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연구소, 종교계 최초로 성소수자 분야 연구보고서 발간

효록스님 “불교, 소외자 관심 가져야…동성결혼 인정 안 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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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입장에서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애는 불사음계에 저촉되지 않는다.”
 
불교계에서는 그동안 관심 밖 영역이었던 성소수자 분야에 대한 첫 연구가 진행됐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는 4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계 최초로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 남보다 한 가지 고민을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보고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성소수자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이 서서히 변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편견, 나아가 혐오의 대상으로 소외받고 있는 현실에서 불교계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연구는 효록 스님(동국대학교 외래교수, 상담심리학 박사)을 책임연구원으로, 박성현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이 감사했으며,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학생 박상준(박사과정 수료), 김광미(박사 과정) 씨가 연구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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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개선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아직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불교계를 비롯해 종교계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이 분야에 대해 무관심했고 나아가 배타적인 성향까지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우리 불교계가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사회적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는 대안을 제시한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성소수자는 일반인들보다 하나의 고통을 더 가지고 사는 사람들로 통한다. 이들은 공공기관, 학교, 상업시설 등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거나 ‘벽 속에 갇힌 존재’로 차별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불교를 포함해 종교계는 이들의 고통에 관심이 부족했고, 아픔을 함께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교해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붓다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은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고 근심이 많으며 위험은 더욱 많기 때문에 특히 출가자의 성적 교섭을 엄격하게 반대하고 금지했지만, 성(性)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출가한 사람의 도덕적인 생활에 대해서 주로 문제를 삼았지 출가하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평가를 거의 하지 않았다. 따라서 재가자의 성 생활은 출가자의 생활을 기록해 놓은 율장을 통해 짐작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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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연구원 효록 스님은 “팔리어율장에 나타나는 성소수자는 ‘성 -변환[트렌스젠더]’, ‘여성 동성애’, ‘양성애’, ‘성소수자 차별’, ‘성소수자에 대한 양가적 태도’ 등 성수자의 거의 모든 경우에 걸쳐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전재성 박사가 번역한 『마하박가-율장대품』(2014),  『쭐라박가-율장소품』(2014), 『빅쿠니비방가-율장비구니계』(2015),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2015) 등을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효록 스님은 “‘승단추방죄법 제1조’의 성적 교섭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성적 대상으로 여성과 남성 외 양성과 빤다까를, 성적 교섭의 길로 성기 외 항문이나 구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며 “율장에서는 항문이나 구강을 성기에 비해 더 하열한 기관이라고 폄하하거나 문제 삼지 않고 나란히 두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효록 스님은 빤다까(paṇḍaka), 즉 빅쿠비방가(율장비구계)에서 출가를 금지시킨 동성애자나 유사성행위자를 남방의 대논사로 청정도론을 쓴 붓다고사(Buddhaghosa)는 다섯 가지 유형, 즉 동성애자, 관음증환자, 자위행위자, 음력 한 달 가운데 절반인 이주간만 빤다까가 되는 자, 임신 순간부터 남성성이 결여된 자로 분류하고 있다며 율장에서는 ‘남성 동성애’에 관한 벌칙의 기준을 세밀하게 정리해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비구가 잠자는 비구를(또는 비구가 잠자는 사미를, 사미가 잠자는 비구를, 사미가 잠자는 사미를) 범했을 때, ▲깨어난 자가 동의하여 즐거움을 느낀다면, 양자가 멸빈(滅擯: 승단에서 추방) ▲깨어난 자가 동의하지 않아 즐거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폭행자가 멸빈 ▲알지 못했거나, 동의하지 않아 즐거움을 느끼지 않은 경우이거나, 정신이 착란된 자이거나, 마음이 심란한 자이거나, 애통해 하는 자이거나, 초범자의 경우는 무죄로 되어 있다.

이번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 방법을 채택했다. 현상학적 연구는 다른 연구에 비해서 주관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보는 연구방법으로 주어진 현상의 발생적, 구성적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인식주체가 경험하는 의식작용을 탐구하는 철학적 방법론에 그 바탕을 둔, 귀납적인 연구 방식이다. 

불교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도 “붓다 재세 시 비구로 출가했던 한 성소수자가 호르몬의 변화 등으로 인해 여성성의 징후가 강해지면서 붓다를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자 붓다는 그에게 비구니계를 다시 내려, 비구니계로의 전향을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젠더를 존중하고 인정한 붓다의 판단은 오늘날 성소수자 문제를 대하는 데 있어 불교계가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록 스님은 다른 종교에 비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언급이 율장 등에서 많았던 불교계, 특히 한국불교계에서 정작 성소수자에 관련한 발언이나 견해가 나오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관심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스님은 이어 “성소수자 문제는 전체 국민의 1~10%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문제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로 인해 고통을 받는 범위를 그 가족까지 확대하면 한국사회에서 관심을 갖고 해결해나가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라면서 “향후 이에 대한 연구를 진전시켜서 이 문제데 대해 종단적 입장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효록 스님은 율장이나 붓다의 성 정체성에 대한 유연한 판단 등에 비추어 볼 때 불교에서 ‘동성간의 결혼 합법화’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보며, 또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끼리의 성행위는 불사음계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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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록 스님은 이번 연구의 표집 대상으로 삼았던 18명의 성소수자가가 인식하는 불교의 태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이들은 불교의 성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것으로 느꼈거나 ▲이웃 종교와 달리 무관심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인상을 받았고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해 차별하고 혐오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성소수자가 인식하는 신행생활의 의미에 대해서도 ▲윤회와 업사상과 불이사상은 성소수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긍정적인 관점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용이해질 수 있고 ▲내면을 통찰하고 자기 통제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으며 ▲힘든 삶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마음의 의지처와 삶의 기준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점 등의 조사결과를 보였다.

효록 스님은 “중생의 심리적 고통에 대해 해결을 모색해 온 불교가 이들의 남다른 고통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괴로움의 해방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여 붓다가 그랬던 것처럼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싸 안아야 할 것”이라면서 “동성 관계를 죄악시하며 차별했던 기독교의 전통 조차도 그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고, 서구 불교의 경우에는 성소수자에 대해 우호적이고 자비스런 모습으로 몇몇 성소수자 승가가 조직되어 운영하고 있는 만큼 한국불교계도 성소수자에 대한 경전 연구와 더불어 큰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이들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책임 있는 대답을 내 놓을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종교계에서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도하였다는 점, 또한 불자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의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기념비적 연구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