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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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
법륜 글, 그림 최승미, 나무의마음
280쪽, 1만4000원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법구경』의 말씀이다. 메마른 세상에 평화와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법륜 스님(사진)이 이 경구를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주제어는 ‘행복’이다.

스님은 30여 년 간 국내 방방곡곡에서, 세계 주요도시의 강연장에서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사람들이 던진 질문과 그 답변 중 가장 많은 공감과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내용을 골라보니 모두 ‘행복’에 관한 것이었다.

스님은 사람들의 질문에 직접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른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라고 제안한다. 앞면만 보는 사람에게 ‘뒷면은 어때요?’라고 묻고, 이쪽만 보는 사람에게 ‘저쪽 면은 어때요?’라고 묻고, 윗면만 보는 사람에게 ‘아랫면은 어때요?’ 하고 묻는 것뿐이다. 어느 한쪽만을 바라보며 움켜쥐고 있던 것을 놓음으로써 자기가 문제 삼던 것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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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스스로 만든 고통과 채워지지 못한 욕구 탓일 수 있다. 잘못 길들여진 습관, 혹은 관계 맺기에서 오는 갈등 때문이거나 아니면 공정하지 못한 사회 탓일 수도 있다. 스님은 개인의 가치관이 잘못되었을 때는 개인의 마음을 고쳐나가고, 관계 맺기가 잘못되었을 때는 서로의 욕구를 조율하면서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제도가 문제라고 생각되면 일단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부딪쳐보고 잘못된 게 맞다는 확신이 서면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개의 경우 재물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지식이든 무조건 ‘남보다’ 많이 소유해서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한다. 이기면 행복한 것이고, 지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님은 “나만 천당 가고 극락에 가려는 이기적 행복 추구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란 결국 다른 사람의 불행 위에 서 있습니다. 내가 시험에 합격했다고 기뻐할 때 누군가는 불합격의 쓴맛을 봐요. 내가 선거에 이겼다고 기쁨을 누릴 때 누군가는 낙선하고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경쟁 입찰에서 낙찰을 받았다고 즐거워할 때 누군가는 낙찰을 못 받아 뒷수습문제로 골치가 아플 거예요.” (4장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 마라/178쪽)

이러한 모순을 뛰어넘어 나도 행복하고 너도 행복해지는 비결은 없을까? 스님은 삶의 목표를 1등이 아니라 2등에 두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쟁하고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 또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한다. 대신 그 과보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즉 오늘 내가 경쟁자를 밟았기 때문에 언젠가 그에게 혹은 또 다른 경쟁자에게 밟히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이다. 이 과보는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니 이왕 받는 거라면 기꺼이 받겠다는 마음을 내면 괴로움이 덜할 수 있고, 그러면 원망하거나 억울한 생각이 덜할 거라고 말한다.

즉문즉설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해 펴냈던 지금까지의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온전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수행차원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주로 강조했던 것에 비해 이 책에서는 행복의 수레를 끄는 또 다른 바퀴인 사회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개인의 마음(씨앗)과 사회적 조건(밭)을 함께 가꿔야 온전하게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무의식속에 잠재된 인간의 심리와 욕구, 관계 맺기에서 오는 갈등과 같은 개인적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다. 후반부에서는 사는 게 바쁘다거나 직면한 현실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애써 외면해왔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지혜로운 해법을 들려준다.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냉정하지만 따뜻하고 단순하지만 명쾌한 다음의 두 문장에 들어 있다. 

“어떤 삶을 살고 있더라도 우리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어요”(276쪽) “다만 자기 인생의 행과 불행은 자기가 결정한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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