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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석양은 극락행 영가들의 미소였다”

김진호 | zeenokim@naver.com | 2016-04-21 (목) 14:23

[김진호 기자의 순례] 백령도에서 첫 시연된 영산재 현장을 가다
영산재보존회, 세계문화유산 의식으로 천안함 희생 장병 원혼 달래

 

 모란꽃을 들고 추는 나비춤인 다게(향화게). 아름다운 춤사위에 매료된다. 사진=김진호 기자

 

인천대교를 지난 쾌속 여객선은 거침없이 바다를 가르며 질주하고 있다. 우리 땅 최서북단에 위치한 서해5도는 연평도, 우도,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를 이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우리 땅 우리 섬이 백령도이다.

 

백파를 일으키며 달리는 쾌속선은 우리나라에서 여덟 번째로 크다는 섬, 백령도로 향하고 있다. 바로 천안함 침몰로 순직한 46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영산대재를 봉행하기 위해 영산재보존회 스님들과 불자 135명이 백령도로 향하는 길이다.

 

승선 전까지만 해도 맑디맑던 하늘은 어느새 서서히 흐려지며 바람까지 거칠어지고 있다. 먼 바다로 나오니 파도까지 조금씩 일렁이기 시작을 한다. 이 커다란 여객선이 롤링을 시작 하자 객실 안에서는 조금씩 배 멀미를 하는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을 한다. 바다에서 조차 남북분단의 현실을 느끼던 순간이다. 만약 통일이 됐다면 황해도 장산곳에서 바닷길로 불과 15Km 남짓. 하지만 지금은 북방한계선(NLL) 때문에 먼 바다로 돌아서가야 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는 백령도까지 바닷길로 220Km의 거리. 쾌속여객선으로도 백령도까지는 거의 4시간 정도가 걸린다. 통일이 됐다면 이렇게 배 멀미까지 하지 않고서도 백령도에 보다 편하게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잠시 통일을 소망해 본다.

 

 백령도로 들어가기 전 섬인 대청도. 대청도까지만도 207Km 3시간이 소요된다. 

 

백령도에 들어서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심청각기념관. 효녀 심청의 동상이다. 

 

제단이 설치되어 있는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거친 상황.

 

천안함이 침몰된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대. 하늘도 바다도 슬픔이 가득한 느낌이다.

 

망망대해를 무려 3시간 동안 눈이 뻑뻑해질 정도로 지루하게 보고 나서야 보이는 첫 섬이 소청도이다. 소청도를 들렀다가 대청도를 들러 드디어 도착한 섬 백령도. 아직 겨울의 서슬에 갇혀있는 듯 백령도는 흐리고 어둡고 바람 끝은 얼얼하다. 아직 신록의 고운 연두 빛이 스며들지 않은 백령도 용기포항의 첫 인상은 매정하고 냉정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중부권까지 이미 봄이 지천인데 아직 이곳은 앙상한 겨울 느낌이 가득하다.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중식을 마치고 제일 처음 찾은 곳이 심청각이다. 효녀 심청의 효심을 배워가자는 의미를 담아 조성한 심청각은 인당수를 조망 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잔뜩 흐려진 날씨는 인당수는커녕 발아래 바다도 채 드러내놓지 않고 있다.

 

심청각기념관을 돌아보고 나오니 빗발이 거세지기 시작을 한다. 영산대재가 봉행될 천안함위령탑으로 향하는 길.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는 이젠 빗소리가 아닌 둔탁한 우박이 때리는 소리로 바뀌어 있다.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요란한 백령도 날씨. 아무래도 영산대재 일정이 염려스럽다. 과연 이대로 영산대재를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버스 안에서 잠시 대기를 하는 중 행사 진행 스님들의 전화가 바쁘다. 위령탑에 있는 사전준비 팀은 거센 비바람에 더욱 당혹스럽고 심란한 상황이었으리라. 다음날 오전으로 일정을 미루자니 준비해간 제수가 변할까봐 걱정이고 바람 또한 요란하니 제단이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더하자니 이야말로 대략난감인 상황이라고 해야 할 수밖에.

 

거친 바람이 사정없이 불어대는 천도재 현장. 달아놓은 번이 사정없이 흩날리고 있다.

 

천안함 46용사의 위패가 안치되자 신묘하게도 비바람이 잦아들기 시작을 한다.

 

개식을 준비하고 있는 선암스님과 현성스님. 비바람과 추위에 얼굴이 얼어있다.

 

인사말씀을 하고 있는 영산재보존회장이자 봉원사 주지 선암스님의 모습.

 

축사를 하고 있는 해병대 6사단 인사참모 김수용 중령. 흑룡사 금강회장이다.

 

천수바라를 시연하고 있는 영산재 시연 스님들. 춤사위가 동적이면서도 정적이다.

 

이런 저런 사정이 교차하더라도 주최 측 영산보존회는 강행군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막상 행사가 준비되자 일어나기 시작하는 신묘한 현상들. 제단을 차리기 시작을 하자 서서히 가늘어지기 시작하는 빗방울. 천안함 46용사의 위패가 올려 지기 시작을 하자 서서히 잦아드는 바닷바람. 기상청의 예상대로라면 오후 6시까지 비바람이 영산대재를 괴롭혀야 할 텐데 고맙게도 비바람이 잦아들고 있는 것이다.

 

1부 입재식이 시작이 되자 놀랍게도 비바람은 완전히 멎고 무탈하니 식순이 이어진다. 개식에 이어 간단한 내빈소개가 끝나고 영산재보존회장이자 봉원사 주지 선암스님의 인사말씀이 이어진다.

 

“이번에 영산재의 백령도 시연은 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연평해전과 백령도 포격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자는 뜻으로 기획되었다”고 밝힌 선암 스님은 이어 “근간 날카로운 남과 북의 대립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을 보면서 부처님의 넓은 자비와 이타 정신을 바탕으로 이 땅의 평화와 한민족의 통일을 기원한다”며 인사말을 마쳤다.

 

축사와 환영사까지 끝나자 본격적인 영산재 시연이 시작이 된다. 큰 행사가 있을 때 신중을 초청하여 행하는 의식인 신중작법, 천수경, 우리나라 3대 성악의 하나인 범패 복청게와 남성미 가득한 바라춤 천수바라가 순서대로 시연이 된다. 그리고 도량게와 함께 펼쳐지는 나비춤은 역시 범패와 함께 영산재의 압권이다.

 

잔잔한 북소리가 가슴으로 파고드는 법고 소리도 좋고 상축에 이은 모란꽃을 들고 추는 나비춤인 향화게 역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다라니, 화청에 이어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시켜주는 시식과 봉송으로 영산재 시연이 끝을 맺는다.

 

영산재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종합문화예술이다. 소리는 소리대로 좋고 무용은 무용대로 아름답고 연주는 또 연주대로 장엄하며 신명도 불러일으킨다. 이러니 세계가 인정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법고를 시연하고 있는 수현스님. 잔잔한 북소리와 함께 춤사위 아름답다.

 

영산재 시연을 마치고 천안함 영가들에게 정성을 다해 절을 올리고 있는 불자.

 

서서히 개이고 있는 천안함이 침몰된 바다. 마치 영가들의 미소가 번지는 것 같다.

 

명승 제8호인 백령도의 두무진 해안 절벽. 노을빛이 물들어 번지니 더욱 아름답다.

 

두무진은 아름다운 기암절벽도 예술이지만 기암의 바위섬도 환상적이다. 


이렇게 영산재 시연이 끝나갈 때 즈음. 하늘은 서서히 구름을 몰아내고 있다. 태양빛이 번지는 바다. 그 은은한 태양빛은 서방극락세계로 가는 영가들의 환한 미소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온화해진 바다를 바라보자니 마음속으로 따뜻함 가득한 평화가 한가득 채워진다.

 

이번 백령도 영산재 시연도 지난 해 독도 시연처럼 대성공이다. 가슴 뭉클한 광경들. 가슴에 감동의 격랑이 파도가 되고 포말로 부서져 태양의 은빛 깃털로 흩날리던 시간들. 그런 감동과 전율을 안고 돌아보던 환상적인 기암의 두무진. 명승 제8호로 지정된 두무진 기암의 절벽에 노을빛이 칠해진다.

 

황금빛 찬란한 대자연 앞에서 또 다시 가슴은 요동을 친다. 기기묘묘  바위들이 모두 개금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해 준 것은 천안함 침몰 영가들의 선물일까 아니면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선물일까? 영가들의 선물이라도 좋고 부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도 좋다. 어차피 세상에서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테니까. 이야말로 진정한 이고득락(離苦得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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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수현 2016-04-21 17: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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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못할 백령도입니다 숨막히도록  가슴벅찬 위령재여서 더욱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다시 한번 두손모아 비나이다 우리 기자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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