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민족성지 ‘인각사’가 정부의 터널공사로 심각한 훼손 위기에 몰려 있다. 인각사 주지 대법 스님 등이 나서 일인시위를 하는 등 반대에 나서고 있으나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묵살 당하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 집행부 아직 침묵하고 있다. 왜 종단이라는 조직이 필요한 것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는 형국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불교계(조계종)는 ‘북한산관통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천성산 터널’, ‘금정산 터널’ 등 여러 곳의 국립공원과 영산을 관통하는 터널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해 왔다.

이런 종단의 불교계의 운동은 국민과 불자에게 자연과 수행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키는 성과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사업 자체의 취소나 노선을 변경 시키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가 부재했던 것이 또한 사실이다.

그 원인은 종단과 관계된 중요인사들이 의지를 지속하지 못한데 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산터널의 경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 전 종정 예하이신 도림법전 스님을 찾아가자 수년 간 해온 반대활동의 노력들이 일거에 붕괴됐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인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의 말사로써 서기643년 선덕여왕 12년에 원효 스님이 창건하고 그 뒤 1307년(충렬왕 33)에 일연(一然 : 普覺國師)이 중창하고 <삼국유사>를 저술 한 역사적 사찰이다.

크게보기

크게보기

인각사 일대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발굴이 진행되고 있으며, 약 126억 원의 예산으로 국가사업으로 '인각사복원 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점을 봐도 이 사찰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인각사 대웅전에서 불과 650m 상거한곳으로 터널이 관통될 예정이다. 도담~영천간 복선전철 사업 개요에 따르면 중앙선 도담~영천 간 철도를 기존 단선→148.1km 복선전철화한다고 나와 있다.

도담~안동(72.2km)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고, 안동~영천(75.9km) 구간이 단선(9공구 의성정거장 전후, 11공구), 장대터널(화북터널9.1km)구간을 복선(궤도단선)으로 확대하는 작업이다.

*화북터널 개요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은 불교계가 나서서 인각사를 관통하는 ‘화북터널’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응 스님은 이 반대 운동에 조계종이 나서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열거했다. 첫째는 삼국유사와 그 유무형의 가치들은 불교의 중요한 문화자산이라는 점, 둘째 화북터널을 막지 않으면 불교문화가 급속하게 가치 추락하고 소멸되어 갈 것이라는 점, 셋째 화북터널을 막지 않으면 승려와 불자의 신심이 쇠퇴한다는 점, 넷째 터널을 막지 않으면 불교문화가 연쇄적으로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법응 스님은 ‘화북터널’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도 적시했다.

‘화북터널’은 9.18km의 장대 터널로 ‘화북터널’이 관통하는 화산(華山)지역은 ‘화산(火山) 칼데라(Caldera/국내 20여 개소 / 화산칼데라는 경상분지 내 소분지 중 하나인 의성소분지에 속하며, 행정 구역상으로 경북 군위군 동부와 영천군 북부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지형’으로 단층대 발달, 지층 불균형, 지하수 유출 심화 예상 등 안전사고 위험도 높은 지역이라는 것이다. 군위다목적댐, 화산저수지, 신화저수지가 있어 지하수위 변동에 우려가 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는 점도 스님은 강조했다.

또한 화북터널의 건설 역시 건설과정의 발파, 진동, 소음, 지하수위문제 및 오염수 유출 등 무수한 문제가 발생하고 완공 후에도 문제는 지속된다는 점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부재를 넘어서 천박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법응 스님은 화북터널 공사와 관련하여 정부에 대해 3개 항에 이르는 요구사항을 제안했다. 그 첫째는 ‘도담~영천 복선전철건설사업’ 구간 중 ‘인각사’에 정신과 환경적으로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는 ‘화북터널’ 노선을 변경하라는 것, 둘째는 인각사와 삼국유사는 후대에까지 물려줘야하는 문화유산이므로 인각사 지역 등에 대한 근원적인 보호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 셋째는 철도노선은 물론 각종 개발 사업에 있어서 문화재와 환경보호를 위한 근원적인 정책적 변화를 강구하라는 것이다.

법응 스님은 조계종 종단집행부를 향해서도 종단(환경위원회)차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반대활동으로 노선의 폐기 내지 1km 이상 이격을 이끌어 낼 것, 교구본사 등 당해 사찰과 관련 부서로 하여금 가칭 인각사 도량수호위원회를 구성해서 다양한 정보의 수집과 정부에 반대 촉구활동, 홍보 등 일사분란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조계종은 조계종환경위원회(위원장 장명 스님) 차원에서 이 문제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논의 중에 있다. 장명 스님은 "당해 교구본사인 은해사 차원에서 먼저 대응을 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환경위원회에서는 그 추이를 지켜보면서 환경위원회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 있으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제 6기 환경위원회가 마무리 되고 제 7기 위원회를 구성하는 단계여서 일사분란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환경위원회가 은해사와 협력하면서 대응 수위를 정할 예정이지만, 필요할 경우 지체없이 조계종단 차원의 대응책이 나올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당도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한 <삼국유사> 집필성지
지키지 못하면 불교미래 없어…“보존이 곧 포교” 인식을

 

<해설>삼국유사는 선대 스님에 의해 작성된 우리 고대 사적의 독보적인 존재이며, 단군신화와 고조선에 대한 서술 등 많은 고대 사료들을 수록하고 있다. 최남선은 일찍이 본서를 평하여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야 될 경우를 가정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라고까지 하였다.

 

이러한 삼국유사가 작성된 역사적 유적지와 그 주변은 입체적(도로, 자연경관, 주변과 지상 및 지하 여건, 소음 등)으로 보호돼야 하는 것은 문화국가와 문화국민으로 당연한 조처이다. 인각사는 과거와 현대는 물론 미래에 까지 불교와 한국사의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책사업, 현대화, 경제 활성화 등 온갖 이유로 전통사찰과 불교문화와 관련한 과거와 현대의 중요한 지역들이 침범을 당한다면 결국 불교는 사회로부터 그 관심과 중요도에서 외면당하게 된다는 점도 불교계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불교역사와 유무형의 유산을 수호하는 것 자체가 자연과 수행환경의 보호이며, 포교활동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개발과 불계계의 무관심으로 1,700여년 역사의 불교문화유산이 급속하게 가치추락 내지 소멸되는 지경에 놓여 있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각사에 영향을 주는 ‘화북터널’의 건설을 막아서 하나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화북터널을 막지 않으면 승려와 불자의 신심이 쇠퇴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전통사찰과 불교문화재가 위치한 지역이 개발로 그 경관이나 문화재적 가치가 훼손된다면, 결국 승려와 불자들이 사회적으로 권위가 추락하게 되고 존경받지 못하게 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온 국민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삼국유사, 일연스님, 인각사는 불교와 우리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이며 가치들이다. 인각사가 환경적으로 훼손되는 것을 방기 한다면 우리 스스로 사회로부터 무가치 하거나 불필요한 존재임을 자인하게 되는 형국이 된다.

 

또한 이번에 이 터널공사를 막지 못하면 향후 불교문화가 연쇄적으로 훼손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s Theory)’ 이론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인각사는 불교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개발과 편리성을 이유로 사실상 훼손을 당하게 되면 다른 곳의 불교 성지도 업신여기게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미 비슷한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뚜렷한 만큼, 이제라도 불교계의 분명한 의지를 드러내 보여야 마땅하다.

 

인각사 문화재 현황

순위	지정분류	명칭	관리자
1	보물 제428호	군위 인각사 보각국사탑 및 비	인각사
2	사적 제374호	군위 인각사지	군위군
3	경상북도시도유형문화재 제339호	군위 인각사석불좌상	인각사
4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426호	군위 인각사미륵당석불좌상	인각사
5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427호	군위 인각사삼층석탑	인각사

 

불교계는 이에 따라 다양한 피해예상 정보 수집하고, 다른 한편으로 정부정책의 모호성을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등 정부에 노선 변경 촉구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거종단적으로 일어서야 할 이 중차대한 일을 인각사 주지에게만 맡겨서야 되겠는가?

*인각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의 말사이다. 643년(선덕여왕 12)에 원효(元曉)가 창건하였다. 절의 입구에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있는데, 속전(俗傳)에 기린이 뿔을 이 바위에 얹었다고 하여 절 이름을 인각사라 하였다고 한다.
그 뒤 1307년(충렬왕 33)에 일연(一然 : 普覺國師)이 중창하고 이곳에서 <삼국유사>를 저술하였다. 당시 이 절은 크고 높은 본당을 중심으로 하여 그 앞에 탑, 좌측에는 회랑, 우측에는 이선당(以善堂) 등이 있었고, 본당 뒤에 무무당(無無堂)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일연은 총림법회(叢林法會) 등 대규모의 불교행사를 개최하였다.
시대는 미상이나 조정의 명으로 김용검(金龍劍)이 절을 크게 중건하고 밭 100여 경(頃)을 헌납하였다. 조선 중기까지 총림법회를 자주 열고, 승속(僧俗)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하나, 그 뒤의 역사는 전하지 않는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과 2동의 요사채 뿐이다. 중요문화재로는 보물 제428호로 지정된 인각사보각국사탑 및 비(麟角寺普覺國師塔─碑)가 있다. 이 탑비는 1153년(의종 7)에서 1155년 사이에 사승(寺僧) 죽허(竹虛)가 왕희지(王羲之)의 글씨를 모아서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임진왜란의 병화로 글자의 훼손이 심하여 알아보기 어렵다. 그 밖에도 법당 앞에는 삼층석탑이 있고, 정조탑 앞에는 높이 1.5m의 석불이 있으며, 절 앞 길가에는 만월당(滿月堂)과 청진당(淸眞堂)의 석종형 부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