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을 육박하는 단식으로 생명이 위태해지고 있는 김건중 동국대 총학생회 부회장을 살리기 위한 스님들의 단식이 줄을 잇고 있다.

동국대 이사 미산 스님이 이사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11월 30일 오전 동국대 팔정도 광장에서 단식에 돌입한 이후 이날 오후에는 법인 스님(대흥사 일지암 암주, 종회의원)과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이 단식에 합류했다.

종단정치와 거리를 두고 각각의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참신한 이미지의 중진 스님들이 단식 정진을 결행한 이유는 오직 장기간 단식을 진행 중인 김건중 학생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한 자비심의 발로다.

세 스님은 지난 12월 1일 오후 3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단식에 동참한 배경과 요구 사항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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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산 스님은 “먼저 47일째 단식을 진행 중인 김건중 학생의 생명을 살려야 한다”며 “학생이 단식을 풀고 학업에 돌아갈 때까지 함께 단식하고 기도하며 매일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사직 사퇴서를 제출한 미산 스님은 “학교 또한 현 이사장 임기 만료 전 정상적인 절차로 새 이사장을 선임해야 한다”며 “직무대행체제에서는 대학이 학교 업무를 수행할 수 없기에 조속한 이사장 선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단식에 동참한 법인·금강 스님은 “동국대와는 인연이 없지만, 어린 학생이 50일 가까이 단식하며 생명이 위태롭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일정을 접고 단식에 동참하게 되었다”며 “오직 학생이 단식을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두 스님은 “자비와 불살생을 생명으로 삼고 있는 스님들이 학생들을 대신해 책임져야 하지 않냐”며 “백척간두 진일보에서는 손을 놔야 새로운 시야가 트이는 법이고, 부디 이사회 스님들이 12월 3일까지 학교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해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장훈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의 투신 의사에 대해 스님들은 “절박한 마음만은 이해하지만 투신과 같은 극단행동은 안 된다”며 “학생들이 이런 마음이 들게까지 한 현 종단 지도부와 이사회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인 스님은 “그동안 종단에서 매 사건마다 문제해결 방식을 세속적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승가는 정치논리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세 스님은 천막 안에서 염불과 기도정진, 경전 독송 등을 함께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단식정진이 이뤄지고 있는 동국대 팔정도 광장에는 효림, 부명 스님 등 범정추 소속 스님들이 단식 동참을 위해 찾아왔으나, 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순수한 정진이 자칫 정치적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세 스님의 입장에 따라 철수하기도 했다. 

동국대 이사로 지난 14일 선출된 수불 스님도 26일 동국대 이사직을 사퇴하며 40일이 넘는 오랜 단식으로 한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 같아 양심상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이사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동국대 위상 하락과 행정 업무 공백에 대한 학교 실무진들의 호소문도 발표됐다.

동국대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동국대 직원 실·팀장 21명은 성명을 통해 “이사님들이 나서달라. 침묵하지 말고 죽어가는 학생을, 추락하는 동국대를 살려달라”며 “임기가 끝나시는 분이든, 새 임기를 시작하는 분이든, 모든 이사님들이 학교에 와 우선 학생이라도 설득해 병원에 보내달라. 학교 정상화를 위해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동국대 이사회는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12월 3일 제297차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슬기롭게 해결 못할 땐 한국불교 나락에 빠질 것”

미산스님 “3일 이사회에서 새 이사장 선출해 분위기 반전시켜야”
금강스님 “슬기롭게 해결 못하면 한국불교 자비 없는 종교 전락”

 

<해설>일면 동국대 이사장과 보광 동국대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김건중 학생이 50일에 육박하는 생명을 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고, 사퇴를 종식시키기 위해 투신을 불사하겠다는 최장훈 일반대학원학생회 회장의 입장 발표로 동국대가 최악의 어수선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수불 스님의 이사직 사퇴에 이은 미산스님과 법인, 금강 스님의 단식 정진 돌입으로 동국대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도의 혼미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교계에서 신망과 존경을 받는 스님들의 단식 정진에 따라 교계 안팎에서도 동국대 사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분수령은 12월 3일(내일) 있을 제297차 이사회가 될 전망이다.

 

김건중 학생의 단식도 더 이어질 경우 생명이 위태롭거나 회복이 되더라도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고, 투신을 예고한 최장훈 학생회장의 시한도 12월 3일 이사회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국대에 교정에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학교 측 분위기도 이런 정도로 사태가 악화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일면 이사장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이사회도 이번 학내 사태를 예의 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사회는 사퇴를 선언한 미산 스님에게 12월 3일 이사회에 참석, 현 동국대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발언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이고, 미산 스님도 이사회에 참석해 사태해결을 위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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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정진 천막을 방문한 김세균 교수(왼쪽), 우희종 교수(오른쪽)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금강스님.

미산 스님은 이번 사퇴의 해결을 위해 새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면 이사장의 재임은 파국을 부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학교나 종단이 자비문중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면 이사장의 이사직 유지 여부와 보광 총장의 퇴진 여부는 추후에 다룰 문제이며, 우선 단식 중인 학생을 구하고 투신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처가 새 이사장 선출을 통한 국면 전환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법인 스님과 금강 스님도 12월 3일까지 동국대 사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종단지도부와 이사회, 학교 측이 김건중 학생이 단식을 중단하고 최장훈 학생이 최악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스님은 이런 요구에 대해 정치적으로 해석해 덧씌우기를 하려는 측이 일부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오직 어린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순수한 결단이자 행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두 스님은 따라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은 채, 두 학생을 살리기 위한 방안은 해당 당사자들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 스님의 단식 정진이 시작되면서 동국대 팔정도 교정에는 재가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우희종 교수와 서울대 김세균 교수 등이 단식 현장을 찾아와 격려와 연대의 뜻을 표했고, 동국대 구성원들도 현장 주변을 찾아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일반 언론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언론들은 정치적 해석보다는 두 학생의 생명을 구하려는 스님들의 정진, 학생들의 극단적 투쟁의 배경을 살피려는 휴머니즘 적 측면에서 사태에 접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2월 3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극적인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동국대 사태는 최악의 파국 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 학생들의 희생이 현실화할 경우 학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사회나 학교 총장 등 운영주체들도 견뎌내기 어려운 압박과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또한 종단 역시 학생의 생명을 빼앗은 무자비한 집단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 자명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태를 대자비의 관점에서 지혜롭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학교도, 종단도, 즉 한국불교 전체가 헤어나기 어려운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단식에 동참한 금강 스님은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는 무자비한 집단,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집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며, 결국 불교 전체가 나락으로 빠져드는 최악을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