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탁 교수, 진흥원 화요열린강좌서 ‘휴면-로봇 커뮤니케이션’ 특강
“갈수록 인간과의 대결서 승리하는 추세…인간 위 군림, 지배할 수도”

알파고와 세계 정상급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 대결로 인해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전 지구적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알파고의 출현 이전에도 인공지능은 늘 과학계는 물론 의학계, 나아가 영화 등 엔터테인트먼트 분야에서도 주요한 관심사였다.

인공지능의 개념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기계’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기계보다 잘 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을 기계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인공지능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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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인공지능의 개발이 사람의 행복에 기여하는 기회가 될까? 아니면 재앙을 부르는 화근이 될까? 현재로서는 누구도 그 방향을 확신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의 개발이 기계가 스스로 생각을 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고, 오히려 인간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두 가지 예상이 모두 병존한다.

대한불교진흥원이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여는 ‘화요열린강좌’가 3월 16일 서울 마포 다보빌딩 3층 다보원 법당에서는 ‘휴먼-로봇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열렸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인 장병탁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강사로 등장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높아지면서 여느 때보다 많은 60여 명의 청중이 장 교수의 강의에 시종 눈과 귀를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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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불교계에서는 ‘인공지능이 왜 붓다의 과학인가’라는 강연이 최근 진흥원 주최로 항공대 지승도 교수를 초청해 열린 적이 있었고, 미붓아카데미에서는 오는 4월 8일부터 시작되는 ‘불교 안의 과학, 과학 안의 불교’ 강좌의 첫 순서로 ‘인공지능, 붓다의 시선으로 바라보다’라는 주제로 이상헌 세종대 교수가 나선다.

사실 인공지능이 극도로 진화하면,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을 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 단계에 이르면 <유마경>에 등장하는 ‘화인번뇌(化人煩惱)’, 즉 ‘만들어진 사람이 생각을 한다’라는 구절은 수정돼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인공지능은 연기적 관점과 통찰적 관찰로 세계를 파악하는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한 분야이다. 인공지능이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불교와 친연성을 갖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이런 까닭이라고 볼 수 있다.

AI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56년이다. 이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관심을 집중시켰다.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과 로봇의 체스 대결에서는 인간이 이겼지만 2011년 인간과 로봇의 퀴즈 대결에서는 로봇 왓슨이 완승을 거뒀다. 인간과 로봇의 대결에서 점차 로봇이 앞서는 추세가 강해지는 추세다. 장 교수는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까지 갖췄다”며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의 우세를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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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인공지능 발전단계는 도우미로서의 로봇, 개인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자제품의 용도로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무인자동차는 이미 실험을 끝낸 상태에 있고, 자폐증 아이들의 치료에 쓰일 KASPAR는 인공로봇의 활용범주가 무한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 MIT에서 개발한 개인비서 로봇 JIB0는 이르면 올해에 판매가 예정되어 있다. JIBO는 사진촬영, 휴대전화 송수신과 문자 확인이 가능하며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줄 수도 있다. 가격은 60만 원 정도로 예상한다. 현재 서울대에서 개발 중인 로봇 ‘Pororobot’는 가정용 아이 도우미로 영어를 교육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이며 존재여야 할까. 장 교수는 영화 ‘아이언 맨’ ‘Her’ ‘로봇과 프랭크’를 통해 도우미, 애인, 동반자로서의 로봇을 소개했다. 이런 로봇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복지에 기여하는 측면이 많다. 나아가 로봇이 옴니사이언스한 지능을 갖추고 보살행을 하도록 설계가 되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로봇붓다’, ‘로봇보살’이라는 명칭은 가능할까. 나아가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된 휴면 브레인이 인간의 뇌 수준에 접근한다면, 그리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단계까지 다가간다면 도대체 이것을 생명체로 보아야 하나, 기계로 보아야 하나. 참으로 헷갈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앞서 우려했던 것처럼 로봇은 인간에 군림하는 주인 또는 적이 될 수도 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우주여행 중 로봇은 인간의 명령을 거부한다.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등장하는 AI 아바는 모략을 꾸민다. 아바의 겉모습은 로봇이 아니다. 인간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 중 아바에 대해 “언젠간 AI들이 우리 인간들을 멸종한 원숭이쯤으로 기억하게 되겠지”라는 대사가 나온다. AI와 관련된 음울한 미래 예측을 함축하는 말이다. 물론 이와 반대의 견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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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는 AI의 미래와 관련해 “기계가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는, 인간을 능가하는(superhuman AI) 데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예측하고 “위험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아마도 AI가 인간을 능가하게 될 때 영화에서 보던 로봇의 반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말이다. 이럴 경우 인간은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 복종하는 인간 편의 터미네이터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터미네이터 가운데 아놀드슈워제너거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