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살고 있나?

예전에는 참 아무 생각 없이 나쁜 짓도 서슴없이 잘도 하며 살았던 것 같다.
모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
아니 뻔뻔하다고 해야 하나?
근데 요즘 그때가 괜히 그립기까지 하다.
말수는 적어졌고 반응은 느려지고 그다지 놀랄 일도 없어지고
이렇게 서서히 난 사라져가나 보다.

언젠가부터 나라고 할 만한 내가 점점 없어져 간다.
난 누구지?
그냥 내가 해야 할 일 가운데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나인데 이제 그 일조차도 내가 정하지 않는다.
컨베이어 벨트처럼 내게 다가온 일을 그냥 할 따름이다.

흥미진진한 그런 것도 이젠 별로 없다.
아무렇지도 않게 어제 같은 오늘이 지나간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사랑과 출가 그리고 수행

한 도반이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본다.
아프고 힘들어하며 고생하는 모습을 본다.
그냥 덤덤히 보면서 사랑이 식었음을 알았다고 한다.
네가 제대로 된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은 아니고?

세상에 편하게 계속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없다.
나도 변하고 너도 변하고 세상도 변하는데
어떻게 여자를 바라보는 너의 눈만은 전혀 변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
나부터 사랑해야 한다.
한 번도 사랑해 보지 않은 것처럼,
그 처음 느낌으로 다시 사랑해보라.
이미 사랑했다는 '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행도 사랑과 같다.
몇 년 전, 아니 몇 생전에 출가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새롭게 출가하는 마음으로 한 번도 출가해보지 못했던 것 같은 가슴의 떨림과 울림이라는 그 '초발심'으로 재출가하라!

그렇게 사랑하라고.
스스로에게도 다짐해 본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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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포카라에서 본 한 소년.

꼬리표

과거는 새 옷 살 때 달린 꼬리표가 아니다.
이미 꼬리표라는 걸 알면서도 달고 다니지 않는 한
매일 같은 옷을 입지 않듯이
이미 과거라는 옷을 벗어버렸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꼬리표와 재회했다.
꼬리표는 어느덧 목에 걸린 쇠사슬이 되어
움쩍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미 떨어진 꼬리표를 주워 챙겨서
어느새 새 옷에 일부러 붙이고 다녔나?
아니면 꼬리표에 생명력까지 불어넣은 건가?
다른 것은 그렇게도 잘 잊어버려
건망증을 훌쩍 넘어 치매로 다가갔으면서
과거의 상처에는 왜 이렇게 연연하는 걸까?
그만큼 아픈 걸까?
이미 불치의 중환자가 된 건가?

걱정의 한가운데서
의사는 하나의 처방전을 내민다.
애초에 없었던 것 같았던 희망이 거기에 있었다.

그냥 내려놓고 잊으라고
그렇게 비우라고
이젠 흘러 보내라고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죽음이란

내가 맑고 밝은 곳으로 항상 나아간다고 해도
결국 죽음으로 다가가는 셈이라고 한다.

그건 이생이라는 짧은 안목에서 바라본 것이고
부처님 인과로 보면 더 맑고 밝은 다음 생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다.

미래가 바뀌니 과거도 바뀔 것이다.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참사람이 되자

1992년인가? 지금의 상도선원 자리에 있던 백운암에서 뵈었던 서옹 큰스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아라한의 다른 말인 참사람이란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아니 스스로에 대해 납득할 말한 맑고 밝은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뜻도 있을 법하다. 자문자답의 끝없는 길에서 자기학습의 완성자, 종결자가 바로 아라한이 아닐까? 지금 당신은 참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나요?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 이 글은 모두 스스로에 대한 글이다. 간혹 남의 이야기도 하지만, 그냥 남이 아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자화상이다. 결국 이글은 스스로를 경책하는 자경문인 셈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