 현재의식으로 인해 다스려지고 개선이 되고 조절이 될 때, 삼업[身口意]이 법으로 나란한 법성인격(法性人格), 불성인격(佛性人格)의 구현자가 된다. 이렇게 인격[身口意]이 점차 깊어 감은 인품이 저절로 높아감이 된다. 인격은 심천(深淺)으로 판명이 되고, 인품은 고하(高下)로 드러나게 된다. 불성인간의 참모습이다.

불교의 교리나 경은 불교신앙을 이해시키고 뿌리내리게 하는 이성적인 설득으로 출발한다. 따라서 모든 경은 신앙을 심어주고 키워주는 가르침인 것이다. 생각의 힘을 키워준다고 해도 좋겠다. 예를 들어 자기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드러내어 고쳐나가는 것이 사람의 능력 중에서 가장 진실한 능력이다. 왜냐하면 인격을 갖추고 인품을 향상시켜서다. 이는 현재의식을 통해 잠재의식까지 개선하는 일이고 안팎을 온전히 하는 일이다.

사회는 사람의 생각[識]이 마치 전선줄처럼 얽혀있고 교차해 있다. 이런 생각들에서 혼선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연기(緣起)·중도(中道)’의 질서를 가져야 한다. 통찰을 말한다. 공성(空性)과 공상(空相)을 동시에 관하는 것이다. 반야교학의 통찰은 반야바라밀다이다. 공성과 공상의 실현이다.

불교의 신앙은 인생과 우주의 질서인 진리를 받아들임이고 거기에 따라서 사는 거다. 그럼에도 참선이나 염불을 제대로 해서 인격적으로 온전하고 향상의 드높은 인품을 갖춘 사람은 드물다. 대개가 인격의 성숙 없는 지혜의 칼날은 지적(知的)인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불교에서 신(神:靈識)은 깨달음[覺]이라고 말한다. 오대산 탄허스님은 1977년 10월에 ‘깨달음이 신이라는 뜻의 각유신(覺有神)’의 결정구(決定句)를 붓글씨를 써서 남기기도 했다. (물론, 신에 대한 개념은 일신교(一神敎)의 유일신과는 다르다.)

아무튼 사람이 죽어서 신이 되면 더 이상의 정신적인 진보나 향상은 없다. 제아무리 좋다는 천상세계도 마찬가지다. 가장 큰 원인은 남 돕는 선행을 할 수 없어서고, 물론 육체가 없어서다. 따라서 진보와 향상, 심지어 퇴보마저도 육체를 가졌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럼으로 천상의 신은 오로지 그 세계[精神]에 부합하는 합당한 조건만 누리다가 그 조건이 다하면 다른 정신단계로 이동한다[輪廻·還生]. 이승이나 저승, 그 어느 곳에서든 시작이 있었다면 필경 끝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든 것[一切]은 변천(變遷)하고 존재는 운동이기 때문이다[諸行無常].
 
6. 죽음은 삶의 시작

사람은 살아 있을 때[生前] 많은 정신작용을 이룬다. 생각을 떠올려 곧장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한다. 거의가 생각이 떠오르면 곧바로 말과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이 선(善)이든 악(惡)이든 말과 행동으로 바로 옮겨 많은 걸 이룩한다. 범부중생의 습관이다. 불교에서는 업(業)을 짓는다고 말한다. 결국 사람의 일생은 무수한 업을 생성한다. 생각을 떠올려서 그 생각 속에서 다시 깊이 음미하고 판단하여 조절하는 경우는 드물어서다. 그 많은 범부중생의 생각 가운데서 자기조절이 되어야 가능한 선업(善業)이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비록, 신(神)은 몸이 없어서 향상(向上)의 길로 나아갈 수는 없지만 자신의 방향은 감지한다. 또한 신(神)의 (정신)지위에 따라서 감지가 뛰어나게 이뤄질 수도 있다. 고통도 기쁨도 여러 가지 느낌도 감지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 신이 가진 본래의 능력인 신통력을 회복한다고 말한다. 물론, 평범한 사람도 몸을 벗어 신(神)이 되면 얼마간의 적절한 신통력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신의 경지이고, 아니 본래 인간정신이 가진 세계다. 앞에서 누차 말했지만 신(神)은 몸이 없어서 그 신통력을 남을 위해 쓸 수는 없다. 또한 인간은 신적인 능력이 육신에 가려서 그런 본래능력이 있는 줄도 모르고 당연히 쓸 줄도 모른다. 결국 모르고[無知] 못 쓰고[不用] 산다. 무명(無明)의 삶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다.

아무튼 육신을 벗어난 신의 세계, 죽어 신이 되면 저절로 오신통(五神通)을 갖춘다고 말하는 문헌도 있다. 신의 능력에 따라서는 누진통(漏盡通)만 빼고는 다 가능하다는 거다. 이런 신의 경지를 다른 이름으로 신통(神通) 또는 신령(神靈)이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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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중절태아령(中絶胎兒靈)의 천도(遷度)

모든 신[靈識:神識]들은 사람 몸 받기를 원한다. 어쩌든지 인간 세상에 와서 자기를 향상시키고 싶은 거다. 하물며 성불(成佛)이나 보살도(菩薩道) 성취도 인간세상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신이 육신(肉身)을 가졌다는 것은 정신향상과 성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만큼 모든 신들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어쩌면 경쟁도 치열할 것이다. 그러므로 입태(入胎)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만난 거나 다름없다. 중절태아령은 그런 기회를 믿고 인연 따라 찾아왔던 부모에 의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박탈당한 것이다.

과연, 그런 중절태아령을 그대로 둘 것인가? 정신이 인간생명의 토대이고 우주의 근원인데, 하물며 그 입태를 막거나 성장과 생육을 강제로 탈취한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다. 다시 길을 열어줘야 하는 통절한 책임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태아령의 부모는 참회하고 태아령을 새로운 길로 잘 인도해줘야 한다.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고 덮어 둬서 될 일이 아니다. 은원(恩怨)관계가 확실한 일이기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방치하면 언젠가 장애가 된다.

이제, 우리 반야행자들은 부처님 진리를 한마디로 드러내는 통념일구(通念一句), 통찰일구(通察一句)인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로 중절태아령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금강경만이 태아를 구할 수 있고, 자신과 나라와 세상, 일체중생을 구할 수 있다[大覺行願救國救世].
 
8. 신(神)과의 소통

신(神)은 몸이 없기 때문에 이승과의 소통에서도 마음으로만 가능하다. 문제는 이승의 사람들이 육체의 한계로 인해, 저승에서 (마음) 신호가 와도, 또는 돌아가신 부모가 뭔가 소식을 전해와도 감지를 못한다.

주고받는 이심전심(以心傳心), 그 주파수의 단계가 엄청 달라서다. 어쩌다가 의식이 고요할 때, 즉 잠들었을 때 꿈에 나타나는 게 고작일 정도다. 이승과 저승은 한마당이지만, 난통(難通)과 불통(不通)의 이유로는 서로 육체의 유무(有無)가 다르다는 거다. 그렇지만 이승의 사람이 바른 생각을 갖거나 마음이 고요해지면, 즉 기도나 삼매를 가지면 일정부분 서로 감지된다.

문화적으로 접신(接神)은 살아 있는 정신이 주가 되어, 죽음 후의 영식(靈識)을 맞이하여 만나는 거다. 물론, 영식과 만날 수 있는 조건을 정신이 갖췄을 때다. 거기에 비해 빙의(憑依)는 죽음 후의 영식이 주가 되어 어디 알맞은 살아 있는 정신에 기대는 거다. 분명한 것은 접신이나 빙의 두 상태를 이룬 살아 있는 정신을 무당(巫堂)이라고 한다. 이승과 저승의 메신저라고 말해도 될 것이다.

자식을 낳기 위해 백일기도를 한다. 그것은 영식(靈識)의 입태(入胎)를 발원하는 기도다. 이 기도의 본질은 보다 높은 차원의 영식이 입태해 줄 것을 바라는 거다. 정신단계가 높은 영식이 입태한다면 부모뿐만 아니라 가문에 큰 혜택이 되고, 그 국토가 빛나고 창생이 혜택을 입어서, 중생계가 한층 상승한다.
요즘 사회풍조가, 특히 지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유가족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늘나라에 가라!”고 울며불며 외쳤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가령, 부부가 함께 살다가 어느 쪽이 먼저 죽었다고 해도 다시 이 땅[地球]으로 돌아와 같이 사는 게 좋을까, 영영 어디론가 멀리 가버리는 게 좋을까? 판단이 있어야 한다.

결국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에 따라 죽음에 대한 태도와 처리, 거기에 따른 말도 다르게 표현된다. 생명관의 차이다. 생명관에서 이승 저승의 수평적인 관계가 있고, 땅이나 하늘을 일컫는 수직적인 관계가 있다. ‘하늘에 가라’는 말은 다분히 수직적인 곳이고, 그곳은 다시 만날 수 없는 영별의 머나먼 곳이다. 수평적인 곳은 소통이 쉽지만 수직적인 곳은 소통이 어렵다. 장벽 때문이다. 사후 신의 세계도 결국 지극히 진리를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가, 비인간적인가의 문화적 차이로 나타난다. 문화가 정신이니까.

그럼으로 인간에 대한 해석과 이해의 입장에 따라서 다르다. 신(神)의 존재를 부정(否定)하고 인정하지 않음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추방하고 배척하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어이없는 일이 된다. 정신부정은 인간부정(人間否定)이다. 사람에겐 생사를 막론하고, 이승이나 저승이나 오로지 정신(精神)이고 정신작용이 존재의 바탕이 된다.

사람에게는 육체가 없는 상태가 곧 죽음이겠지만, 살아서는 정신과 육신(肉身)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는 운동하는 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움직이는 그 힘을 신(神)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람의 정신에는 ‘정(精:精靈)·신(神:神靈)·기(氣:靈氣)’, 세 가지가 있다. 정령은 보이지 않지만 핵심인 정수(精髓)이고, 신령 역시 보이지는 않지만 영묘(靈妙)하고, 영기 또한 보이지 않지만 그 작용의 미묘한 세(勢)를 말한다.

‘정·신·기’는 나눌 수 없는 온전한 하나이지만 사람이 육체를 버렸을 때[死亡], 즉 육체가 없는 상태를 한마디로 신(神)이라고 표현한다. 이 신은 유일신이니 잡신, 귀신 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살아 있을 때의 정신세계를 신(神)이라고 말한다.

언급했지만 육체적 작용이 없는 정신 상태, 그런 지극히 정신적인 상태는 육체를 가지고 있었을 때 형성된 것, 그 수준에 줄곧 머무른다. 물론, 육체를 가지지 않았기에 어떤 정신작용도 구체적으로 일으킬 수 없지만, 생전의 습관이나 업으로 형성된 견문각지(見聞覺知)를 그대로 지니거나 머금고[含藏] 있다.
 
9. 창조신(創造神)이란?

창조신(創造神)을 창조주(創造主)라고 말하여 존재의 정점(頂點)에 두지만, 그 정점의 신은 누가 만들었느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사실은 답이 있을 수 없다. 생각의 궁극이 아니고, 궁극은 공(空)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조신 신봉자들은 창조주의 유무(有無)를 말할 수 없는 최고 단계인 제일의(第一義)라고 스스로도 제한하고, 타인에게도 제일의로 입막음하거나 가름한다. 논의(論議)의 대상이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오늘의 지성(知性)으로선 제일의에서 멈추어야 하는 건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공개된 모순이나 허위일 뿐이다.

인간, 특히 현대인의 정신작용인 논의의 대상에 한계나 예외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논의의 예외가 없는 현대의 과학기술 앞에서는 더욱 변명의 여지가 없고 설 자리조차 없다. 그럼에도 논의에 예외를 두는 것은 답이 아닌 걸 억지 답으로 삼는 견강부회(牽强附會) 정도로 본다. 또는 ‘종교’라는 영역 표시를 해서 아예 건드리지 않는 정도의 대우를 해준다.

창조나 창조주의 문제에 대해 더 정확하게는 그 사실을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믿음[信仰:생각]이 만들었고, 그들은 스스로 거기 멈춰서, 안주(安住)해서 산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주는 언제나 신봉자들만의 신앙일 뿐이다. 따라서 신이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고, 신이 없다고 믿으면 없는 거다.

유무(有無)의 객관적인 사실과 관계없는 것, 오로지 신(信), 불신(不信)이라는 생각의 작용이고, 그 차이다. 그런 생각 자체도 순간순간 변화하는 허상(虛像)이다. 믿음은 그 허상을 실상(實相)으로 믿고 한결같이 쫓는 거다.

결코, 논의의 예외를 두지 않는 현대인 누구에게도 강요할 신념체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가까운 친척이 죽으면 하늘나라에 가라고 태연히 말한다. 한갓 허상의 수사(修辭)를 죽어서까지 쫓는 것이다.

거기에 비해 윤회(輪廻)나 환생(還生)은 이 지구로 다시 돌아오라는 거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죽은 사람을 산 사람들의 현실로 다시 불러들인다. 얼마나 구체적이고 인간적이며 책임감 있는 관계인가.

따라서 “불교인에게 창조주를 누가 만들었느냐?”고 묻는다면, 불교도(佛敎徒)들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생각이 만들었다!”고 큰소리로 답할 것이다. 일체[精神的·物質的]는 생각이 지어낸 것,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다.
 
10. 불교의 법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산 사람을 위한 법회(法會)와 죽은 사람을 위한 법회[遷度]다. 이른바 천도법회(遷度法會)는 죽은 사람들인 신들에게 설법을 하여 깨닫게 해서 스스로 향상(向上)하라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천도법회는 일반법회와 그 취지는 같고 형식만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신[祖上]이 스스로 그런 자리를 만들지는 못한다. 반드시 후손이나 누군가가 만들어줘야 한다. 비록 신(神)의 경지이지만 육신이 없어서다.

사람이 죽고[死有] 다음 세상에 태어날 때[生有]까지의 기간이 길어야 49일이고, 대개 그 안에 다음 세상에 태어난다. 극선(極善)이나 극악(極惡)은 바로 수생(受生)한다. 49재(四十九齋)는 사후(死後), 칠일마다 한 번씩 재를 올려서 일곱 번을 지낸다. 사유(死有)와 생유(生有) 사이의 기간이고, 그 기간의 영식(靈識)을 중음신(中陰神)이라고 한다. 만약, 49일 안에 다음 세상에 태어나지 못하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오래 동안 중음신(中陰神) 상태로 떠돌게 된다. 특별한 계기는 부처님 법을 들을 수 있는 기회, 천도재를 말한다.

또한 49일이 지나도 조상들이나 부모에게 기일재(忌日齋)나 천도재(遷度齋)를 올리는 건 왜일까? 비록 다음 생을 받았더라도 재를 올려서 공덕을 쌓으면, 받은 그 생이 윤택하고 복을 두터이 입어서 행복하게 살게 되어서고, 종내는 깨달음에 들기 때문이다.

중음신이나 하늘 신, 아수라 등의 신들도 불교의 설법을 듣고 보리심(菩提心)을 일으키는 선신(善神)과 나아가 불교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내는 호법신(護法神)이 있고, 불교와 관계없이 습관으로 존재하는 평범한 신이나 여러 잡신(雜神)도 있고, 악신(惡神)도 있다.

사람에게 인격과 인품이 있듯이 신들에게도 영식의 단계에 따른 신격(神格)과 신품(神品)이 있어서 거기에 맞는 환경을 누린다. 인간사회 그대로의 정신구조가 신들의 세계라고 보면 된다. 신이 인간과 다른 점은 육체만 없을 뿐이다.

불교는 신(神)을 제도하는 가르침이기에, 법당에 신(神)이 된 조상의 자리[靈壇]도 있고, 살아있는 후손의 자리[法席]도 있다. 생과 사의 한마당이 불교의 생명관이기에 법당은 공유공간이고 생사초월의 장(場)이다. 무교(巫敎)는 신(神)을 이용하고, 일신교는 여타의 신(神)을 모두 퇴치하고 배척하는 가르침이다. 알고 보면 신을 퇴치하고 배척하는 건 자기가 자기를 퇴치하고 배척하는 모양이 된다.
 
11. 이승과 저승을 오고가는 반야일구(般若一句), 반야용선(般若龍船)이다

이승에서 살다가 때가 되면 누구나 저승으로 간다. 그때 잊지 않고 해야 할 한마디가 없을까, 뭘 의지해서 저승으로 갈까? 이승과 저승에서 두루 통할 수 있는 일구가 도대체 뭘까? 그렇다, ‘금강경’이며 ‘반야심경’이고 더 줄여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이다.

이 한 구절이면 족하다. 어느 곳, 어느 때라도 알맞다. 말 그대로 불모(佛母)가 아니신가! 그 길에는 부족해도 안 되지만 넘쳐도 안 된다. 오로지 영원과 청정의 원만구족이다. 시방삼세(十方三世)에 두루 통하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의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이고, 초출(超出)의 일구임에랴.
오래 전 불자(佛子), 중국 당대의 측천무후(則天武后)가 반야일구(般若一句)를 위해 앞장서서 자신의 발원을 온 천하에 펼치고 있다. 황제의 위세가 아닌 반야(般若)의 위덕(威德)을 발원하고 있다.
 
無上甚深微妙法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
百千萬劫難遭遇 백―천― 만겁인들 어찌 만나리
我今聞見得受持 내―이제 보고듣고 받아지니니
願解如來眞實義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
 
이승에서 저승 갈 때, 저승에서 이승으로 올 때, 오직 한 구절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를 부른다. 열 번을 부른다. 반야용선을 타고 생사의 바다에 출몰한다. 불망념(不忘念)의 한 생각이 바로 ‘나무마하반야바라밀다’이다. 열 번은 덤이다. 한 번이면 된다. 이것이 불교의 총결(總結)이고 그야말로 통념(通念)이고 통찰(通察)이다. 통념일구가 있어야 통찰의 삶이 된다. 

* 이글은 기고문으로 <미디어붓다>의 논지와는 무관함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