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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법인 동국대학교 이사장 일면 스님은 10일 불교중앙박물관 시청각실에서 흥국사 탱화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사진), "분실 사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된 탱화를 공개하며 진품임을 검증한 뒤 더 이상 스님 개인과 학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예정대로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일면 스님은 "그동안 수차례 기자간담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탱화 분실에 대해 해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동국대 이사장 거취로까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의혹 해소를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기자회견을 열게 된 동기를 밝혔다.
 
스님은 "탱화는 절도가 아니라 92~93년경 분실됐다"면서 가평 S사 비구니 모 스님이 지난 2004년 5월 9일 작성했다고 기재된 경위서를 공개했다.
 
일면 스님은 "이 경위서에 따르면, 비구니 스님은 분실 탱화(두 점)를 1999년경 청계천 황학동에서 80만원에 구입, 2004년까지 개인이 보관했으며, 탱화가 흥국사 소유의 것이라고 알게 돼 반환했다"고 말했다.
 
스님은 "탱화 분실은 일생일대의 가장 큰 실수이며, 절대로 훔쳐 팔아먹은 게 아니다"면서 "분실에 대해 참회한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간이 안 좋고 우울증도 있는 등 건강상의 이유로 신고도 못 했다"면서 "만일 신고했으면 당시 의현 스님의 탄핵을 외치던 제가 의현 스님에 의해 체탈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면 스님은 이로 인해 이사장 사퇴 문제까지 거론된 데 대해 "학교 이사장을 하면서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원칙을 정해 놓고 처리했는데 이 분실 사건으로 파렴치한 '도둑놈'으로 몰렸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 회의 때 '이사장 못 내놓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동국대와 종단, 불교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스님은 "제가 내놓고 가면 편하지만 절집에서 55년 살면서 지금까지 좋은 일 한다고 나름 애썼는데 문화재 도벌꾼으로 몰리면 스스로도 용납 안 될 뿐더러 상좌 30여 명을 비롯해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상처가 된다"면서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의혹이 해소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결의하고 공포한 만큼, 학교 행정이 마비되지 않도록 순서를 정해 합의된 대로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의혹 제기자인 혜문 스님을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 번도 못 봤다면서 의혹이 계속돼도 그러다 끝나겠지 하고 참은 성격이 큰 화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또 혜문 스님을 고소하지 않고 관련 기사를 쓴 언론을 고소하고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데 대해서는 "혜문 스님이 사미이며 손자뻘"이라면서 문중의 화합을 위해 고발하지 않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님은 이밖에 진위에 대한 의혹이 있다며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된 탱화 두 점을 공개하고, 임석규 경북문화재 전문위원(불교문화재연구소)의 감정을 통해 진품임을 기자들에게 확인시켰다.
 
이와 관련, 경위서를 제출한 가평 S사 모 비구니 스님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2004년 호법부에 제출했던 경위서로, 그 내용 그대로"라고 강조했다.

이 스님은 "그때 당시 아파서 차에 관심이 있어서 찻상을 사러 내려갔다가 샀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2점에 80만 원을 주고 구입했다"는 데 대해서는 "문화재 가격을 모르고 오래된 느낌이 좋으니까, 가격이나 문화재를 생각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진술한 바 그대로이며 이 일 후 일면 스님과 연락 한 적이 없고, 모든 것을 혼자 감수하고 있으며, 아무 말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혜문 스님은 이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앞서 혜문 스님은 지난 11월 27일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이 비구니 스님을 향해 "이제 거짓말을 멈추세요. 흥국사에서 빼돌렸던 탱화 문제로 동국대 김건중 학생이 죽어갑니다. 200년 된 그림을 청계천에서 한 장에 40만 원 주고 샀다고요? 진실을 밝히고 단식 44일이 지나가는 건중이를 살려내세요"라고 밝히며 경위서에 대한 신빙성의 의혹을 거론한 바 있다. 즉, 경위서에 '옛 것을 좋아한다'고 기재했음에도 그 정도의 가격인 줄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경위서에는 '스님들이 오가며 흥국사의 오래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기재됐지만, 실제 혜문 스님은 이를 알기 위해 정밀한 학문적 고증을 거쳐야 했다. 또 경위서에는 '돈 주고 샀다'면서도 '선처를 바란다'고 기재돼 있다.

혜문 스님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중 어른인 일면 스님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말을 아끼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에 올린 것과 같이 비구니 스님의 발언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비구니 스님의 발언이 오히려 의혹을 키워 일면 스님을 비롯해 문중과 동국대, 혜문 스님까지 곤란에 빠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혜문 스님의 발언과 관련, 본지는 비구니 스님 측의 이야기를 듣고자 11일 오후 또 다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안 받거나 꺼놓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