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학계를 대표하는 석학 권오민 교수(경상대 철학과)가 불교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스님이나 대학원생, 교양대학 졸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수준 높은 불교학 강의를 오는 1월 중 매주 화, 수요일 오후 2~5시까지 서초구 방배동 아카마지홀에서 펼친다.

올 하반기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강좌 총 22강을 진행하면서 ‘강남발 불교철학 열풍’을 이끌어온 미붓아카데미가 2016년도 첫 강좌로 야심차게 준비한 이 강좌의 이름은 ‘권오민 교수의 불교학 입문강의’이다. 오는 1월 5일(화요일)부터 매주 화,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총 8강으로 진행된다.

아비달마 분야의 세계적인 불교학자로, 또 한국불교학계를 대표하는 불교학자로 그 명성이 높은 권오민 교수가 불교학의 전반을 한 눈에 아우를 수 있도록 이끄는 이번 ‘불교학 입문 강의’는 불교학 전반의 권오민식 교판 형식으로 시도되는 소중한 강좌이다. 이 강좌의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조계종 교육원에서도 2016년도 종단 소속 스님들의 연수교육 인증과정으로 이 강좌를 지정했다.

따라서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스님이나 대학원생, 또한 불교학의 깊이를 더욱 체계적으로 깊게 하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매우 귀한 강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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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민 교수의 ‘불교학 입문’ 강의의 개요는 불교입문과는 그 성격과 깊이가 전혀 다른 분야이다. 권 교수는 이번 강좌와 관련하여 “불교학(Buddhology)도 ‘학(學)’인 이상 당연히 비판, 의심과 탐구를 본질로 한다”며 “이는 인간 본연의 이성 활동으로, 불교술어로는 간택(簡擇, pravicaya)의 혜(慧, prajñā, mati: 통상 ‘지혜’)가 이에 상응하며, 따라서 불교는 지혜의 종교”라는 점을 강조했다.

철학사가 철학함의 결과이듯, 불교사상사(=불교) 또한 불교학의 결과이며 따라서 불교학은,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를 다만 주어진 대로 이해하고 그 의미를 가공하여 고양시키는(혹은 폄훼하는) ‘종학(宗學)’과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불교의 성전은 계시가 아닐뿐더러 어떠한 경우에도 교조의 말씀이기 때문에 진리라고 말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라며 “인연이 무시된 사상은 교조(敎條, 도그마)이며 그것은 ‘절대’로서 수용될 수밖에 없기에 ‘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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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따라서 이번 8차례 강의에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불교가 어떤 인연, 어떤 경로(역사적 논리적 맥락)로 생산 발전(비판·종합)된 것인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불교학의 의미와 목적, 방법 등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며 “이는 필경 내일의 불교에 자량(資糧)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강좌의 구체적인 커리큘럼은 ▲제1강 불교(학)의 기본전제: ‘깨달음’과 ‘수행’과 ‘믿음’ ▲제2강 다양성과 유연성의 불교: 불교에 무량의 성전이 존재하는 이유 ▲제3강 초기불교①: 괴로움(세계)의 생성과 유전 ▲제4강 초기불교②: 불교의 중심개념(‘法’) ▲제5강 후기불교, 비판과 종합①: 자리와 이타, 法有와 法空 ▲제6강 후기불교, 비판과 종합②: 破相과 顯性 ▲제7강 불교의 분류와 갈래: 무엇을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 ▲제8강 불교학과 불교, 불교와 불교학이다.

강의의 구체적인 일정은 내년(2016년) 1월 중(매주 화, 수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이다. 1월 5, 6, 12, 13, 19, 20, 26, 27일에 한 강좌 당 3시간 씩 총 24시간 강의와 질의 응답이 진행된다.

강의 장소는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 59 오신채 없는 채식요리 전문점 ‘마지(maji)’의 2층 ‘아카마지홀’이다. 아카마지홀의 전화는 02-536-5228, 070-4237-5228이며, 미붓아카데미의 이메일주소는  mdacademi@naver.com. 강의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수강인원은 50명으로 선착순 제한한다.

수강료는 20만원(선금)이며, 수강 신청관련 문의는 이학종(010-5575-7010), 김현진(010-8770-5258) 등으로 하면 된다.

*강사 권오민(權五民) 교수는?

약력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철학박사)
1988년 이래 국립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

역저서
『유부아비달마와 경량부철학의 연구』 『인도철학과 불교』 『아비달마불교』 『불교학과 불교』 『상좌 슈리라타와 경량부①』 『아비달마발지론』 『아비달마구사론』 『아비달마순정리론』 『아비달마장현종론』 등

수상
청송학술상(2007), 행원문화상(2011), 한국불교학회 창립 40주년 한국불교학상(2013)

 [인터뷰] 미붓아카데미 ‘불교학 입문 강의’ 나서는 권오민 교수

 

“쉬운 강의 아냐…불교학 제대로 공부할 분들에 도움 될 것”
“되는대로 공부하다보니 불교학 체계 혼선…독선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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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입문 강의’라고 하니까 얼핏 쉬운 강의로 비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쉬운 강의가 아니다. 공부하는 스님이나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할 예정인 대학원생, 적어도 교양대학 졸업자 수준의 불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다.”

 

미붓아카데미의 2016년도 첫 기획강좌인 ‘불교학 입문 강의’에 나서는 권오민 교수(경상대 철학과)는 ‘쉬운 강의가 아니다’라는 말로 강의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미붓아카데미의 이번 강의 계획을 수락한 이유를 “불교학에 제대로 입문하지 못하면 자기가 하는 분야 이외에 다른 것을 전혀 모르게 되고 자연스럽게 독선적으로 흐르게 된다. 이런 독선적 경향은 우리나라에 초기불교가 들어오면서 더 심화된 것 같다. 물론 선종도 다르지 않았다. 불교학자들이나 전공자들이 다 전공별로 자기가 하는 공부가 최고라는 독선적 주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래 전 <불교신문>에서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는가?’라는 아주 오래 동안 했던 연재가 있었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라는 연재 기획이었는데, 상당수 많은 학자들이 글을 기고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는가? 왜 깨달았던가? 를 놓고 사람마다 다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 사실 불교란 시대별로 학파별로, 왜 하는가 등의 목적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갈피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각자 간 충돌이 일어난다. 왜냐? 불교학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그렇다.”

 

권 교수는 최근 초기불교가 한국불교 전반에 확산되면서 여러 방편의 불교학과 신행이 서로를 배타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의 전통불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론이 소통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수의 불자들이 초기불교에 경도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기존 전통불교에 대한 불만일 것이라 말했다.

 

권 교수는 또한 기존 전통불교에 대한 불만은 우선적으로 승가 교육체계의 不備?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 보았다. 벽송지엄(1464-1531)의 “초학자를 이끌 때에는 먼저 <선원집(도서)>과 <별행록(절요)>로써 여실지견을 세운 다음 <선요>와 <어록(서장)>으로 지해(知解)의 병을 소제하여 활로를 지시해야 한다”는 교육시스템이 한국적 불교전통에 부합할뿐더러 불교 교학 상으로도 그다지 무리가 없음에도 봉건시대 교육제도라는 이유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이른바 ‘알음알이’라는 말로 번역되는 지해가 있어야 소제할 것이 있을 것 아닙니까? 여기서 지해란 <도서>에서 말한 상종(아비달마와 유식), 공종(반야중공), 성종(기신론)과 이에 대응시킨 선종의 세 종, 신수종 우두종 하택·홍주종에 대한 분별적 이해로서, 이러한 지식 없이 어떻게 여실지견을 세울 것이며, 또한 무엇을 소제할 것인가? 모두가 앞뒤 없이 구경도만을 추구하다 보니 소제할 거리의 체계나 순서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초기불교 아비달마, 중관, 유식, 여래장 사상 등이 순서도 없이 혼재한다. 인연되는 대로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우다 보니까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럽다. 그러면서 자기가 배운 것이 최고라고 우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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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민 교수가 미붓아카데미에서 열강을 하는 장면. 사진=미붓아카데미 제공

권 교수는 불교가 전통을 매우 중시해왔는데, 이 전통에 대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던 중 마침 미붓아카데미에서 불교학 입문 강의에 대한 요청이 와서 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강의는 불교학 입문의 방법론에 대한 내용입니다. 불교는 사실 굉장히 엄격한데, 이상하게 오늘날 불교에 엄격함이 없는 것 같아요. 깨달음에 대해서만 보더라도 그에 대한 정의가 다 있습니다. 수행에 대한 정의도 다 있지요. 그런데 오늘날에 그 정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선종이 강하다보니까 행주좌와어묵동정이 다 수행이라고 하고, 그러면서 그 개념이 굉장히 막연해진 것이지요. 믿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에 대한 분명한 정의, 분명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학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하다보니까 누군가 갈래를 잡아주고 의미를 확실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을 이번 강의를 통해 해보겠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이번 강의가 불교학에 대한 ‘권오민 식 교판’이라고 해도 틀지지 않다고 덧붙였다.

 

“불교와 불교학은 다른 것입니다. 전혀 달라요. 세친, 용수는 불교학자입니다. 중국의 불교종파를 이룩한 분들도 다 불교학자이지요. 이분들, 즉 불교학자들에 의해서 새로운 종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 탐구를 통해서 새로운 불교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우리 한국불교의 불자들은, 불교사상을 인연을 상실하고 도그마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가 보입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인연이 중요합니다.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지요. 요즘 자주 회자되는 화쟁에도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각기 다른 주장의 이유(인연)을 잘 살펴서 이해하면, 싸울 일이 없는 것입니다. 그게 화쟁이지요. 그러므로 불교학에서 인연을 경시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입니다.”

 

권 교수는 우리가 막연하게 이해하고 있는 용어들, 즉 수행이나 믿음, 깨달음 등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점이 다른 것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와 대승이 다른 것이 아니라 자리가 다른 것이라는 것이다. 비판과 종합이 늘 이루어져 온 것이 불교의 역사이자 사상사였으며, 이런 역사는 오늘날에도, 또 미래에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현실의 불교와 불교학과의 관계가 좀 모호해요, 불교신자와 불교학자의 구분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다 헷갈립니다. 전문학자와 일반 불자의 구분이 없습니다. 불교학자들도 조금만 ‘잘못’하면 신심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지요. 불교학이 현실의 불교를 이끌 수 있고, 현실의 불교가 불교학을 이끌 수도 있는 것입니다.”
 
권 교수는 지난 500년 이상 불교학이 사실상 온전한 역할을 못해왔고, 근대기에도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불교학의 바로세우기가 시도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본래 대중강의를 안 하기로 유명한 권오민 교수, 진주에서 살다보니 서울에도 잘 올라오지 않는 권 교수가 모처럼 처음으로 큰 마음을 내서 불교학에 관심이 있는 사부대중을 위해 시작하는 강의에 벌써부터 많은 불자들이 관심과 호응을 보내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꼭 기억해둘 것은 이번 강좌의 인원을 권 교수는 강의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범위로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부득이 선착순 50명으로 수강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불교학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낸 스님과 학생, 불자들께선 서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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