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과 반야의 세계-대칭 관점에서 반야심경 해석-

<존재, 대칭에서 와서 대칭으로 가다>

반야심경을 간단하게 해석해보겠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마하트마 간디의 마하. 위대하다는 뜻이죠. 반야는 산스크리트어를 중국어로 음역한 것으로 지혜라는 말입니다. 바라밀다는 도피안이라고 옮기죠. 심경은 핵심이 되는 경이라는 뜻입니다. 즉 반야심경은 ‘위대한 지혜로써 차안에서 피안으로 가는 요점을 설한 경’이라는 말이죠. 내용은 이렇습니다.

관세음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즉 오온五蘊(태어나고 사라지고 변화하는 일체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이 모두 공空하다는 것을 꿰뚫어보았을 때 일체의 고통과 액란을 건너갔습니다. 여기서 오온은 색色(물질), 수受(감각 인식), 상想(지각), 행行(마음의 작용), 식識(마음)이죠.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色)

오온 중의 첫 번째가 색이지 않습니까. 색이 공하고 다르지 않고, 공 또한 색과 다르지 않음을 반복해서 말합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이 곧 공하고 같고, 공이 곧 색하고 같습니다.

수상행식 여불여시 수즉시공 공즉시수(受想行識 亦復如是 色卽是空 空卽是色)

색뿐만 아니라 오온의 나머지 수상행식 또한 그러하죠.

부처님이 사리자를 불러 모든 법이 스스로 공하여 실체가 없어지는 제법의 공한 모습, 즉 시제법공상是諸法空相의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세 가지 공의 본성을 말하죠. 생겨나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고, 느는 것도 줄어드는 것도 없는 상태. 이것이 존재의 실상이라는 겁니다. 시제법공상에서 ‘법’은 존재입니다. 엄청난 선언이죠. 반야심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절일 겁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시간과 함께 일어납니다. 여기서 불생불멸은 노 타임no time, 시간이 없는 겁니다. 불구부정은 노 밸류no value, 가치 체계가 아니라는 것이죠. 의식이 나와서 깨끗하다든지 더럽다든지 가치판단을 하는 세계가 아닌 겁니다. 부증불감은 노 디퍼런스no difference, 차이가 없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대칭의 관점을 가지고 이 세 가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여기서 노 타임이면 에너지가 나오지 않습니다. 노 디퍼런스면 차이, 불균일 상태가 일어나지 않죠. 물리학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미분 기호가 있습니다. 그래디언트gradient(▽, 기울기를 나타내는 벡터장)나 라플라시안Laplacian( ▽2). 아주 위태롭지 않습니까. 어디론가로 넘어질 것 같죠. 이것이 벡터의 미분 기호입니다. 공간의 x축 방향에서 디퍼런스, 불균일이 있으면 에너지의 흐름이 생깁니다. 그리고 불균일한 에너지를 미분하면 힘이 나오죠.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에너지 디퍼런스가 뭡니까. 일반 감각, 특수 감각의 감각이죠. 오온에서 감각기관이라는 것은 수(受)에 해당합니다. 받아들이지 않습니까. 미각은 화학적 에너지 디퍼런스, 청각은 공기 진동의 기계적 에너지 디퍼런스, 후각은 화학적 에너지 디퍼런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리 인체의 감각기관은 오로지 차이만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균형감각의 경우도 회전의 등속운동을 감지할 수가 없어요. 가속도, 즉 속도의 차이만 인지할 수 있을 뿐이죠. 동일한 움직임은 검출되지 않습니다. 디퍼런스, 차이가 있어야만 그것이 있음,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죠. 온도의 차이, 압력의 차이, 화학적 에너지의 차이……. 차이만이 우리 감각기관이 접수하는 것이고, 차이가 없는 세계라면 감각기관이 있을 이유가 없죠. 에너지 차가 없는 세계, 늘지도 않고 줄지도 않는 부증불감의 세계에서는 감각기관의 존재 근거가 없어지는 겁니다.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是故 空中無色 無受想行識)

그러니 색, 수, 상, 행, 식으로 대표되는 모든 인간의 행위가 다 공인 거죠.

공 때문에 안이비설신의의 감각기관도 없어지고 눈에 대해서 색, 귀에 대해서 성, 코에 대해서 향, 혀에 대해서 미, 몸에 대해서 촉, 의식에 대해서 법이라는 감각기관의 대상도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안의비설신의의 감각기관과 색성향미촉법의 감각 대상이 만나서 형성되는 세계인 안계眼界, 시계視界, 촉계觸界의 장場도 동시에 사라져야 하죠. 그에 맞선 꼴로 색성향미촉법이 사라집니다. 감각기관과 감각기관이 외부환경과 만나서 생성되는 세계상이 동시에 없어져버리는 겁니다.

무무명 역무무명진 (無無明 亦無無明盡)

그리고 무명도 사라집니다. 무명이 다하여 사라진다는 것도 없죠. 시간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일도 없다는 겁니다. 사라진다는 것은 변화이고,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면 변화는 없죠. 사물과 사건의 변화에 의해서만 우리는 시간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내지 무노사 역무노사진 (乃至 無老死 亦無老死盡)

12연기의 마지막인 늙고 병들어 죽는 일도 없어지고, 또한 늙고 병들어 죽는 현상이 점차적으로 사라지는 현상도 없습니다. 시간의 축에서 봐야 합니다.

무고집멸도 (無苦集滅道)

사성제(고苦, 집集, 멸滅, 도道 등 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네 가지 교리)도 여기에서 깨어집니다.

앎도 없고 무엇을 얻었다는 것도 없다. 뭔가 잃거나 획득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보리살타, 즉 깨달은 중생은 반야바라밀다에 의해서 마음에 걸림이 없습니다. 마음에 걸림이 없으니 마음에 공포가 없고, 공포가 없으니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오온이 공한 것을 꿰뚫어 보고 거꾸로 된 생각, 꿈같은 생각을 멀리한 것이죠.

구경열반 (究竟涅槃)

그래서 보리살타는 궁극적으로 열반에 들었습니다. 열반이 바로 고통이 사라진 상태죠.

삼세제불 고득아욕다라 삼약삼보리(三世諸佛 故得阿耨多羅 三藐三菩提)

삼세제불(과거, 현재, 미래에 나타나는 모든 부처)은 반야바라밀다. 즉 존재의 모습은 인과 연이 만나서 이루어진 것일 뿐 다른 그 무엇이 아닙니다. 인연소기因緣所起로 존재를 보는 것을 지혜라 하고, 그 지혜로 고통의 소멸을 이루죠.

완벽한 대칭의 세계에서는 자아 역시 존재와 같은 길을 걷습니다. 삼법인三法印(불법의 세 가지 특징)의 첫 번째,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존재는 그 존재의 주체성, 즉 나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 없다는 뜻이죠. 인因과 연緣이 만나서 이루어진 것일 뿐이라는 겁니다. “연기를 보는 자는 공을 보는 것이다.” 이것이 제2의 석가라고도 하는 니가르주나(용수)의 깨달음의 사상, 즉 반야사상의 요점이죠.

인과 연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세계상, 인연소기의 대표적인 예가 우리 세포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엽록체가 다 독립된 생명체였는데 진핵세포로 오면서 도킨스가 이야기했던 위대한 랑데부를 통해서 세포 내 공생관계를 이룩한 것이죠. 완벽한 하모니가 만들어진 겁니다. 세포 속에 많은 소기관들이 있고 또 그러한 세포로 이루어진 것이 우리인데, 무엇으로 그리고 어떤 세포를 내세워서 주체성을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작용일 뿐인 거죠. 그런 걸 생각하면 불교의 인연소기, 제법무아야말로 참으로 맞는 이야기죠. 모든 존재는 시공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다발일 뿐, 나라고 주장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반야바라밀다를 알아라. 이것은 위대한 주문이고, 밝은 주문이며, 이것은 그보다 더한 것이 없는 주문이다. 그래서 능히 모든 고통을 없애주고,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다는 겁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揭諦揭諦 波羅揭諦 波羅僧揭諦 菩提薩婆訶)

다시 반야바라밀다의 주문을 이야기합니다. 반야경의 다라니는 마치 물리학의 세계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무명의 바람에 의해 생멸문의 유전연기가 긴 생명의 역사를 만들죠. 그런 무명의 업력이 삼세육추에 이르러 의식까지 생성합니다.

반대로 본원으로 즉 대칭을 회복하는 흐름도 존재하지요. 업상을 차례로 제거하여 모든 생성의 움직인 바 없는 진여로 가는 흐름인 환멸연기. 대칭이 깨어져서 의식까지 나온 몸뚱어리를 가진 존재가 자신의 근원인 대칭을 바라보고 다시 그곳으로 가기를 염원하는 주문이지 않습니까. 여기서 대칭은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으니 무엇이라고 일컬을 수 없는 공의 세계, 시작도 끝도 차이도 없는 완전한 대칭의 세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