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유정길의 사대강 생명 살림 수행기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니…참회…또 참회…

유정길 | ecogil21@naver.com | 2016-04-15 (금) 10:32

사대강을 다시 생명이 흐르는 자연의 강으로!!! -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① 영산강1

 

 

4월 3일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일 스님(앞줄 왼쪽) 등 참가자들이 영산강 하구둑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4대강의 개발이 끝나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죽고 그 터전이 사라졌습니다. 아름다운 모래톱, 반짝이는 물고기와 풀벌레 소리, 새들이 날며 지저귀던 수풀도 없어지고 흐르지 않는 거대한 호수로 남아있습니다. 불과 2-3년간에 인간의 거대한 자연개조사업으로 스러진 생명들의 아우성은 아랑곳없이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자전거 도로에 눈을 빼앗길 뿐입니다.

 
 우리(불교환경연대)는 4대강 사업을 공식화했던 때부터 수경 스님과 지율 스님의 헌신적인 노력과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습니다. 개발이후 예상했던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죽거나 죽어가는 또는 힘겹게 살아가는 생명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들에게 참회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길을 떠나고자 합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파괴된 자연을 둘러보고, 이들 강과 생명들에게 사과하고 그들의 죽음을 위로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공업중생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내 안에 있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돌아보며 4대강이 다시 자연으로 회복되는 날을 염원하는 100일 수행길을 나섭니다.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취지문에서

 

 

수행길 순례 입재식

 

2016년 4월 3일 11시 정각, 목포의 영산강 하구둑 바로옆 목포해양스포츠센터앞의 수변에 80여명의 불교환경연대회원들과 스님들이 모였습니다.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의 시작을 알리는 입재식은 이해모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7월 11일까지 영산강, 금강, 낙동강을 거쳐 한강으로 100일간 수행길을 걸을 예정입니다.

 

입재식은 가수 박양희 님이 맨발로 산과 강을 노래한 거룩하고 신비한 노래로 행사를 열어주셨고, 유정길 운영위원장의 경과보고와 상임대표이신 법일 스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광주원각사 회주이신 현고 스님의 격려사가 있었습니다. 현고 스님은 과거 4대강 당시 수경 스님의 요청에 끌려가 몇 번 같이 걷고 숙박을 하기도 하고 중간 중간 보시도 했는데, 결국 이번에도 법일 스님의 형상으로 수경 스님이 나타나 또 불러대서 나왔다고 하셔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큰 웃음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사회의 난개발 무분별한 개발을 염려하는 말씀을 해주시고, 아무쪼록 우리 순례가 자연을 이해하고 함께하며 지키는 일에 큰 밑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어 강원도 평창 월정사 부주지 원행 스님께서 먼 길을 오셔서 참여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목포환경운동연합 의장이며 수미정사 주지인 도관 스님도 덕담을 해주셨고, 천룡사 주지이자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이신 무등 스님, 그리고 영남 지장사의 주지 정법 스님도 참여해주셨고 덕담과 격려를 해주‘셨습니다. 이병채 님의 판소리 ‘사철가’가 멋드러졌고, 가수 주권기 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에 흥이 달아올랐습니다. 입재식이 끝나고 12시에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에서 준비한 식사를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4월 3일 <4대강 생명살림 100일 수행길> 입재식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영산강 하구둑을 보며 딛는 순례의 첫발

 

입재식을 한 곳에서 멀리 영산강 하구둑이 보입니다. 이곳은 1981년에 만들어 농토가 확대되고 수자원도 충분히 확보되었다는 점 그리고 더 이상 하천이 범람하지 않았지만 갯벌과 생태서식지가 유실되어 영산강이 아예 영산호라는 호수이름으로 불립니다.
 
광주전남연구원 김종일 남도가람연구센터장은 "강 하구는 지구상에서 생태적 가치가 가장 큰 곳 중 하나이지만 간척사업과 댐 건설에 의한 유출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서남해안 하구의 생태적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답니다. 하구가 둑이나 방조제 등으로 막혀 있고 이로 인해 생태계 단절, 생물다양성 훼손, 수질오염 등의 문제가 야기되고 있어 하구 생태계복원을 위한 연구와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전남도는 2000년대 중반에 영산강 하구둑 복원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4대강사업 이후 중단되었습니다. 하구둑 건설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갯벌의 영역이 줄어드는 생태계 파괴도 심각한 문제가 됐습니다. 이처럼 생태계문제와 잦은 홍수로 영산강이 둑기능을 잃어가자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신음하는 영산강을 바라보며

 

수행길 순례는 오후 1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도 밥먹기를 끝내자마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두 우비를 꺼내 입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강을 따라 이어진 둑방은 자전거길로 포장되어있습니다. 어쩌면 4대강은 수질개선과 홍수와 가뭄 때문이 아니라 사이클 코스를 위해 개발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우리가 3시간을 걸었던 길은 바로 그 하구언에서 망월리 비로촌마을까지 9.5km였습니다.
 
날씨가 흐렸고 가랑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어쩌면 우리에겐 아주 적합한 날씨입니다. 너무 햇볕이 좋아도 힘들었을 수도 있는데 적절히 흐리고 적당히 비가 와서 나름대로 강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 둑방길 자전거 도로는 약 5곳 정도가 끊어져 있습니다. 배수로 공사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가야 했는데 알고 보니 이곳은 거대한 생태습지입니다. 아마도 영산강개발을 하면서 인근 강변습지가 차단되어 만들어진 작은 호수들안에 물이 고이다보니 배수로를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껴서 인듯합니다. 아직 완공되지 않은 남창대교를 지날 때 을씨년스러운 영산강 하구를 바라보았지만 다리 밑 고인물로 죽어 떠있는 물고기만이 생명이 깃들기 어려운 영산강의 상황을 잘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영산강 하구둑.

 

농지개발을 목적으로 영산강의 하구둑을 막은 1981년 이후 잠깐 동안은 효과가 있었지만 결국 현재 4대강중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번 수행길에서 사람들은 짧은 욕심으로 얻은 이익이 결국 이렇게 더 큰 손해로 다가오는 줄을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깨닫게 될 듯합니다. 우리가 이번 100일 동안 걷는 일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어리석음을 처절히 알아차리는 일입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의 터전으로 내 몬 것을 참회하는 일입니다.

 

가랑비가 내리는 강가를 걷는 일, 그것도 비교적 잘 닦인 자전거 둑방길을 걷는 일은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걷기는 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의 레저와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 도로는 결코 자연성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걸어야 할 4대강길은 아마도 최근에 만들어진 둑방길 자전거 도로일 것입니다.
 
중간 중간 몇 번 쉬면서 함께 걷는 아이들의 밝은 노래 소리와 춤, 재잘거림은 우리에게 큰 활력과 에너지를 줍니다. 결국 이게 우리의 미래이지요. 

 

 공동집필 = 법  일(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유정길(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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