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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 깃든 인공지능 구현 가능할까?”

최승천 기자 | hgcsc@hanmail.net | 2016-04-12 (화) 19:34

미붓아카데미-금강대 불문연 HK연구센터 ‘불교와 과학’ 강좌 개강
이상헌 교수 “인공지능은 실재에 대한 궁극적 이해에 도달 못할 것”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도래하는 시기, 즉 ‘특이점’은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은 실현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여겨야 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이 불성을 지닐 수 있는가?
왜 인간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가?
인공지능, 욕망의 기술인가, 자비의 기술인가?
인간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이 가능할까?

 

미붓아카데미(대표 이학종)가 기획, 교계 안팎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불교 안의 과학, 과학 안의 불교’ 연속 강좌시리즈의 첫 강좌 이상헌 교수(세종대)의 ‘인공지능, 붓다의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지난 4월 8일 오후 7시 서울 방배동 아카미지홀에서 시작됐다.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프로기사의 세기적 대결로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한 인공지능을 불교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불교적으로 해석할 것인가를 다룬 이날 강좌에는 ‘과학’이라는 다소 전문적인 성격의 강좌임에도 불구하고 60여 명의 청중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인공지능을 붓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이상헌 교수가 '인공지능, 붓다의 시선으로 바라보다'를 강의하고 있다.

칸트를 전공한 철학자이지만, 또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하는 전문지 기자생활을 하면서 과학에도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이상헌 세종대 교수가 붓다의 시선으로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강의 주제에 도전했다.

 

대학의 강의가 아닌 대중강의라는 점에서 강의 초반에는 다소 낯선 표정을 짓기도 한 이 교수는 인공지능을 소개하고, 역사를 점검하는 개괄적 설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불교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면서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먼저 특이점(singularity)은 올 수 있을 것인가에 주목했다. 점점 빨라지는 기술의 진보와 생활양식의 변화 속도를 보면 인간의 능력을 전반적으로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출현하는 시기, 즉 특이점은 과현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 교수는 2030년 전후에 지능면에서 기계와 인간 사이의 구별이 사라지고, 2045년에 특이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폰 노이만의 1958년의 예측에 대해 일단 ‘의문’이라는 단어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특이점의 기준을 무엇을 볼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본성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인간의 가치가 진정 어디에 있는지, 지능과 마음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이점의 도래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계산적 지능이야 이미 컴퓨터가 인간을 압도했지만, 직관 능력과 영감 능력, 상식 추론 능력, 창의성, 감정, 자율성 혹은 도덕성, 공감 능력 등 의식이나 자아를 제외하고도 인간의 지능이 담아내는 범주는 다양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상헌 교수는 이어 디스토피아적 상상, 즉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끔찍한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이런 상상은 쉽게 실현될 것 같지 않다”고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 ‘인공일반지능’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할 증거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인공일반지능은 연산기능만이 아닌 욕망이나 감정 등 인간이 갖는 지능을 말한다. 이 교수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똑똑해지고, 인간의 지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다고 해도 인공지능은 일반지능을 갖추지 않는 한 인간의 도구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그는 인공지능이 감정과 의지를 갖게 되어, 스스로 무언가를 욕망하고 탐할 때 문제가 생길 것이지만 생물학적 신체를 갖지 않은 인공지능로봇이 그런 결핍을 느낄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부연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문제는 인간에게 있다고 경고했다. 막강한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인간이 사용하는지, 이런 것들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다소 특별한 주제의 강좌인데도 6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생명체로 여길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이상헌 교수는 앞서 언급했던 ‘인공일반지능’이 실현된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사고하고 인간처럼 감정을 가진 존재가 된다면 인공지능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아야 하지 않느냐는 논란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명 현상이나 생명체에 해당하는 불교용어를 사트바(sattva, 중생)일 것이라고 전제한 이 교수는 불교에서 세계를 이해할 때 연기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게 되며, 합성생물학(자연을 창조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생물학) 등의 진전 등에 의해 생명체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그것을 이 연기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과제를 화두로 제시했다.

 

불심을 얻고 도를 깨우친 로봇이 우리나라 영화인 <인류멸망보고서>(2012)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정말로 로봇붓다나 로봇사트바가 등장할 수 있을까, 인간에 버금갈 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로봇에 불성은 깃들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 대해 이 교수는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 연구가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은 세계와 인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이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불교에서는 세계에 대한 궁극적 이해는 언어나 모델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고 보며, 인공지능은 불교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실재에 대한 궁극적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깨달음의 방식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도 곁들였다. 이른바 ‘왓슨 방식’처럼 세상의 모든 법문을 입력해 중생들의 모든 질문에 대해 최적화된 설법을 할 수 있는 양식의 깨달음이 있을 수 있고, 미세하게 만들어진 지능이 어느 순간 확(돌연) 깨달음의 단계로 바뀌는 현상(창발)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실리콘 기반이 아닌 단백질 기반의 인공지능 탑재 로봇이라면 불성이 깃들어 깨달을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여지도 열어놓았다.

 

이상헌 교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이유가 “인간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라면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을 더 불행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깨달음에 도움을 주려면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모든 문제의 원천이 되는 고통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교수는 인공지능은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욕망의 기술’일 수도 있고, 의료분야에 활용할 경우처럼 ‘자비의 기술’일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어느 기술로 활용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인간이며, 위험한 것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해가 되는 것, 걱정과 공포를 몰고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 되게 하기 위해 인공지능에게 인간을 얼굴인형을 씌우는데 그치지 말고, 인간의 진정한 마음, 인간 마음 깊숙이 간직되어 있는 불성을 흉내 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을 끝으로 100분 동안의 강연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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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그렇죠 2016-04-13 09: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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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겠죠?

그런데 과학의 맹신, 진화론의 맹신 이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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