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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가 한반도에 불교 전래 이래 조선조 오백년을 제외한다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재 전법회관 지하교육관에서 개최된 ‘종단화합과 개혁을 위한 사부대중위원회 열린세미나’에서 조성택 고려대 교수(사부대중위원회 공동위원장. 사진)에 의해 제기됐다.

조 교수는 이날 ‘근대불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과거사’란 제하의 주제 발제를 통해 “지난 100여 년 간 장기간에 걸쳐 위기상황이 서서히 형성돼 만성화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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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한국불교 100년의 역사와 현실’이란 발표문을 통해 한국불교를 △방황과 모색의 시기(1895~1945년) △전통복고와 종단 정체성 확립기-봉암사 결사와 종단정화(1945~1960년) △권력에의 예속과 무기력(1970~1980년대) △90년대 이후 한국불교 등 네 시기로 나눴다. 

조 교수는 이 가운데 봉암사결사를 오늘의 한국불교를 있게 한 ‘이념적 재구성’으로, 정화불사를 ‘제도적 재구성’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그는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종단이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고,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안보와 이데올로기를 내우는 권력자를 위해 기꺼이 호국법회를 열고, 독재자의 안녕을 기원하는 법회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날 한국불교가 스스로의 자존감을 상실한 채 사회적 지도력을 갖추지 못하고 지식인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시기 종단이 보여줬던 행태에 대한 실망감에서부터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90년대 이후 불교NGO단체의 출범으로 개혁을 위한 불교계의 다양한 노력에도 근본적 개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지난 100년 간 어렵고 힘든 역사의 과정에서 한국불교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업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21세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 과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는 다음 세기를 맞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불교계 내부에서도 종단과 사찰 운영의 낙후성과 비민주적 행태, 정부 정책과 예산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종단 재정 등을 지적하며 우리사회에서 불교의 사회적 지도력이 상실된 지는 오래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바로 이러한 위기감과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자성과 쇄신결사가 시작됐다”면서 “자성과 쇄신결사는 청정수행 종풍의 확립을 통해 봉암사 결사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오늘날 불교에 요구되는 시대정신으로 더욱 확대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기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항일.친일 이분법적 관점에서의 한국불교사의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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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웃종교의 현대사 성찰과 모색 사례(한상봉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 △성찰과 모색을 위한 과거사 유형 분류(이명호 한양대 종교사회학 박사)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사부대중위원회 공동위원장 도법 스님은 “오늘 이 자리는 종단 구성원이 불교계의 문제를 성찰․모색해 새로운 미래를 발전적으로 내딛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자리”라면서 “이러한 노력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필요하지만 한국 사회에도 의미 있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