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화재사고는 방재를 위한 공사가 문화재 자문위원의 시정자문에 따라 설계변경에 들어가게 돼 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늦어지면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화재는 사찰 측이 화재감지기와 저수용량 100톤짜리 물탱크 설치 등 사찰 내 방재시스템을 구축하던 중에 발생한 것으로 공사가 조그만 빨리 진행되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찰 측은 올해 6월 전남도가 여수시를 통해 지원한 향일암 화재방지대책 사업비 1억원 중 7,000만원을 건네받아 관련 공사를 발주했다.

그러나 7월말 물탱크 설치장소가 진입로 쪽으로 노출돼 있는데다 물탱크의 재질도 스테인리스로 고풍스런 사찰 분위기와 맞지 않다는 문화재 자문위원의 자문결과로 인해 설계변경에 들어갔고, 이에 따라 지난달에야 설계변경 도면 등이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찰 측은 이를 토대로 재시공에 들어가 물탱크와 화재감지기를 이달 말 완공할 계획이었다.

여수시 관계자는 문화재 위원의 자문을 받고 일을 더 잘하려고 설계변경도 하고 그랬는데 이런 참담한 일이 벌어져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1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사찰측의 방재비 유용의혹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20일 화재로 소실된 전남 여수 향일암이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전까지 복원된다. 전남도는 21일 전날 향일암 화재로 사라진 대웅전(51㎡)과 종무실(26.9㎡), 종각(16.5㎡)의 설계도면과 고증자료 등을 토대로 여수세계박람회 개최 이전까지 복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는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수시, 사찰 측과 함께 10억원의 복원 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사찰 재건 시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 대웅전 등 목재건물을 적정 거리를 둬 배치하고 도내 목재 문화재 방재시스템에 대해서도 일선 시ㆍ군 소방서와 협조해 일제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도는 또 도 지정 목조 문화재 245개 동 가운데 방연제 처리가 되지 않은 151개 동에 대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방연제처리를 완료할 계획이다. 이밖에 목재건물의 화재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찰주변에 방화림을 조성하고 숲가꾸기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향일암 대웅전과 종무실 종각 등의 복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면서 도내 사찰에 대해 도난과 화재 초기 진화용 폐쇄회로(CC)TV를 연차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