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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불교사상사 재구성 나선다

이학종 기자 | urubella@naver.com | 2016-03-15 (화) 17:43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연구센터, 26~27일 ‘지론종’ 국제학술대회
한중일 학자 논문 12편 발표…돈황 문헌 통해 5~6세기 중국불교사상 흐름 추적

 

5~6세기 출토된 돈황본 문헌을 통해 중국불교사를 재구성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연구센터에 의해 추진된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연구센터는 오는 3월 26~27일 오전 10부터 오후 6시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지론종(地論宗) 문헌과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을 주제로 한·중·일 불교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다고 3월 14일 밝혔다.

 

이날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차상엽 HK교수(금강대불교문화연구소 부소장)와 김성철 금강대 HK교수, 이케다마사노리 금강대 HK교수 등은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세계 학계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돈황 출토 사본을 중심으로 중국불교사를 재검토하는 자리로 이 연구는 돈황에서 발견된 고대 사본과 정영사 혜원에 관한 연구로서, 수당 불교 이전의 중국불교 사상사의 재구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 한중일 3국 불교의 불교사상과 종파는 모두 500 년대 중국불교를 모태로 하는데, 바로 이 500 년대 중국불교의 근간인 지론종을 연구함으로써 현대 한중일 동아시아 불교의 근원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중국불교사상사 연구는 20세기 초에 편찬된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에 기반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종파불교가 이미 형성된 이후의 중국불교사 중심의 사상사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학술대회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돈황 출토 지론종 관련 6세기 불교사본을 중심으로 500년 대 초기 중국불교사상사의 본질과 흐름을 재구성하는 시도다. 

 

또한 기존 연구가 7~8세기 수, 당대에 성립하여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천태종, 화엄종, 선종, 정토종 등 종파불교 연구가 중심이었으나 이번 연구는 종파 성립 이전 6세기에 나타난 원형적 불교사상을 지론사(地論師) 문헌에 나타난 원형적 불교사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시기의 문헌들은 종파불교 성립 이전의 고문헌들로 종파불교의 모태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 연구센터가 500년 대 중국고대불교사 연구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찬 기획아래 준비해온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국내외 불교학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다뤄지는 주제의 논문들은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업적을 일궈가고 있는 일본 불교학계에서도 아직 다루지 않은 분야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도적으로 기획한 일본인 불교학자 이케다마사노리 교수는 주로 혜원, 원효, 법장 등에 의해 연구된 대승기신론 연구에서 벗어나 이보다 빠른 최초의 대승기신론소 돈황본을 발견해 지난 2012년 불교학리뷰에 투고하면서 불교학계에 주목을 끈 실력 있는 학자다.

 

불교학계, 특히 국내 불교학계에서는 매우 생소한 지론종 관련 연구가 국내에서 한중일 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돈황출토사본 재검토하기 위한 첫 학술대회를 연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해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연구센터 지론종 국제세미나 의미


돈황문헌 통해 중국불교사상사의 누락됐던 시대의 역사를 재구성 모색
한국불교학계가 동아시아 불교학 흐름을 선도하는 의미 있는 시도 평가


중국에서 형성된 종파불교의 모태에 해당하는 학파가 지론종이다. 그동안 동아시아 불교사상사의 주요 텍스트가 종파불교로서 확정된 이후의 문헌을 집대성한 대정신수대장경인데, 종파불교 이전의 문헌인 돈황사본의 연구를 통해 빠졌던 중국불교사상사를 보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돈황사본은 중국본토에 남아 있는 문헌이고 5~6세기 만들어진 문헌들이다. 그러니까 지론종 연구는 그 당시의 문헌으로 그 당시의, 즉 종파불교 형성 이전의 사상을 밝힌다는 의의가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천태종이니 화엄종이니 하는 종파불교들이 어떻게 성립되었을까의 과정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이들 중에서 발견된 지론종 관련 문헌을 이미 금강대에서는 2~3권 출간한 바 있다. 바로 이런 정리된 지론종 관련 문헌들을 기본로 해서 이번 학술대회가 열리는 것이다. 


사실 지론종은 그동안 연구가 안 된 분야다. 1980년대 까지는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이유는 관련 자료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지론종은 516년부터 580년대까지 중국에서 유행한 사상이다. 그러나 실제로 지론종 이후에 중국불교에 종파가 성립되었고, 현대까지 전해온 불교자료들은 전부다 종파가 성립된 이후의 자료들이어서 지론종에 관한 연구는 이루지지 못했다. 또한 종파불교 중심으로 중국불교사상사가 이어져오면서 그 이전에 활발하게 만들어진 지론종에 관한 문헌들은 다 없어지거나 소멸되는 과정을 겪다. 한중일 3국 불교학계에서도 지론종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은 문헌의 기록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는 했지만 관련 문헌 부재로 그 내용까지는 잘 몰랐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지난 1980년대부터 발견된 돈황사본에서 지론종 관련 문헌들이 속속 발견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주로 일본에서 지론종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따라서 금강대의 이번 국제불교학술대회는 이런 불교학계의 흐름을 한국에서도 계승하고 지론종에 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일환인 셈이다.


지론종은 앞서 언급한대로 500년대 중국 북쪽의 사상흐름이다. 여기에서 성립된 문헌들을 작성한 지론사들은 1~2세기 후 종파를 수립하는 사람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헌들은 종파불교의 근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천태종 천태지의의 스승은 혜사이고, 혜사는 북쪽 출신이고, 혜사가 만든 저술들의 내용은 지론종의 유식설이나 선관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천태지의의 교판도 지관 등도 역시 지론종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화엄종의 법장도 지론종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원효 역시 지론종 사상의 흐름의 영향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정영사 혜원이 주제로 등장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혜원은 특이하게 그의 저술이 아주 많이 남아 있는 스님이다. 그래서 혜원의 저술은 대정신수대장경 안에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혜원은 580년에 입적한 사람인데 그 역시 중국 북쪽의 사람이고, 지론종이 가장 융성한 시기에 가장 위대하고 많은 저술을 찬술한 분이어서 지론종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특히 그 저술이 거의 다 남아 있어 지론종을 연구할 때, 그러니까 돈황 문헌들의 단편적이고 일부 손실된 두루마리를 파악하고 해석할 때 유실된 정보를 복원하거나 연구할 때 혜원의 저술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니까 혜원은 또한 전기도 비교적 자세히 남아 있고, 스승이 누구이고, 어떤 저술을 남겼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사람이고, 돈황사본을 연구할 때도 혜원 이전인지, 혜원 이후인지를 구분할 수 있으며, 혜원의 사상과 같은지, 다른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론종은 연구할 때 정영사 혜원의 저술을 같이 연구하면서 비교하는 것이 지론종 연구에 있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3월 26~27일, 지론종을 주제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를 설명하고 있는 김성철(왼쪽), 이케다 마사노리 HK교수 

지론종의 ‘지론’은 <화엄경> ‘십지품’을 지칭하는 것이다. 또한 ‘십지품’, 즉 ‘십지경론’이 500년도 초에 한역되면서 중국에서 십지경론을 연구한 사람들을 지론사라고 부른다. 즉 십지경론의 준 말이 ‘지론’이다.


지론종의 사상은 한 마디로 말한다면 화엄의 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론사들은 이후 종파불교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대부분 화엄종으로 넘어간다. 지론종의 가장 중심적인 사상은 화엄에서도 강조되는 융(圓融)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은 화엄과 거의 비슷하다.


이처럼 지론종의 근본적인 흐름은 후대 화엄종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다른 측면으로 보면 십지경론이라는 것이 십지품에 대해 세친이 만든 주석서이므로, 이것이 중국에 유식론으로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 세친의 십지경론이다. 그래서 지론종이라는 것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성립된 유식학파라고 볼 수 있는데, 유식학이 후대에 진제삼장이 번역한 <섭대승론>을 연구하는 섭론종에 이르고 섭론종이 다시 현장이 인도에서 가져온 법상종까지 이르는 것인데, 지론종의 유식학적 측면이 법상종까지 계승된다.

천태지의의 교판도 지론종이 주장한 교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천태종의 근본은 ‘지관(止觀)’인데, 지관의 내용이 지론종이 발전시킨 지관수행법의 영향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천태종에 대해 말하자면 ‘십지경론’을 번역한 ‘보리유지’가 세친이 만든 무량수경의 주석 ‘정토론’도번역을 했고, 보리유지에 의해 계승된 정토를 탑랑이 이어가는 등 정토종에도 영향을 끼쳤다.    

한 마디로 중국불교사상의 광맥을 캐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중국불교사상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원초적 텍스트 연구라는 점, 이 연구를 한국불교학계에서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연구에 매진하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연구센터에 주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모두 12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논문 제1부터 제7편까지가 지론종의 역사와 문헌에 관련된 것이고, 논문 제8부터 제12까지가 정영사 혜원에 관한 연구결과이다.


제1논문 성카이 교수(청화대 철학과 부교수)의 ‘승현(僧賢)과 업성(鄴城)불교-’대제고사문대통승현묘명‘을 중심으로는 중국 지론종의 업성(중국북쪽 지역의 수도 이름)불교를 다루는, 주로 역사적인 사료를 근거로 지론종의 역사를 밝히는 논문이다.


제2논문 오타케 스스무 박사(일본 하나조노대학 강사)의 ‘지론종의 불신론’은 지론종에서 보는 불신에 관한 관점을 다룬 논문이고, 제3논문 박보람 박사(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강의초빙교수)의 ‘지론종 육상설 고찰- 각 상(相)의 관계와 의미의 변천을 중심으로’는 지론종의 육상설.이 훗날 화엄의 육상설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밝힌 논문이다.


제4논문 ‘창루 박사(북경 중국불학원 강사)의 ’지론사(地論師)에 대한 고찰‘은 지론사라고 통칭되는 천태종을 비롯 여러 종파을 일군 이들의 스승들이 만든 문헌 안에 지론사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들과 현재 발견된 돈황사본에서 나오는 비슷한 내용들을 찾아서 비교연구한 논문이다.


제5논문 이케다 마사노리 교수(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의 ‘돈황 출토 지론종 교리집성문헌 스타인 613Ⅴ 제21장 “경변오주지번뇌의”에 보이는 아비달마 교리서에 대해서’와 제6논문 이상민 연구사(고려대 철학과 동양철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의 ‘지론학파의 사량설에 대해서-교리집성문헌 S.4303 「광사량의」와 S.613 「사량의」, 「우래사량」을 중심으로’, 제7논문 스징펑 박사(중국 중앙민족대학 철학과 종교학 학원 강사)의 ‘돈황 유서 지론종 <열반경소>(추정제목) 중의 불성사상-BD2244, BD2316, BD2276을 중심으로’는 현재 돈황사본 가운데 남아 있는 문헌 가운데 지론종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연구한 논문들이다.


제8논문 츠리메이 교수(일본 쓰루미 대학 불교문화연구소 준교수)의 ‘<속고승전>의 본문 및 그 특색- 권8에 실려 있는 정영사 혜원전을 사례로’와 제9논문 김천학 교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의 ‘법상(法上) <십지론의소> 「가분석」의 전개-정영사 혜원과의 관련을 중심으로’는 혜원과 혜원의 스승 법상에 과한 연구 논문이다.


제10논문 펑황쩐 교수(중국 중산대학 철학과)의 ‘돈황 유서 정영사 혜원 <지지의기> 연구’는 혜원의 저술 가운데 대정신수대장경 안에 남아 있지 않은 돈황 사본에서 발견된 혜원의 저술에 관한 연구이며, 제11논문 오카모도 잇페이 박사(일본 게이오 대학 강사)의 ‘정영사 혜원의 초기 식론(識論)’은 혜원의 유식에 대한 사상에 대한 연구이다.


마지막 제12논문 다도 타이치 박사(일본 와세다대학 강사)의 ‘일본에서 <대승의장>의 수용과 전개’는  혜원의 저술 가운데 대승의장이 일본에서 어떻게 연구되었고, 현재까지 일본에서 어떻게 전승되었는지를 밝히는 연구이다. 


이상 소개한 12편의 논문에서 보듯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들은 지론종 관련 문헌이 주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정영사 혜원 관련 연구논문들이 곁들어 있는 구성으로 짜여져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한 김성철, 이케다 마사노리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의 목표는 한 마디로 ‘중국사상사의 재구성’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되는 논문의 내용은 지론종에 대한 본격 연구의 서막을 여는 논문이라는 점에서 기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성철 교수는 “마치 중국불교사상사를 이루는 레고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출발선상에 있는 연구”라며 “불교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한국불교학계와 불교계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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