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이사장이었던 각현 스님의 열반 1주기 추모법회가 12월 14일(음력 11월 4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파라밀요양원 법당에서 봉행됐다.

 

이날 추모사를 낭독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장 법타 스님은 각현 스님과 고교시절 3년 동안 한반 동학하며, 60년대 초 군부독재에 맞서는 경험을 함께 했다. 법타 스님은 고교 졸업 이튿날 속리산으로 입산했고, 각현 스님도 뒤를 따라 4년 뒤 출가했다. 그 뒤 법타, 각현 두 스님은 각자 통일운동과 사회복지 분야의 길을 걸어갔다. 그러면서도 반백년이 넘는 동안 절집의 도반으로 서로 바늘과 실이 되어 동고동락했다. 다음은 법타 스님의 추모사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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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아무래도 그대가 준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그대 앞에 서면 거울 앞에 선 듯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그대 아닌 누구에게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그대와 함께라면 모든 사량분별 이해득실을 떠나 오직 환희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내가 그대를 필요로 할 땐 기꺼이 그대가, 그대가 나를 필요로 할 땐 기꺼이 내가, 우린 서로를 맘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나 그대가 잊힐리 없는 까닭은 그대는 내게서 멀리 있으나 가까이 있으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믿음직한 山으로 항상 함께 있었기 때문이네.

각현 스님! 우리는 철부지 때 만나 서로가 빛과 그림자 되며 반백년 넘도록 서로의 언덕이었지. 동반자였지!

지난해 오늘 그대는 한마디 말도 없이 훌쩍 피안으로 떠나 버렸지!

청천벽력이었네! 야속한 사람아!

그대는 이 사회에서 약자들의 따스한 품이었고, 가장 소외된 노인들의 복지와 권리를 위해 온갖 수모와 애로를 넘으며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서 갔던 자비보살!

그대는 큰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온 세상을 ‘연꽃마을’로 만들기 위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혼자서 진력 고심하며 떠난 친구!

그대는 삼독번뇌로 쉼 없이 타고 있는 세상에서 어둠 속을 헤매는 중생들에게 희망의 등불이요, 선구자요, 선각자였네!

세월이 흐를수록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새록새록 마음이 더 아파오지만 지금쯤 어느 하늘아래 어느 집에서 자라고 있을 ‘각현아가’를 안아주고 뽀뽀하고 싶다!

몽매에도 잊지 못할 그대의 금생화두 ‘연꽃마을’은 은사스님의 후광과 후계 ‘원명 스님’이 잘 꾸려가고 있는 것 보고 있겠지?

베트남에 해원참회발원으로 세운 ‘세종학당’도 순조롭다니 그대 대신 무거운 짐 진 ‘원명 스님’께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게나!

여기 愛別離苦의 현장에 청우 스님을 비롯한 청맥회원, 문중, 문도, 연꽃마을 식구 등 사부대중이 얼마나 각현 스님을 존경하고 사랑함을 실감하겠지?

만나세! 만나세! 어서 만나세!

그대 걸음걸음마다 聖行을, 다음 生에는 모두 손에 손 잡고 함께 이루세. 최소한 우리 사랑하는 조국강토가 불국정토 되도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다만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는 헬렌 켈러(1880~1968) 의 말대로 각현 스님은 우리 가슴 속에서 소중하게 생동하고 있네!

넉두리를 줄이네! 안녕!

얼음은 본래 모두가 물이니 물이 얼음이 되듯이
옛 거울은 갈고 닦지 않아도 본래 빛이 있었네
바람은 스스로 불어오고 티끌이 스스로 일어나지만
본래 면목은 당당하게 드러나 있네 <나옹선사어록>

全氷是水水成氷 古鏡不磨元有光
風自動兮塵自起 本來面目露堂堂

모든 것은 무상하니 이것이 생멸법이라
생멸마저 멸해 마치면 바로 열반의 즐거움이니라

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 <열반경 19. 聖行品>

각현 스님 열반 1주기일에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장 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