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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製茶)는 기술이다”

정서경 | yugao@hanmail.net | 2016-03-03 (목) 11:09

1962년에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은 무형의 기능이나 예능을 원형대로 체득․보존하고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기․예능 보유자를 인정하는데 특징된다. 이어 1970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통해 보호조치가 취해졌고, 연극․음악․무용․공예 기술․기타 의식․놀이․무예․음식 제조 등 각 분야의 무형문화재가 발굴․지정되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전문전승자가 육성된 점은 전통문화의 전승에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무형문화재 보호범위를 ‘전통지식, 생활관습’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최근 차계에서도 차를 만드는 법(제다법)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 가시화되었다. 매우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차문화의 위상과 오롯한 정립을 위하여 보암직하다고 판단되는 이 지정(껀)이 저자거리에서 논란이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차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작금을 막론하고 제다층이나 음다․향유의 차꾼들이나 차문화 전승사를 주목하는 학자들이나 “차는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는 오히려 근·현대를 지나면서 국민에게 소외돼 왔다고 하는 것이 더 적확한 판단일 것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움직임도 타 예술분야보다 터무니없이 늦어진 이유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동만으로 그 가치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그런데 그도 좋기만 한 일은 아니어서 제다 지정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야말로 역린(逆鱗)이다. 이는 ‘차문화산업진흥법’ 통과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이 법의 통과는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이라 할 정도로 차계에서는 하나의 희소식이었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차계가 마음을 모았던 것은 우리 차의 우수성이 새롭게 인식되기를 기원했기 때문이다.

 

국회통과를 위한 100만 서명운동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전통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차문화와 산업이 제도적·정책적으로 소외받아왔다는 한풀이였다. 차계의 결집력은 그간 전통문화로서 소외된 피해의식의 응집이었다. 그만큼 우리 차계의 바람이 절실했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다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을 두고 설왕설래다. 진정한 지정인지 아닌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종목에 대한 가치기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문화재청의 입장은 보유자(전수자)나 보유단체를 지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고 전문가 검토회의를 개최하여 그 결과를 보도하였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종목 명칭과 지정범위 그리고 지정가치가 주안이었고, 세부내용으로 종류나 제작공정이 거론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일이다. 지금 차계와 문화재청의 입장 그리고 작년부터 있었던 연구단체와 언론 등의 움직임, 모두 개인의 이익이나 야합의 뜻을 배제하고 있는가? 차문화의 전승적 가치를 바로 정립하기 위한 당당한 결집이 요구된다. 우리는 국가와 차계를 위하여 선행되어야 할 일들을 남겨놓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일은, 향후 차문화 전승에 대한 연구조사가 오롯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것만이 지금 브레이크가 걸린 차계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키다. 모든 잣대를 내려놓고 문제의 핵심을 찬찬히 들여다 볼 일이다. 정부나 차 전문 연구가들이 마땅히, 바람직하게, 당연히, 또 오롯이, 그리고 반드시 ‘정의롭게 해야 할 일!’이다.

 

이 과정에서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구미에 맞게 전수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적코자 하는 안건의 정통한 전문가로 구성된 전수조사연구위원회를 발족하여 토론과 협의에 의한 진행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차만을 고집했던 학자나 차꾼들이 진흥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설치는 차판이 엊그제였다. 중국차 제다 전문가가 아니라, 그 분야의 정통한 전문가의 충분한 연구조사와 검토를 도모해야 한다. 차계 전체의 의견을 충분하게 천천히 반영하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부는 나아가야 할 것이다. 차 장사꾼도 아닌, 어떤 협회의 소속도 아닌, 또 1개 대학도 아닌, 더불어 개인의 이익을 도모할 여지가 명백히 없는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조사위원회 구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차문화 전승의 시대별, 계층별, 지역별 연구조사와 더불어 문헌과 현장을 중시한 체계화된 전수조사의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어떤 단체나 대학이나 지역에 의한 편협된 조사가 아니라 각 분야의 우리차 연구가들을 중심으로 연구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차문화 제다에서 가공, 유통, 전승맥락, 다풍의 전수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이 정부기관(문화재청)차원에서! 차계의 전문연구조사위원회 구성이 불가결한 이유이다.

 

그래서 전통대상으로서 제다부분에 전형(원형)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종합적인 <제다부문 전수조사 학술보고서>가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 차계의 전수조사는 80년대 운학스님이 조사한 전통다도풍속조사가 전부다. 그것도 일부의 개략조사서에 불과하다. 이렇게 각자 그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에게 맡겨져 제대로 된 연구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대부터 전승되어 온 차문화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감성이 내재되어 하나의 문화체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차문화의 형성과 향유는 왕실에서 귀족, 승려, 문인,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차문화에 대한 기존 연구가 대부분 음차풍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정작 차문화 사회의 중요한 기반이 되는 재배와 가공의 차 생산 단계의 주체와 기능이 누락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다의 기술적인 면에서는 그간 제다의 명인들이 기 지정되어 각 지역에서 우리차 제다의 독보적인 자리를 선점하며 좋은 차 만들기에 일념(一念)을 다하고 있다. 이제 우리 차의 정통성과 전통성을 오롯이 전승하고 있는 분야에 주목할 때다. 향후 정부와, 필자와 같은 차 연구가들이 우선해야 할 몇 가지 사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리랑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문화융성정책 과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이지만 이번 제다 관련 지정이 이러한 정부 지침과 그 보폭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인지 사뭇 의문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전수교육의 의무와 전승자 양성도 이런 연구조사 후에 우리 차문화 정립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일이다. 인적 전승체계에서의 논란도 우려되는 내재적 기반구축이 급선무다. 무형문화재 보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난무하다. 보호제도의 전환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이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타의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우리나라 역사성 또는 예술적 가치가 큰 것이라는 법적 정의도 함께 규정되었다. 정부의 규제개혁 차원에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했던 자율화 정책도 역사의 흐름의 한 장면으로 포착된다.

 

한국 차문화계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향후 차계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의 영입이 어렵고, 차농사를 짓는 사람도 점점 좌절하고 있다. 차관련 산업 전반이 사양세와 맞물리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러한 때 그나마 제다부문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우선 몇 가지로 요약한 내용을 중심으로 국가와 차꾼들이 힘을 모아 우리 차문화의 오롯한 정립을 위해 전진할 때다. 노력에 노력을 더해 차문화발전의 기폭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일이다.

 

 

 


 

 

차문화 전승, 보존․보급, 교육, 전파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힘찬 시동을 걸어야 할 때다. 특정보유자를 인정할 수 없어서 종목지정이 불가능했던 아리랑, 김장문화와 같은 문화재 지정과는 그 차원이 사뭇 다르다. 제다는 기술이다. 말하자면 기능에 해당된다. 조사심의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 개방적 경쟁적 전승환경조성을 통해 오롯이 우리 차의 정통과 전통을 겸비한 기술을 전승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차의 대중화에 힘써야 할 것이다.

 

역린은 재작년 국내에서 빅 히트한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건강한 남성의 트레이드마크인 초콜릿 복근에 잘 생긴 임금이 push-up을 하면서 체력을 관리하는 모습이 첫 장면이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당대 붕당정치 속에서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진 임금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강한 의지를 그 한 장면에 압축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임금 역을 맡은 배우 현빈의 전역 후 첫 복귀작이어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뜻한다. ‘용은 순하고 다루기 쉬워 사람이 길들이면 타고 다닐 수 있지만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는 한비자의 문구에서 비롯된 말이다. 필자가 이 역린에 비유하는 것은 차계의 현 상황이 이 역린과 매우 흡사하다는 인상 때문이다.

 

정서경.jpg크게보기차 제다 중요문화문화재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살아야 하는 자, 죽여야 하는 자, 살려야 하는 자들의 엇갈린 운명과 역사 속에 감춰졌던 숨 막히는 영화의 진행처럼 살얼음판인 차계의 냉정한 비판이 오롯이 나라를 세우고 또 차계의 오랜 숙원사업을 원만히 수행해가는 그런 장면이었으면 한다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역린의 주인공이 누구이든, 그 역린을 건드린 개인이나 단체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개인의 이익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현 상황을 직시하고 바르게 해결해 가는 것이 명쾌한 해답이다 말하자면 오히려 順理를 거역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함이 무난하고 시대적 정서에 부합하는 해석이 될 것이다.

 

이 중대한 시기에 逆鱗이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를 정도로 논란만을 일삼고 있다는 차계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선고다인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차인 500만명 시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런 아귀다툼의 현실은 선고다인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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