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선사들의 공부법 당돌하게 읽기

이학종 | urubella@naver.com | 2009-12-02 (수) 17:03

크게보기“같은 주제라도 좋게 표현하면 독창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당돌하게 써 보았다.”

‘선사들의 공부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공부하지 마라』의 저자 장영섭 기자(불교신문)의 말이다. 세간에서는 공부를 하는 것이 성공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함이지만, 출세간의 수행자에겐 축적이 아니라 직관의 문제이므로, 즉 삶의 집적이 아니라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공부이므로, 세속적 의미의 공부는 하지 말라는 뜻으로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붙였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책의 제목을 보고는 고등학생들이 반가운 마음에 제일 먼저 사보지 않을까”라는 조크를 하기도 한 저자는 “조사들은 남들처럼 진리를 소유해 길들이려 하지 않았으며, 진실을 알기 위해 읽거나 외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삶이 불행한 이유는 행복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며, 진짜를 알려면 진짜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늘어놓는, 마치 인생을 달관한 듯한 말을 늘어놓는 저자는 아직은 피가 뜨거운 30대 기자. 그가 그의 표현처럼 당돌하게도 선사들의 공부법을 책으로 내놓았다.

어느 날 참새가 법당의 불상에 똥을 싸는 것을 보고, 누군가 물었다.

“저 참새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있다.”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부처님 머리 위에다 똥을 쌉니까?”

“그에게 불성이 없다면 어찌하여 솔개의 머리에다 똥을 싸지 않는가?”

동사여회 선사의 선문답을 제시한 저자. 그는 이 문답을 놓고는 간단하게 설명한다. ‘참새는 참새이기 때문에 부처다.’라고. 사자가 자비를 실천한답시고, 물소를 잡아먹지 않는 것은 결코 기특한 짓이 아니며, 그저 그것이니까 그것을 해야 부처님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이 젊은 저자는 선사들에게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할까지 덧붙인다. ‘세상이 온통 빛으로 가득하든,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이든 실명(失明)하기는 마찬가지다. 바로 보라. 불구가 되고 싶지 않다면!’이라고.

이 책에서 저자는 조사선을 즉불(卽佛, 깨달음의 내용), 돈오(頓悟, 깨달음의 방법), 무수(無修, 깨달은 자의 일상), 직지(直指, 깨달음을 가르치는 기술), 초불(超佛, 깨달은 자가 지녀야할 대도)라는 다섯 개의 열쇠 말(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다섯 열쇠 말은 그가 조사선을 읽는 그만의 기준인 셈이다.

<무심으로 산다 해도 꽃은 피고 새운 운다. 나라는 시끄럽고 지구는 병든다. 늙음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 육체는 반드시 죽음과 몸을 섞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연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일이 목숨 받아 사는 것들의 운명이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 뿐이고 어떤 선택을 하든 끝내는 의도와 다른 결말을 얻게 마련이다.>는 젊은 기자로서는 하기 어려운 격언 같은 인생관은 저자 장엽섭은 늘어놓는다. 애늙은이도 이런 애늙은이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단순한 애늙은이가 아니다. 그는 마치 깨친이 일성처럼 인생을 이렇게 정의한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고 누구보다 단순하게 사는 것 외에 묘안은 없다.”

이쯤 되면 눈치빠른 이는 이 젊은 기자가 보통의 내공이 아님을 눈치 챌 것이다. 젊은이 특유의 당돌하고 재치 있는 표현과 원숙한 이에게서나 나올 법한 격언 같은 이야기가 이 책을 구성하는 두 흐름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삶에 관한 이런저런 의문들이 차츰 희미해진다. 해답을 얻은 건 아니다. 그저 무뎌지는 것이어서 답답하다. 하긴 해답이 있을 만큼 삶이 만만한 녀석이었다면, 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토록 애쓰지는 않았을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은 그보다 한참을 더 산 기자의 표정을 머쓱하게 만든다.

고매하고 높기만 한 선의 세계를 당돌하게 읽은 이 책의 내공이 결코 치기가 아님을 책을 읽어가는 동안 절감한다. 고백하자면, 이럴 때를 당하면 늘 기분이 찜찜하다. 한 참 어린 친구가 쭉 앞서가는 것이 솔직히 그리 즐겁지만은 않은, 그러니까 기자와 동갑내기인 오바마가 미국대통령이 되었을 때 들었던 그런 착잡한 심경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일종의 속물근성이겠다. 그러나 그럴만한 것이 이 책을 놓고 연세대 신규탁 교수는 저자의 삶과 혼, 현장성과 역사성, 그리고 문장의 완결성과 성숙함 등이 골고루 갖추어졌으며 무엇보다도 조사선의 핵심을 알기 쉽게 설명한 점이 돋보인다고 평가한다. 게다가 '수도승' 원철 스님(불학연구소장)은 한 술 더 떠서 교계 신문을 읽다보면 유독 눈길을 끄는 꼭지가 있어 돌아보면 늘 장영섭이란 세 글자가 있었다며 눈 밝은 이를 만나면 언제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고 극찬을 하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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