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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학술상 시상식 수상자들. 왼쪽부터 조윤경 박사, 법진 스님, 강대현 박사, 김한상 박사. [사진제공 = 선학원]

재단법인 선학원 부설 한국불교선리연구원(원장 · 법진 스님, 선학원 이사장) 개원 10주년 기념 제9회 학술상 수상식 및 학술발표회가 30일 오후 2시 서울 성북동 삼각산 정법사에서 개최됐다.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윤기엽 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제1부 개회식 및 시상식에서 원장 법진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11월 30일은 선학원이 처음 출범한 날로 이날 선리연구원 개원 10주년 행사를 하게 돼 기쁘다”면서 “선리연구원이라 이름한 것도 한국불교선리참구원으로 재단 허가를 받은 것에 연원한다. 당시 설립조사들의 뜻을 계승하고 한국불교학 발전에 기여하자는 뜻에서 이름했다.”고 밝혔다.

스님은 이어 “양현문화재단에서 연구원 설립 처음부터 지금까지 학술상 및 우수상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선리연구원 고문을 맡아주신 인환 스님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주시며 좌장을 맡아주신다. 감사드린다.”면서 “이 덕분에 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선문화연구>가 학술지로서 빛을 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문 인환 스님은 축사를 통해 “선리연구원 원장 이하 종사자 여러분의 노고와 열정이 있었기에 한국불교 발전을 담당할 신진학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학술지로 자리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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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선리연구원 학술상 시상식에 앞서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제공 = 선학원]

이어 제9회 학술상 수상 경과보고 후 학술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학술상(양현상)은 ‘삼론교학에 나타난 방편의 의미’의 조윤경 박사(서강대)가 수상했다. 조 박사에겐 5백만 원의 학술지원금이 함께 주어졌다.

우수상(보각상)은 ‘스리랑카 불교 영웅 둣타가마니 왕의 무용담에 대한 문헌학적 접근-테라와다 불교에서 성전은 용인되는가?’의 김한상 박사(동국대)가, 또 우수상(보성상)엔 ‘반야경 범자 42문의 반야공성 고찰’의 강대현 박사(위덕대)가 수상했다. 우수상 수상자에겐 각 3백만 원의 학술지원금이 전달됐다.

시상식 후 한국불교선리연구원 개원 10주년 연혁보고에 이어 축하 떡 절단식이 있었다. 축하 떡 절단에는 원장 법진 스님, 고문 인환 스님, 선학원 총무이사 송운 스님, 재무이사 정덕 스님, 교무이사 한북 스님 등 3직과 국가보훈처 북부보훈지청 문태선 지청장, 양현재단 편정은 과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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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선리연구원 개원 10주년 축하 떡을 절단하고 있는 원장 법진 스님을 비롯한 내외귀빈들. [사진제공 = 선학원]

제2부 학술발표회는 박경준 교수(동국대)의 사회로 진행됐다.

조윤경 박사는 첫 발제자로 나와 ‘삼론교학에 나타난 방편의 의미’를 통해 “삼론교학에서의 방편은 단순한 임시적인 도구나 수단으로서의 언어교설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깨달은 자가 깨달음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중생이 미혹된 인식에서 해탈하도록 인도하는 선교(善巧)의 깊은 작용이다”고 강조했다. 조 박사는 “방편은 표층적 차원에서 임시로 가립한 도구적 의미인 ‘권(權)’까지도 모두 포섭하여 일승과 삼승을 관통하는 보현성을 지닌다”는 것이다.

특히 조 박사는 “오늘날 방편은 대체적으로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 반드시 제거되어야만 하는 ‘권’의 표상적 의미에 한정되어 쓰이고, 불보살의 지혜라는 측면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따라서 삼론종의 방편을 조명해보는 것은 깨달음과 중생의 미혹이 본래 둘이 아니라는 상관성을 환기시킨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차차석 교수(동방대학원대학교)는 논평을 통해 “방편과 권을 나눈 것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 한다”고 지적하고 “당시의 사상적 전개를 이해하는 것 이상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한상 박사는 ‘스리랑카 불교 영웅 둣타가마니 왕의 무용담에 대한 문헌학적 접근-테라와다 불교에서 성전은 용인되는가?’의 발제에서 “둣타가마니는 아돌프 히틀러와 같은 전쟁광이나 갈라고다 아트테 구나세라와 아신 위라투와 같은 불교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기사도 정신과 고귀한 인격과 믿음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면서 “그의 전쟁이 성전이나 민족 간의 충돌로 해석되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둣타가마니의 무용담보다 그의 이후 치적들이 주목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둣타가마니의 무용담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는 사회적 발전으로서 역사학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오늘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 간의 긴밀한 대화가 시작되는데 이바지할 수 있다”면서 “이럴 때에만 비로소 처음부터 불교문화와 문명에서 가장 소중한 이상들 가운데 하나였던 관용과 이해의 정신이 복원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논평자로 나온 조준호 박사(고려대 철학연구소)는 △외세 침략에 대한 방어적 폭력 없이 비폭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불교적인 방도는 가능한가? △내전 당시 혹은 현재에도 스리랑카 지식인 또는 불교인 가운데 ‘관용과 이해의 정신’을 이야기하거나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는가? 를 물었다.

세 번째 발제자 강대현 박사는 ‘반야경 범자 42문의 반야공성 고찰’을 통해 “반야 42자문은 인도불전이 중국으로 전해지고 번역되면서 많은 부분이 한역되는 과정에서도 그 원음(原音)을 간직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범자 42자로 구성된 정형의 문자열이다”고 소개하고 “이 반야 42자문은 초기대승불전인 《반야경》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 각각의 자문에 반야의를 교설함으로써 대승공관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이어 “《화엄경》에서도 이러한 범자 42문자를 ‘화엄자모’라고 하여 실질적으로 반야바라밀문과 상응하는 결과적인 수행의 한 단면이었으며, ‘보살의 42계위’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을 지니는 중요한 사상적 토대였다”면서 “또한 대승불교의 사상적 전개 속에서 반야 42자문의 역할은 이상적 반야공사상과 현실의 뚜렷한 공덕을 연결시키는 중요한 가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인석 박사(동국대 불교학술원)는 논평에서 △화엄자모와 《반야경》42자문의 차이에 대해 △반야 42자문을 삼종반야로 다루는 데서 생기는 문제 △대승불교운동의 리스크에 대해 △반야 42자문의 현실적 공덕을 얻는 방법에 대해 지적했다.