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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는 사라지고 산도 무너지다

박호석 지음, 생각나눔
27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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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이면 둘이서 1백 개는 거뜬히 만들 수 있지요. 그리고 식지 않도록 보온상자에 넣었다가 따뜻할 때 나눠주면 장병들이 참 좋아합니다.

법회 날 아침 일찍, 전날 준비해둔 재료로 아내와 함께 햄버거를 만들면서 장병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나고, 또 신이 납니다. 이런 마음으로 햄버거 만들기에 집중하다 보면 거기엔 어떤 잡념이나, 번뇌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187쪽, 햄버거 만들기와 보살 십지 수행)

민간인성직자로 오랜 기간 군부대 법회를 이끌어온 박호석 법사는 군포교를 통해 보살 십지(菩薩十地, 화엄경에서 대승보살의 열 가지 수행단계)를 경험하고 있다. 햄버거를 만들면서 평등하게 나누고 베푸는 보시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환희지) 만들기에 집중하면서 삼독과 번뇌를 여읜다.(이구지) 법회를 다녀오면 자녀들 앞에서 표정이 밝아진다.(발광지) 젊은이들에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온 생명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법의 공덕을 쌓았다.(법운지)

그는 평생을 연구와 교육에 봉직해온 자연과학도이다. 어느 날 이공계 출신이 많은 공병부대 법회에서 부처님의 근본가르침인 연기법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 MIT 공대 에드워드 로렌츠 교수의 ‘나비효과 이론’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그동안 그들이 듣고 배웠던 설법과는 다른 설명에 흥미를 보이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불교교리에 놀라는 표정들이 역력했습니다.”(175쪽, 잠자는 병사 깨우기)

‘붓다의 가르침을 지금의 생각과 언어로 설명할 수는 없는가?’ 박 법사는 ‘쉬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우리가 너무 어렵게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필 형식을 빌려 불교의 핵심을 설명해보고 싶었다. 이웃 종교의 가르침도 살펴보고, 우리 불교의 소소한 문제도 짚어보았다.  어떤 인연으로 선지식을 만나 공부의 길로 들어섰는지 그 경험도 적어보았다. 그 기록들이 모여 책이 됐다.

저자는 대학 시절 홍환성 법사를 은사로 불교에 입문해 해인사 고암 스님에게 십선계를, 화엄사 고산 스님에게 보살계를 수계했다. 법명 ‘성림(性林)’은 송광사 구산 스님으로부터, 법호 ‘월공(月空)’은 안국선원 수불 스님으로부터 각각 받았다. 농학박사 학위를 받고 농촌진흥청의 연구직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에 유학했고, 농협대학교 교수로 퇴임했다.

학생 시절에는 대불련 충북지부장으로, 군에서는 제38보병사단 군종병으로 활동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육군 제1공병여단과 제3군수지원사령부의 민간성직자로 위촉돼 법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재가불교단체인 (사)대한불교삼보회 이사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