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4일 중부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로 적설량이 25.8cm를 기록한 것이다.

눈이 내린다는 표현 보다는 하늘에서 ‘눈폭탄’이 투하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많은 눈이 내린 서울은 하루 종일 교통대란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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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와 자가용을 포기한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려 지옥철이 되어 버렸다. 출퇴근 길에 한꺼번에 지하철로 몰린 시민들로 열차는 지연되기 일쑤였고 출근시간은 평소보다 두 배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날 폭설로 인해 도로는 마치 민방위 훈련 날인 듯 한산했고 일반 승용차나 택시를 찾아 보기는 거의 힘든 날이기도 했다. 퀵서비스의 대명사인 오토바이는 개점휴업 상태였고 오토바이센터에는 삼발이 바퀴에 감는 체인을 문의하는 사람이 보이기도 했다.

언론마다 이번 눈폭탄으로 발생한 교통대란에 대해 서울시와 정부의 무대책에 대해 강한 비난이 이어졌다. 아무리 천재지변에 가까운 상황이었다지만 서울시의 늑장 대응과 원시적인 제설방법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며칠 전 “눈 치우는 일 만큼은 제대로 하겠다”는 발언은 다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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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의 폭설은 눈 구경을 나온 연인과 가족, 사진작가들에는 축복 받은 하루였다. 하얀 눈으로 가득 덮인 창경궁은 그야말로 설국에 다름 아니었다. 고궁의 고색창연함과 흰눈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명도대비를 이룬 것이다. 특히 잿빛하늘과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와 흰 눈이 어우러진 고궁의 풍경은 사진작가들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였다.

도심이 교통대란으로 인해 지옥을 방불케 했다면 눈 내린 고궁은 극락의 풍경을 만들어 냈으니 이번 폭설은 지옥과 극락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