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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정병삼 지음, 풀빛
352쪽, 2만8000원

불자가 사찰에 가서 우선 들러야 할 곳은 법당. 법당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불상과 눈을 마주치며 정성을 다해 삼배를 올린다. 하지만 불상 뒤에 있는 불화에 관심을 두는 경우는 흔치 않다.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정병삼 교수는 절을 찾으며 불화를 늘 보아왔지만 선뜻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불화의 내용을 알고 절을 찾으면 더욱 뜻 깊은 순례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불교미술사를 연구한 그는 방대한 자료수집과 미술학적 검증을 통해 흔히 절에서 보고 지나쳤던 불화를 중심으로 불교의 세계를 섬세하게 풀어 썼다. 2000년 초에 나온 책은 출간 직후부터 그 내용과 의의에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불교에 관심 있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좀 더 심도 깊은 불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충실하게 해왔다.
 
어느새 15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조금은 낡게 느껴지는 이 책을 필자의 학문적 연구를 더해 새롭게 펴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다. 책의 전체적 구성과 내용 흐름은 유지하되,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는 불화를 채택해 이전의 것과 대체했다. 사진은 화질에 있어 훨씬 선명해졌다. 내용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되는 도록으로 교체했고 일부는 추가했다. 사진 설명에 있어서도 친절함과 상세함을 더했다. 표지 그림도 불화 공부의 핵심이 되는 ‘화엄경 변상도’를 채택했다.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의 의미를 살린 것이다.

책은 의미 있는 불화를 가지고 부처의 탄생과 출가, 보리수 밑에서의 깨달음, 불교의 가르침, 부처의 제자들, 부처 열반과 그 후 등을 세밀하게 살폈다. 또한 불교의 그림인 변상도의 의미, 정토와 지옥의 세계, 가람을 지키는 신에 관한 해설과 해석 등을 새롭게 시도했다.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삶과 죽음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감로탱의 그림도 밀도 있게 보여주었고,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 등이 그린 회화 속에 나타난 불교 저변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 또한 재미있게 풀었다.

책은 불화 전반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게 했고, 불교 전체를 아우르는 역사와 흐름을 명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직접 절을 찾지 않고도 이 책에 소개된 관경 변상도 한 폭에서 주불인 아미타불과 그 대중들이 이루는 극락정토와 설법회상을 만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 만든 극락에 이르는 수행법들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