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이 오는 11일 열릴 제298회 이사회에 교수협의회 한만수 회장과 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에 대한 중징계 요구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가 반발하고 있다. 징계 시기도 부적절한데다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돼 동국대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대위는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사회 재구성과 학교 안정을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대학 본부는 이사회 안건 중 하나로 교수 2인(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과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안을 포함시켰다”면서 “학내 사태를 악화시킬 결정을 이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대학 본부가 이사회에 교원 징계를 요청하기 전 철저한 사전절차를 거쳤으나 이번에는 이러한 절차를 완전히 생략한 매우 이례적 일이기에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에 대한 징계사유는 당사자가 현재 해외 체류 중이어서  파악하지 못했지만, 전 총장 직무대행 직무와 관련되는 것인 듯하므로 징계 요청은 신중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만수 회장의 징계 사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속적 학교에 대한 비방으로 동국대의 본질을 부정했으며 교원으로서의 책임과 근무 기강을 위반했다’는 징계사유에 대해 비대위는 “문과대 학과장 전원 보직사퇴 성명서를 전달받아 교내 전산망에 유포한 내용까지 문제 삼고 있기에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또 한 회장이 지난해 3월 11일 학생들의 이사장실 검거 시 S 교수에게 상해(전치 3주)를 가했다는 혐의로 S 교수의 고소에 따라 약식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 중인 점도 징계 사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한만수 회장이 증인과 물적 증거까지 확보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며 2월 중 나올 1심 판결 결과에서 무죄 판결을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성될 이사회에서 1심 판결을 지켜본 뒤 징계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설사 벌금 100만원이 확정된다 해도 중징계를 요청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징계라는 것이 비대위 측 주장이다.

비대위는 징계 요청의 주체가 보광 스님이란 점에서 징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비대위는 “보광 스님은 지난해 논문 2편의 표절이 재심까지 거쳐 최종 확정됐음에도 취임 후 자신에 대한 징계요구안의 철회를 이사회에 요청했다”면서 “표절로 1차 판정받은 나머지 16편에 대해서는 보광 스님이 재심을 요청했으나 총장 취임 후 8개월여 동안 지지부진 상태”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이사회가 ‘임원 전원 사퇴’ 결의 후 첫 이사회인 만큼 사퇴 결의가 충실하고 신속하게 실천되기를 기대했다.

또 한만수 회장과 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에 대한 ‘중징계’ 요구안을 보광 스님이 상정한 데 대해 ‘정치적 보복’이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이사회에 “대의를 퇴색시킬 징계요구를 이사회에서 기각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하 성명 전문.

 징계가 아니라 이사회 결의의 조속한 실천과 일대 쇄신에 나설 때다
- 동국대학교 제298회 이사회에 대한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성명

1. 우리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새해를 맞아 본교가 대화와 소통, 이해와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 우리는 작년 12월 3일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결의된 ‘임원의 전원 사퇴’와 ‘새로운 임원 선임과 이사회의 새로운 구성’이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혼란스러운 학내 상황이 안정되고 대학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 위해서는 2016년 3월 개학 이전에 이사회가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지난 이사회(2015. 12. 3)의 결단을 확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통해서만, 이사회는 학내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동국대학교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회복이 동국대학교 안정과 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다음 주 월요일(2016년 1월 11일)에 소집이 예정된 제298회 이사회는 결의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하고 행동에 옮김으로써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학내외의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해주시기 바랍니다.

3. 대학 본부는 이번 이사회 안건 중 하나로 교수 2인(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과 한만수 교수협의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안을 포함시켰습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학교법인 이사회가 이사회 재구성과 학교 안정을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학내 사태를 악화시킬 결정을 이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 판단합니다.

3.1. 징계요청의 절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학 본부는 이사회에 교원 징계를 요청하기 이전에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쳤습니다. 이러한 관례는 이사회에 정확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고 징계대상 교수의 충분한 반론시일을 보장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러한 절차를 완전히 생략하였습니다. 이런 졸속적 행정은 그동안 본교 사태의 중심에 놓여있던 교수들에 대한 보복적인 징계라는 학내외의 비판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한 이사회가 정확한 판단을 하여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는 데에도, 교수들의 교권 보호에도 두루 악영향을 줄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3.2. 이번 징계요청의 주체가 본교 사태의 원인제공자 중 한 분이었던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 총장은 논문 2편의 표절이 재심까지 거쳐서 최종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이후 자신에 대한 징계요구안의 철회를 요청하였으며, 이사회 역시 유야무야 처리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또한 만일 언론보도처럼 일면스님(전 이사장)이 징계를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라면 더욱 문제입니다. 대학의 극심한 표류에 큰 책임이 있는 분께서 징계를 압박했다면, 이사장 사퇴의 취지도 퇴색될 뿐만아니라 개인적 감정 때문에 대학의 혼란을 또다시 야기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3.3. 징계 사유 또한 매우 부적절합니다.
3.3.1. 먼저, 정창근 전 총장직무대행에 대한 징계 사유는, 당사자가 현재 해외 체류 중이어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수행했던 직무와 관련된 것이리라 추정됩니다. 만일 그렇다면 징계 요청은 매우 신중했어야 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3.3.2. 다음으로, 한만수 회장에 대한 징계 사유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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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2.1. 먼저 ‘합법적인 총장과 이사장 선임에 대한 부정 의견 확산’과,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행위’두 가지입니다. 길게 반박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그동안 발표했던 성명서나 언론 인터뷰, 심지어는 문과대 학과장들의 보직사퇴 성명서를 그룹웨어로 전파한 행위까지 문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극히 일부 내용을 자의적으로 잘라내어 징계의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사유로 징계위에 회부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학교 발전을 위한 비판을 봉쇄하는 비민주적이고 자해적인 행정임은 물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3.3.2.2. 이사장실 점거 당일 신성현 교수(현 도서관장)에게 상해를 가했다는 혐의(전치 3주)로 신성현 관장의 고소에 따라 약식기소되었다는 점도 징계사유입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1) 한만수 회장은 일관되게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며, 2) 한만수 회장이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신성현 도서관장과 본인 두 사람이 함께 받고 그에 따라 법적 다툼 없이 교수사회 내부에서 해결하자고 제안했음에도 신성현 관장은 이를 거부하였고, 3) 신성현 관장에게 유리한 증인들은 현재 본부 핵심 보직을 맡고 있는 분들이고 물적 증거는 없으며, 4) 한만수 회장이 결백하다는 증인과 증거가 있고, 5) 한만수 회장 또한 교수 및 직원들에게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했지만 아직 누구도 고소한 바 없습니다. 게다가 한만수 회장은 약식기소를 통해 1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지만,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곧 1심판결이 나올 예정입니다. 따라서 교원징계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60~90일의 활동기간 안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만일 무죄가 선고된다면 징계위원회는 결국 대학과 이사회의 명예를 다시 한번 떨어뜨리는 결정을 내려야할 형편에 처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3.4. 결론적으로 대학 본부의 교수 2인에 대한 징계요구는 징계의 사유도, 시기도 매우 부적절한데다가,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되어 있어 교권 보호에도 나쁜 선례를 새로 만들 것으로 우려됩니다.

3.5. 이번 징계 요구는 대학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미 언론에서는 동국대 사태가 다시 악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바, 우리는 본교가 더 이상 이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4. 교수협의회는 교권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에 조금도 소홀함도 없을 것이며, 또한 보복성 징계를 통해 대학이 다시 갈등과 혼란에 빠져드는 일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명백히 밝힙니다.

 

5. 이러한 상황 판단에 근거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이사회는 임원 전원 사퇴라는 대승적 결단이 최대한 신속하게 실천되고 차기 이사회가 훌륭한 분들로 구성되어 대학의 발전을 위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실 것을 간곡히 촉구합니다.​

 

둘째, 이사회는 이번 징계요구안을 일단 기각하고, 다음 이사회의 판단에 맡겨 주시기를 요청 드립니다. 또한 철저한 사전 조사과정을 거쳐 징계요구안을 올리는 전통을 지켜 대학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이사회의 권위를 확고히 할 것을 대학당국에 요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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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총장은 학내사태를 야기한 중요한 당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대학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러기는커녕 ‘불통’과 ‘철권’에 의해 대학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더 큰 갈등을 자초하게 될 것이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총장과 보직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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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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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