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귀인을 만날 운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귀인을 만났다고 표현한다. 귀인이란 누구인가? 귀인이란 내게만 귀한 분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분에게도 내가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 전제된다. 이걸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안 그러면 귀인은 그냥 스쳐지나갈 따름이다. 전생에 나라를 세웠어도 일방적으로 귀인이 도와주는 경우는 없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도움만 받았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안목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일 따름이기에 그렇다.

결국 귀인이란 단기적인 필요나 욕구를 뛰어넘어 서로에게 귀하게 될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그러려면 우선 내가 먼저 상대를 더욱 귀인답게 만들어야 한다. 내게도 귀인답게 행동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만들었는데 날 머슴취급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럴 일은 없다. 그건 내가 귀인 대접 받을 만큼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상대가 귀인이 아닌 경우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귀인이 혹시라도 더욱 존귀하게 되지 못한다면 내 잘못이기도 하다. 결국 귀인이란 내가 귀하게 만들어드리면 된다. 내가 소중히 여기고 그 뜻과 마음도 소중하게 받들어 이뤄지게 하면 귀인은 더욱 존귀한 귀인이 된다. 우리도 그렇게 귀하게 되어간다. 귀인이 우리를 존귀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세상 사람이 우리를 존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처님도 귀인이고 세상 사람도 귀인이기 때문이다. 귀인을 만날 운이란 결국 내가 한 사람을 귀하게 만들고 그들로 인해 우리도 귀하게 된다는 그런 말인가 보다.

달리 생각해 보면 아무 사람이나 만나서 귀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원래 귀한 사람을 다시 존귀한 그 자리에 서게 하는 일일 따름이다. 소중한 사람을 더욱 존귀하게 하려면 내가 먼저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소중한 사람 옆에 그의 품격을 깎는 사람이 있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지위가 낮아도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존귀하다. 그의 언행을 보면 항상 “귀인에게 누가 되지 않게 하려는 신중함”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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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자장암 풍경이 전하려는 이야기.

하지만 알량한 자존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귀인이 설사 내가 혐오하는 일이거나 남에게 내가 질시 받는 일을 하겠다고 해도 “그러면 난 빠지겠다”고 하면 안 된다. 그 말 한마디에서 귀인을 자기가 도와야 할 사람으로 추락시킨 것이다. 자존감은 없고 자존심만 있는 행동인지도 스스로가 모른다면 우리는 ‘귀인’도 아니고 ‘귀인’을 천하게 만든 사람이 된다.

귀인에게는 조건을 달면 안 된다. 조건이란 협박의 일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귀인이기에 협박을 받는 것은 불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호작용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너 정말 이러면 나 안한다!”식의 말을 잘한다. 오만이다. 겸손하지 못함이며, 자만이며 자존심일 따름으로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욱’한 성격을 못 참는 한순간에 ‘광기’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것도 모른다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국 귀인에 대한 충(忠)을 잃고 우리에 대한 신(信)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잠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협박”이라는 함의를 담고 있는 ‘조건’이란 말조차도 귀인에게는 꺼내서는 안 된다. 특히 남 앞에서 들으라는 식으로 전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더욱 ‘예의’가 아닐 수 있다. 당장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라도 귀인이 원하면 감내하고 그 뜻을 이루게 도와야 한다. 자존감마저 상실하게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은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당장은 안목이 좁아서 그 뜻을 알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뜻이 맞지 않더라도 귀인의 작은 꿈들을 하나씩 이루고 가면서 그 방향을 조금 틀게 돕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그게 진심으로 서로를 귀하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말하는 ‘King maker’는 ‘귀인을 만드는 사람’으로 유방에게서 ‘장량(장자방)’과 같은 사람이란 의미이다. 고생을 같이해도 기쁨을 같이 할 수 없는 ‘귀인’이라도 다른 이보다는 그가 귀인이 되어 ‘많은 백성’에게 그 혜택이 갈 것이기에 처음부터 같이 한 것이다. 그것으로 족한 것이 우리이며 그것으로 족하기에 진정한 ‘귀인’이 되기도 한다.

소중한 이를 더욱 존귀하게 하면서 우리도 이미 참으로 존귀해져 간다. 따라서 조금씩 아니 많이 커져가는 자존감을 보면 우리도 언젠가 귀인이 될 건가 보다. 이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다음 생에 이미 그만치 귀인의 자리에 가까이 간다. 그 자리를 회복해 간다. 그렇게 귀인을 닮아가고 귀인이 되어간다. 무릇 귀인을 만나거나 만나려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그래야 하나보다. 귀인이 부처고 모든 중생이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