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종 기자
urubella@naver.com 2016-03-04 (금) 15:29지난 해 <비구니 도원, 나는 퇴마사(退魔師)였다>(한빛서원)라는 책을 펴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도원 스님(태고종 불광정사 주지). 부처님의 제자로 거듭난 입장에서 “나는 퇴마사였다”라며 과거의 이력을 고백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스님의 기사는 한 동안 화제가 됐었다.
과거에는 퇴마사였지만, 지금은 ‘특별한’ 능력을 통해 부처님의 자비광명을 세상에 전하는 ‘항마사(降魔師)’가 되었음을 선언한 이 책의 출간 인연으로 도원 스님은 새해부터 조금씩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도원 스님이 기 수련가로, 영적 치유가로, 그리고 이제는 불가의 수행자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영(靈)의학을 매개로 한 자비의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책의 발간과 함께 알려지자 스님을 찾는 병고중생(病苦衆生)들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부처님의 제자가 되기 전까지는 어둠을 물리치는 퇴마사로서 빙의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빛을 전해주었던 스님이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도원 스님의 인생고백록이자 영적 힐링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 <비구니 도원, 나는 퇴마사였다>는 책은 스님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고 있는 것이다.
도원 스님을 찾은 새로운 인연들은 특히 “최근 바티칸에서도 빙의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며 퇴마사를 공식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는 도원 스님의 당당함에 믿음이 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확신을 가진 스님이라면 자신의 고통을 의논해볼 만한 하다는 믿음이 생겨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제는 불교에서도 의학적으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받는 수많은 빙의 환자들을 불보살의 특별한 위신력으로, 어둠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에 대해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도원 스님을 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둔촌동 절 불광정사에서 만났다.
스님은 최근 자폐아로 고생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쾌유를 위해 기도와 정진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사실 도원 스님이 영적 능력을 확인한 후 처음 치유를 한 대상도 일본인 자폐아였으니, 스님과 자폐증 환자와의 인연이 꽤나 깊은 모양이다.
스님의 책이 나온 후 찾아온 첫 환우가 자폐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였고, 이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 “부처님께서 이제 내게 자폐, 즉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라고 명령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다는 것이다.
도원 스님이 자폐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를 만난 것은 무려 10여년 만이다. 천주교 신자인 아버지가 아내 등 가족도 모르게 아이를 데리고 불광정사를 찾아온 것이다. 이 아버지는 도원 스님의 책을 사보고는 마지막 끈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이 아버지는 그동안 자폐증으로 심한 고통을 받는 아이 때문에 병원이고, 어디고 안 가본 것이 없을 정도여서 몹시 지쳐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절에 와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며 다소 무례한 인상까지 풍겼다. 법당 안에서 자폐증 아이는 어떻게 손을 쓰기가 어려울 만큼 온통 난리법석을 쳤다.
도원 스님은 자신이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의사가 아니라, 고통 받는 영혼을 편안하게 해주는 수행자요 항마사이기에, 순간적으로 마음을 집중해서 나오는 염력으로 아이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러자 한 동안 날뛰던 아이는 조금씩 행동반경이 작아지면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스님은 가만히 목탁을 잡고 나무약사여래불을 염송했다. 나무 약사여래불, 나무 약사여래불, 나무 약사여래불~.
아이의 상태가 순식간에 좋아지니까 제일 먼저 그 아버지의 태도가 달라졌다. 무례할 정도의 자세를 하고 있다가 부지불식간 자세를 고쳐 앉더란다. 그리고는 공손한 태도로 자신의 아이를 제발 고쳐달라고 애원하더라는 것이다.
도원 스님은 아이 아버지가 그동안 겪어온 갖은 애환을 들으면서, 모든 것은 부처님께 회향하라고 일러주었다. 부처님께서 그 위신력으로 병고중생을 돌봐주시는 것이니 마땅히 불공을 올려야 하고, 아이를 고통스럽게 한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천도재를 올릴 것을 권했다.
스님의 뜻을 따르자, 이후 이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자폐증세가 사라졌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상태가 좋아지자 온 가족들의 표정에 화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실상 가정이 다 파괴된 상태였으나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면서 가정에도 평화가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도원 스님은 그동안 자신을 통해 자폐증에서 벗어난 주요 공중파방송 기자의 아들 김 아무개 어린이, 유명 대학교수 아들 김 아무개 어린이, 대학강사로 잘 나가는 엄마의 외동딸 등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대개 자폐증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은 처음 법당에 오면 이리저리 날뛰고 소리 지르고, 심지어 부모를 때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날뛰지요. 그러면 저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을 가만히 두고 봅니다. 먼저 증세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염력과 함께 지켜보면 아이들은 조금씩 진정이 됩니다. 참 묘하지요. 부처님의 가피입니다. 그러고 나면 바로 아이의 부모와 면담을 합니다. 발병시기부터 치료를 해온 과정 등에 대해 사전 정보를 충분히 취득한 후 아이의 건강한 정신 회복을 위한 기도에 들어가기로 결정이 되면 바로 약사 기도에 들어갑니다. 아이의 손도 만져주고, 몸도 쓰다듬어 주면서 안심을 시키고, 이어 약사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면 그 가피력으로 아이가 금세 차도를 나타냅니다. 참 놀라운 일이지요. 날뛰던 아이가 갑자기 조용해지고, 말도 안 하던 아이가 말을 시작합니다. 부처님의 가피가 참으로 오묘하지요. 그래서 가피지묘력이라고 했는지도 모르죠.”
도원 스님의 기도 원력으로 자폐증세가 사라진 아이만도 수십 명에 이른다. 자폐증세는 나이가 어릴수록 빠르게 치유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도원 스님은 앞으로는 자폐아를 위한 전문 기도도량으로 불광정사를 활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것저것 다 하려면 한 가지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폐 아이들을 살펴보면 대개 동물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동물의 짓을 하는 경우가 많죠. 까치발을 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간절한 기도로 약사부처님의 가피를 빌어 그 영혼을 끄집어내면 자연스럽게 좋아집니다.”
약사부처님의 가피를 입어 탁한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맑은 에너지가 들어가면 금방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대로 자폐증을 앓는 아이로 인해 가정불화가 생겨 이혼직전까지 갔던 부부도 스님을 만나면서 아들이 달라지고, 아내의 질환까지 사라지면서 아주 화목한 가정이 되었다. 지금도 이들 부부는 모든 대소사를 도원 스님과 상담할 정도가 되었다.
도원 스님의 원력은 이처럼 매우 불가사의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스님은 이곳 둔촌동 불광정사에서 3년을 살면서 몸이 많이 아팠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약사부처님께서 자신을 단련시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난 3년의 고통을 약사보살님께서 당신의 대행으로 병고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라는 뜻으로 알고, 1000일 동안 인욕바라밀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웃는다. 늦깎이로 중이 되었으니, 범인이 아닌 출가수행자로서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라고 지난 3년 동안 온갖 고난을 겪게 하신 것 같다는 것이다.
도원 스님은 누구든 병고에 시달리는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찾아오면 반드시 부처님 전에 간절히 기도하고 또한 천도재를 지내게 권한다. 이유는 아픈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조상의 영혼들이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님의 치유방법은 병원에서와 같은 치료가 아닌 기도와 상담, 그리고 천도재와 불공이다. 일반 스님들이 평상에 하고 있는 습의를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때때로 환우의 손도 만져주고 몸을 살필 경우도 있는데, 이것이 혹시라도 치료행위가 되어 의료법에 저촉될까 염려가 되어 스님은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하는 '미용사'(피부) 자격시험을 준비 중에 있기도 하다. 늦은 나이에 시험준비를 하는 것이라서 녹녹하지는 않다.
“의학을 넘어, 과학을 넘어, 기존의 의학과 과학으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세계를 인정하는 의사들도 여럿이 계십니다. 이분들은, 제가 그들이 포기한 환자들을 약사부처님의 가피로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례를 수차례 목격하고는 이 부분을 '대체의학'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호락호락한가요?”
자폐증으로 고통 받는 아이, 이로 인해 불화를 겪는 가정이 없어지는 그날 까지 나무약사여래불의 가피지묘력을 구하는 도원 스님의 염불성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원 스님은 현재 강동구 둔촌동 길동4거리 66-1번지에 소재한 작은 상가빌딩 3층 불광정사에 주석하고 있다. 010-4096-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