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6-02-11 (목) 18:32
신경 쓰지 않는 연습 = 불안, 분노, 번뇌, 불행 등을 행복으로 바꾸는 106가지 가르침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반야심경, 마음의 대청소』의 작가 나토리 호겐 스님.
수십 년 수행을 해온 스님은 결혼을 하고 도쿄 도심에서 사찰의 주지를 맡고 있다. 생활인이자 종교인으로서의 연륜이 느껴지는 그의 글은 저자의 생활처럼 소박하고 직설적이면서도 유머가 섞여 있어 이웃집 아저씨의 자기성찰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덕분에 비교적 단문인 그의 글은 술술 읽히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행간에는 그가 수십 년 쌓아온 수행의 내공이 들어 있다.
주지 스님의 아들이라 착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졌던 사춘기와 모든 것에 무관심하고 무기력했던 청년기, 다른 사람의 비판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기까지 거쳐 온 과정, 충족되지 않은 욕심에 괴로워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온 모습 등 그는 숨김없이 자신을 내보이며 그도 우리와 다를 바 없음을, 그러나 수행을 통해 조금은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음을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에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을 인생의 중심에 두고, 올바른 피사체를 선택하지 못하고 엉뚱한 것을 피사체로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함부로 평가하거나 감정을 앞세워 자극하면 우리는 자연스레 반발한다. 그러한 문제는 분노를 불러오므로 우리의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또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은 무척 아름다운 일이지만, 인간인 이상 우리는 자신이 그러는 만큼 그들에게서 관심 받고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마음은 우리를 번뇌로 이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없어 고민하기도 한다.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생각은 우리를 불안으로 이끈다. 그러나 미래는 내가 통제할 수 없기에 내 손을 떠난 일이다. 이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 역시 우리에게 괴로움만 줄 뿐이다.
저자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바로 ‘쓸데없이 신경을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괴롭히지 말고, 자연체에 가까운 상태로 느긋한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전한다. 사람의 마음이든 우리의 미래든, 시시각각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이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마음을 부드럽게 풀고 긴장하지 않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깨달음을 우리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한다.
세종서적, 376쪽, 1만5000원
깨어 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 틱낫한 스님이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보다 근본적으로 평화와 행복을 얻는 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그 방법의 중심에는 ‘지구별’이 있다. 많은 사람이 “지구별은 단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지구별을 자신과 동떨어진 존재, 즉 객체로 보지만 사실 지구별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내 안에 지구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덩이의 빵이 토양, 햇볕, 빗물, 농부의 노력 등을 통해 형성된 존재이듯 우리 역시 지구별의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따라서 행복과 평화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이루고 있는 지구별을 보호하고 또 지구별과 소통해야 한다.
우리는 늘 행복해지기를 꿈꾸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간과 일에 쫓겨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지금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현재를 이어나간다. 이렇듯 매 분, 매 초 고통과 마주한 현대인에게 틱낫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처럼 자신이 연약하게 느껴질 때,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지구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와 쉬면 된다’고.
지구별의 품으로 돌아가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잠시 멈추어 깨어 있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차를 마실 때는 차의 맛을 음미하고 거리를 걸을 때면 걷는 걸음과 호흡에 집중한다. 꽃을 볼 때는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세수를 할 때는 물의 시원한 감촉을 충분히 느낀다. 우리가 평소 스쳐 지나오던 것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지금 이곳에 온전히 존재하게 되며 비로소 수많은 고민에서 놓여난다.
시공사, 176쪽, 1만2000원
연기맵이면 누구나 깨닫는다 = 『이것이 깨달음이다』(김영사)를 펴내 선수행의 길을 밝혔던 백창우 선생이 연기법 수행의 실용적인 방편인 ‘연기맵 그리기’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연기법이란, 이것과 저것이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상호의존이기에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 나타난 것이 결과라는 인과법과는 다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원인과 결과가 같다는 ‘인과동시(因果同時)’ 관점이다.”(64쪽)
이 책은 독자들에게 연기맵을 직접 그려보며 몸과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기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연기맵을 그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를 바라보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공부가 많이 된 사람에게만 열려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제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연기맵을 그리며 깨달음의 세계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면서 “연기법 수행을 하면 들뜬 마음이 가라앉고 평화로운 마음, 행복한 삶이 가까이 다가온다.”고 말한다.
김영사, 212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