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천 기자
hgcsc@hanmail.net 2016-01-22 (금) 19:27
호흡이 주는 선물 = 사회심리학자인 저자 래리 로젠버그는 대학 교수 시절인 1968년에 크리슈나무르티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맞았다. “당신이 실제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오.”라는 그의 말 한 마디가 가슴의 불길이 되어 미련 없이 대학 강단을 떠나 수행의 길을 걸었다.
숭산 스님으로부터 5년간 간화선 지도를 받았으며 이 중 1년 남짓 수덕사에서 혹독하게 수련을 하기도 했다. 카타기리 선사로부터 일본 조동종의 지관타좌를 수련했고, 베트남 틱낫한 선사 등 여러 선지식들에게 10년간 참선을 배웠다. 이후 30여 년간 태국, 미얀마,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 등지에서 훌륭한 스승들의 지도 아래 위빠사나를 본격적으로 수행했다.
저자는 붓다가 설한 『호흡관법경』의 16단계 호흡관법을 ‘사마타’(samatha, 止)와 ‘위빠사나’(vipassana, 觀)의 2단계와 선불교의 정수인 ‘명징한 바라봄’을 포함하여 3단계로 축약했다. 눈과 귀 등 5감각기관으로부터 들어오는 5감 정보와 생각과 감정 등의 번거롭게 들떠 있는 분별 의식을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고요하고 차분하게 한다. 『호흡관법경』의 16단계 중에서 처음 1~2단계는 들숨과 날숨의 길고 짧음의 양상을 알아차리면서 차분하게 한다면 3단계는 호흡의 처음과 중간과 끝을 전부 알아차리면서 오로지 호흡에 마음을 집중시킨다. 3단계 명상 수행법은 복잡한 세상, 시간에 쪼들리며 사는 현대인들이 일, 결혼, 학업 등의 일상과 세상살이의 핵심인 관계 맺기에 필요한 지혜를 계발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저자는 책 앞쪽에서 초기불교와 선불교가 공유할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한 중요한 경인 『깔라마경』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해설했다. 책의 2부에서는 늘 반복되는 일상생활과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호흡을 닻으로 하여 어떻게 깨어있는 마음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상하게 소개했다.
하버드 대학 세계종교연구센터의 선임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저자와 함께 1년 동안 같이 공부하고 수행한 적이 있는 미산 스님이 전작에 이어 번역자로 나서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 252쪽, 1만3000원
불교 시간론 = 아비달마불교가 추구한 것은 존재에 대한 이해, 즉 존재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있었다. 그래서 아비달마를 대표하는 설일체유부(유부)는 지금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 즉 경험세계에 대한 탐구를 수행의 선행조건으로 삼았다. 유부는 ‘식유필경(識有必境)’-인식이 있다는 것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상이 실재함을 의미-에 근거해서 시간과 존재의 문제를 분석 및 정리했다. 오타니 대학 교수를 역임한 저자 사사키 겐쥰은 책에서 불교의 시간과 존재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탁월한 식견으로 논하고 있다.
제1편 시간론은 시간에 관한 동·서양의 다양한 시간론을 제시하면서 불교적 시간론의 특질이 무엇인가를 밝힌다. 나아가 불교 시간론에 있어서도 남전과 북전 아비달마불교 시간론의 차이를 밝힐 뿐만 아니라, 남북전 아비달마불교의 시간론이 대승불교에 어떻게 전승되고 이해되었는가를 또는 어떻게 비판되었는가를 논구하고 있다.
제2편 존재론에서는 제1편 시간론을 바탕으로 하여, 유부의 존재체계를 밝히고 있다. 특히 제2편에서는 세친이 『구사론』을 통해 유부의 사상을 비판한 것에 대해, 정통 유부논사인 중현의 『순정리론』을 통해 재반박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부의 사상을 말함에 있어, 대부분 세친의 『구사론』을 거론하고 그 바탕에 근거해 이해한다. 그러나 『구사론』은 유부의 사상을 온전히 전했다고 볼 수 없다. 유부철학의 온전한 이해는 중현의 『순정리론』에 대한 이해에 근거해야 한다. 이에 저자는 제2편 존재론을 통해, 유부의 삼세실유 · 법체항유가 불교의 근본사상인 연기론과 무상론에 위배되지 않음을 탁월한 식견으로 논하고 있다.
시간과 존재란 모든 철학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자 쟁점이다. 불교 역시 아비달마불교를 기점으로 하여, 대승불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논쟁을 벌여 왔다. 이 책은 그 논쟁의 핵심을 중심으로 그 발단과 전개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조사상연구원 기획실장 황정일 박사가 번역을 맡았다.
씨아이알, 412쪽, 2만3000원
유마 = 『유마힐소설경』의 주인공인 유마는 붓다의 재가제자로서 중인도 바이샬리의 대자산가이다. 그는 세속에 살지만 대승불교의 교리에 정통하고 수행이 깊어 비록 출가한 승려들이라도 그에 미치지 못했다. 유마는 경에서 병이 든 이유를 묻는 문수보살의 질문에 대해 “보살은 본래 병이 없으나 중생이 병들기 때문에 보살도 병이 든다”라고 답함으로써 동체대비의 보살행을 여실히 보여줬다.
붓다의 권위에 도전해 그의 법을 더욱 위대하게 했던 천축의 이단아 유마거사에 대한 소설이다. 작가 백금남은 지옥에 가는 한이 있더라도 지옥의 중생 하나라도 건지겠다는 서원을 유마라는 인물을 통해 형상화했다. 내가 깨닫지 않고는 결코 남을 깨닫게 하지 못한다는 독각의 시대. 그 시대에 대중 불교의 서막을 열었던 사람의 이야기다. 종교는 결코 이상이 아닌 현실이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배고픈 자에게 먼저 물과 빵을 주기 위해 일어선 유마거사라는 한 선지자의 이야기다.
소설 집필 기간은 매우 길었다. 백금남은 자서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던져져 있던 원고지와 몽당연필. 그리고 조금씩 살아 일어나던 그의 모습. 유마! 32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흘러버린 지금. 그를 쫓던 처절한 세월을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고 기록했다.
쌤앤파커스, 304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