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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예쁠 줄 알았어!”

김진호 | zeenokim@naver.com | 2016-04-25 (월) 16:42

[김진호 기자의 순례]  영산재와 함께 한 신비의 섬 백령도
흑룡사서 예불하고 콩돌·사곶 해안의 멋진 풍광에 반해버렸네


콩돌해안. 파도를 만나면 반투명해지는 콩돌. 반짝반짝 영롱한 모습이 보석 같다.

 

백령도에서의 첫 아침을 맞는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완전히 잦아 있는데 아침 공기는 코끝을 찡찡하게 만든다. 계절은 아직도 초봄. 중부지방은 이미 벚꽃이 지고 배꽃 복사꽃이 화사한데 이곳 백령도는 벚꽃이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고 매화와 개나리가 한창이다. 이제 곧 벚꽃의 풍경이 그림 같이 화사한 풍경으로 피어오를 것이다. 백령도의 봄은 5, 6월이 제 모습이다. 서울과 비교해도 계절이 한 달 가량 늦게 가는 섬이 백령도이다. 역시 백령도는 최북단 섬임을 느끼게 해 준다. 올해 벚꽃의 아름다운 풍경을 놓친 이가 있다면 이제라도 백령도에 가면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 벚꽃의 진풍경을 만끽 할 수 있으리라. 백령도의 가로수 대부분은 벚나무이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 첫 일정은 백령도 해병부대 안의 군법당 흑룡사 방문이다. 개신교의 성지라고도 불리는 백령도에는 교회가 무려 14개에 이른다. 성당과 사찰이 각각 두 곳이다. 사찰은 조계종 몽운사와 해병대 군법당 흑룡사가 전부다. 그 둘 중에 한 곳의 사찰인 흑룡사를 찾아 아침 예불을 올리는 일정이 잡혀 있다.

 

해병대 6사단 사령부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흑룡사로 들어선다. 작고 단출한 일주문을 지나 소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잠깐을 걷자면 흑룡사가 나타난다. 단출한 일주문만큼이나 단출한 흑룡사 법당. 영산재보존회 스님들과 함께하는 불자들이 흑룡사 법당 안으로 들어선다. 금세 비좁아지는 법당. 흑룡사의 법당은 그만큼 작고 조금은 옹색해 보인다. 그래도 목탁소리가 번지고 불경 염송소리가 퍼지니 비로소 법당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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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6사단 군종 사찰 흑룡사의 법당의 모습. 작은 법당이 단출하다.

 

흑룡사 법당에서 영산재보존회 스님들과 태고종 불자들이 함께하는 아침 예불.

 

새로 짓고 있는 흑룡사의 법당. 6월이면 완공되어 번듯한 모습의 법당이 될 것이다.

 

매화가 한창인 백령도. 중부권에서도 이미 매화는 다 졌는데 백령도는 한창이다.

 

콩돌해안의 아름다운 풍경. 콩돌해안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됐다.

 

보석 보다 보석 같은 콩돌 한 줌을 손에 쥐어본다. 정말 예쁘고 예쁘다.

 

예불이 끝나고 법당 마당으로 나와 다시 흑룡사 법당을 바라본다. 이 작은 법당이 어쩌면 지금의 한국불교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 교회고 성당이고 모두 우람한 모습인데 흑룡사 법당은 아무리 다시 봐도 옹색하기 짝이 없다. 그때 우측으로 보이는 제법 장엄해 보이는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기와지붕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 신축 전각이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공사 관계자에게 물으니, 이 전각은 새로운 법당으로 6월이면 공사가 완료된단다. 이제 얼마 후면 이 멋진 전각에서 예불을 드리게 된다고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버스를 타고 이동 남포리 해안으로 향한다.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을 찾아가는 길이다. 백령도를 형성하고 있는 규암이 부서져 나와 파도에 마모가 되면서 콩알 모양의 자갈로 이루어진 해안이 약 800m라고 하니 얼마나 예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아니나 다를까. 콩돌해안에 도착해 해변 자갈밭 안으로 막 들어서자마자 감탄사가 먼저 터져 나온다. 해안의 좁은 사구를 지나면 먼저 손바닥 반만 한 납작한 자갈이 눈에 들어오다가 바다 쪽으로 다가 갈수록 자갈의 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그리고 파도와 맞물리는 지점에서는 정말 딱 콩알만한 크기의 자갈이 해안선을 따라 해변 가득 깔려 있다.

 

‘이럴 줄 알았어. 내 이럴 줄 알았어.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울 줄 알았어!’


절로 탄성이 터진다. 작은 콩돌이 파도가 한번 지나가면 영롱한 빛을 반짝거리는 모습이라니! 보석도 이렇게 예쁜 보석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파도가 밀려 올 때 마다 이 콩돌들은 노래까지 부른다. “차르르. 샤르르. 차르르. 샤르르.”

 

파도가 닿을 때 마다 반투명으로 변하는 자갈들. 이 작은 콩돌들은 파도와 만날 때 마다 생명의 숨이 깃드는 것만 같다. 이렇게 예쁜 보석 같은 콩돌이니 탐이 날 수 밖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줌씩 가져가다보니 이제는 마을주민들이 감시에 나서고 있다. 적발되면 벌금은 당연한 일이지만, 먼저 소중한 자연유산이니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온전하게 돌려줘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개발이 우선시되는 시대. 마구 뒤집고 헤집어 놓은 자연을 볼 때 마다 가슴 한켠을 쓸어내릴 때가 있다. 어쩌려고 저러들 시나. 다시 돌이키려면 백배의 시간이 걸린다는데.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는 백령도 천연활주로 사곶해안의 풍경.

 

쾌속질주 중인 자동차 한 대. 사곶해안은 길이가 4Km에 이르는 광활한 해안이다.

 

백령도에서는 지금도 동백꽃을 볼 수 있다. 백령도의 봄 몹시 느리기만 하다.

 

백령도의 맛난 평양냉면. 백령도에는 실향민이 많아 제대로 된 냉면을 맛 볼 수 있다.

 

백령도의 관문인 용기포항의 주변 풍경. 용기포항 일대도 무척 아름답다.

 

용기포항 방파제를 걷다 보면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기암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아름다움 가득한 콩돌해안에 이어 찾아간 곳은 사곶해안이다. 그 유명한 백령도의 천연활주로다. 전 세계에서 딱 두 곳 뿐이라는 천연비행장 중에 그 하나가 우리나라 백령도에 있는데 바로 사곶해안이다. 이렇게 귀한 해변은 당연히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를 받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391호. 물이 빠진 백사장으로 들어서면 보통 모래사장하고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시각적으로 봤을 때는 폭신하니 빠져들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단하다. 하긴 그러니 이곳에서 옛날 쌍발기가 뜨고 내렸겠지. 실제로 1989년 이곳이 개방되기 전까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고한다. 규조토로 이루어진 사곶해변을 걸어본다. 단단하고 촉촉한 느낌이 정말 좋다. 그때 달려가는 자동차 한 대. 쾌속 질주를 즐기고 있다. 그제 서야 실감하게 되는 천연활주로의 느낌. 가끔 TV 여행 소개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그 장면을 직접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없는 섬 백령도. 파고가 조금만 높아도 발들이기 어려운 섬. 바람이 거칠어도 발들이기 어려운 섬. 이런 섬이 백령도다. 이런 섬 백령도를 떠날 시간이 서서히 다가온다. 백령도에서 유명하다는 평양냉면 한 그릇에 배를 채우고 여객선에 오른다. 멀어지는 섬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가 아스라이 몸집을 줄인다. 작아지는 섬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이는 건 왜일까.

 

“위정자들아! 제발 선거철이 오면 이 땅에 전운이 감돌게 만들지 말라! 이곳 섬사람들은 다 맞아죽는다는 말이다. 당신들이 전쟁 위기를 조장하며 표를 얻으려 하지만, 이곳 섬마을 사람들에겐 표가 아니라 짱돌이 되어 돌아온단 말이다. 서해 5도 주민들은 개구리가 아니다. 함부로 짱돌이 날아들게 하지 말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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