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방송 사장 선임’ 문제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불교방송이사회는 17일 오전 마포 가든호텔에서 제70차 이사회를 열었으나, 주요 안건이었던 불교방송 사장선임은 사장후보자의 자질문제에 대한 시시비비 끝에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따라서 사장을 임명하지 못한 채 3년 가까이 지속돼온 대행체제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이사회는 그러나 사장후보자에 대한 추가 자격 조사 및 직무규정, 정년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4인 실무소위를 구성, 해결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16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불교방송이사회에서 이사장 영담 스님은 사장후보자들의 이력과 제출된 경영계획서 등을 조사 분석한 보고서를 읽은 뒤 “두 후보자 모두 자격미달”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영담 스님이 읽은 이 보고서에는 김정학 후보자에 대해서는 기독교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방송인 라디오코리아에 근무한 이력 등이, 윤태원 후보자는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 등이 제기돼 있다.

그러나 진흥원쪽 이사들은 “이사회의 의장이 사장 후보자들의 이력 등을 평가한 자료를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자격미달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가치판단을 미리 해버리면 이사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다. 경력에 문제가 있다면 후보자들을 불러 물어보는 게 수순인데 부르지도 않고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평가한 자료를 이사회 자리에서 배포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담 스님은 “후보자들의 이력 등에 대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진흥원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무 답변이 없어 우리(불교방송)가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늘(17일)에야 후보자들에게 대한 자료집을 내놓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불교방송 노조비상대책위원회의 비판 성명서 배포로 인해 이사장과 진흥원쪽 이사들 사이에 공방이 이어졌다.

‘진흥원은 사장 추천권 반납하라’는 불교방송 노조비대위의 진흥원 비판 성명서가 ‘불교방송’ 봉투에 담겨 이사회 자리에 놓여있는 것에 대해 진흥원쪽 이사들은 “이사장 묵인 없이 노조가 유인물을 배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영담 스님은 ”노조가 하는 일은 이사장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교방송 이사장과 노조와의 교감 가능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다.

이와 관련 불교방송 노조비대위가 “노조와 이사장이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식으로 노조를 비하한 것을 사과하라”며 이사회를 마치고 나오는 진흥원쪽 이사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대위는 언론노조 등과 연대해 이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이사회는 진각종 무애 정사와 춘광 스님 등 두 명의 이사를 재임시키고 도후 스님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정념 스님(전 낙산사 주지)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또한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사장 임금은 전액 삭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