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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 전설 깃든 천년고찰 성주사

김진호 | zeenokim@naver.com | 2016-04-27 (수) 10:28

[김진호 기자의 순례] 장대비 내린 날 불모산 성주사를 가다
아픈 기억 어린 고색창연 성주사의 초여름 풍경에 흠뻑 젖다

 

성주사 경내 마당에서 바라본 우중 풍경. 불모산 산 능선으로 비구름이 넘고 있다.

 

“후두둑 후두둑” 늦여름 굵은 소낙비가 울창한 활엽수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스틱으로 드럼을 두드리는 듯 두터운 소리로 머리 위에서 울려 퍼진다. 빗소리가 마치 머리 위에서 난타 연주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불모산 성주사 경내 아름드리나무 아래다. 그래도 이 얼마나 다행인가. 성주사 경내에서 이렇게 소낙비를 만났으니 말이다. 성주사에 이르는 길은 사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들어서는 걸음걸음마다 가라앉은 흥분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성주사 경내 입구의 돌확에 핀 연꽃 하나도 무척이나 반갑고 그 안에 일어나는 빗방울이 만든 작은 파문 하나도 새삼 큰 울림처럼 여겨진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성주사의 대웅전은 더욱 고색창연하고 고즈넉하다.

 

굵은 장대비가 지나가니 성주사 경내 마당에는 금방 물고랑이 생겨난다.

 

실은 이랬다. 잘 아는 고등부 유소년 축구 감독과 함께 시합 관계로 찾은 곳이 창원이었다. 감독은 감독 본연의 업무를 위해 시내로, 필자는 창원의 유명한 산사를 찾아보기 위해 시내버스에 오른 것이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에 무심히 사로 잡혀있을 때까지만 해도 정신을 쏙 빼놓을 만한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버스가 종점에 가까워지니 차내 좌석은 거의 텅 비어있어 옆 빈자리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잠시 내려 두고 때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후배의 전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잠시 나누자니 버스는 어느 새 회차 지점.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서 내리고 전화를 끊고 나니 뭔가 엄청난 허전함이 느껴진다. 아뿔싸! 그제야 옆 자리에 카메라를 두고 내린 것을 알아차린다. 회차 지점이라 이미 버스는 사라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타들어 가기 시작을 한다.

 

버스 정류장 노선도에서 버스 회사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해 보지만 휴일이라서 그런지 통화가 되질 않는다. 다음 떠오르는 생각은 경찰서. 112에 전화를 걸어 카메라 분실을 알리고 노선 번호를 알려주니 최선을 다해 수배를 하겠노라는 경찰관의 대답이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속이 반쯤 타들어 갈 즈음 택시 한 대가 나타난다.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 노선의 열 정거장 정도까지 가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버스는 정류장 마다 정차를 하니 잘하면 따라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이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택시에서 내려 얼마 기다리지 않자니 타고 갔던 그 버스가 들어온다. 버스가 정차하고 앞문이 열린다. ‘맞다! 아까 그 버스 운전기사!’ 이런 반가움이란.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기사님. 저어 혹시 카메라”라고 말하는 순간 버스 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운전석 좌측 공간에서 카메라를 꺼내 건네준다. 죽은 자식이 살아 돌아올 때 이런 느낌일까?

 

 “그렇잖아도 경찰관한테서도 전화가 왔어요. 혹시 버스 안에 카메라 보거든 잘 좀 챙겨달라고요. 버스를 회차하면 다시 운행을 하기 전에 잠시 청소를 해야 하는데 그때 좌석 위에 놓인 카메라를 보고 잘 챙겨 뒀습니다.”


카메라를 건네받고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작게나마 사례를 하자니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마다한다. ‘아. 이런 감동이란!’ 각박한 세상 같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는 정의와 인간미가 남아있음을 피부로 느끼던 순간이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담당 경찰관에 카메라를 찾았노라고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정말 다행이다. 여기서 못 찾았으면 마산 종점까지 헤맸을 판인데.

 

 퇴색한 단청이 고색창연한 대웅전. 경남유형문화재 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에 봉안된 삼존불. 주불은 석가모니불이고 위로 화려한 닫집이 장엄하다.

 

성주사 대웅전 앞 삼층석탑. 경남유형문화재 25호로 고려시대로 추정되고 있다.

 

성주사 동종.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67호. 조선시대 동종이다.

 

성주사 삼성각. 작은 전각이지만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 눈길을 끈다.

 

굵은 빗방울이 파문을 만들어 내고 있는 돌확. 작은 것 하나도 운치가 가득하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성주사 경내 입구. 머리 위에서 들리는 소낙비 소리도 돌확 안의 작은 파문도 커다란 울림으로 느껴 질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빗발이 점점 더 굵어진다. 서둘러 설법전 처마 밑으로 기어든다. 빗발은 점점 더 거세진다. 성주사를 품에 안은 불모산이 허연 비구름으로 지워지고 있다.
 
불모산(佛母山)이라. 불모산은 창원시 성주동과 김해시 장유면과 연해 있는 산으로 전설 하나가 전해져 온다. 바로 김해 김씨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부인 허황후에 관한 전설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허황후는 아들 일곱을 이곳 불모산에 입산시켜 승려로 출가 시키고 일곱 아들을 모두 부처를 만드니 이에 허황후를 불모라 부르고 산 이름도 불모산이라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전설에 지나지 않지만 불자의 마음에는 이런 전설에 더욱 이끌리게 된다.

 

연꽃이 가득한 사각형 연못. 연못에 노란 어리연이 가득 피어 무척이나 보기 좋다.

 

자연석으로 아름답게 쌓아 놓은 돌담. 돌담 사이에 핀 여름 꽃이 그림 같다.

 

오장육부를 전부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감로수. 달디 단 약물을 한껏 들이켜 본다. 

 

성주사 경내를 빠져 나오면 다시 바라보는 성주사의 풍경.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성주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부산 범어사의 말사로 신라 흥덕왕 10년 835년에 창건 되었다. 현재 성주사에는 대웅전 경남유형문화재 134호, 삼층석탑 경남유형문화재 25호, 성주사 동종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67호 등의 성보가 남아있다. 굵은 빗줄기 너머로 보이는 성주사 대웅전의 풍경이 더욱 고색창연하고 고즈넉하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불모산 정상으로 어어진 능선 위로 비구름이 타고 넘는다. 그런 불모산의 풍경과 함께 경내 마당을 휩쓸고 지나가는 빗물이 만들어낸 작은 고랑 하나도 산사의 풍경은 더욱 고혹하다.

 

굵은 장대비가 지나가고 산사는 다시 본래의 고요함을 되찾는다. 그리고 제 빛깔을 찾은 경내의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퇴색한 오랜 전각도 보기 좋고 새로 지은 채색 밝은 단청이 화사한 전각도 보기 좋다. 잘 쌓아 놓은 자연석 돌담 사이로 핀 여름 꽃은 또 얼마나 보기 좋던지. 우여곡절 끝에 만났던 지난 해 여름 성주사는 그래서 더 아름답던 산사로 기억이 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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